본가 이사, 자취방 이사를 다 합쳐 이사경력 6회인 사람으로서 작은 충고를 하자면, 이사가 끝난 후 일주일 내로 이삿짐 정리를 다 끝내야 한다. 정리를 미루지 않게 1주일동안의 계획을 미치 짜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 이유는 이사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이사 후의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사한 날에는 피곤해서 다음날에 꼭 필요한 게 든 상자만 정리하고 쉬게 된다.
그리고 이사한 다음날에는 출근도 하고 다른 집안일도 해야하고 청소도 깨끗이 해야하고.. 역시나 피곤하다. 상자 속에 고이 들어있는 이삿짐은 동선 밖으로 밀어만 둔다. 나중에 짐 풀고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다다음날도 피곤하고 다다다음날도 피곤하다. 주말에는 또 다음주를 위해 쉬어줘야한다.
그렇게 이삿짐 상자는 인간의 피곤과 게으름을 표현하는 행위예술처럼 덩그러니 남아있다.
갑자기 어수선한 집의 분위기가 너무 눈에 거슬려서 감정이 체력을 이겨내고야 마는 그 순간까지.. 하늘이 점지해준다고 말할 법한 그 때 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덩그러니 남아있다.
그렇게 집은 아늑한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끝나지 않은 과업이 기다리는 공간이 된다.
내가 유별나게 귀찮음이 심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본가 이사, 자취방 이사를 많이 겪어본 나의 경험으로는 이사라는 건 이사준비나 이사를 하는 그 과정보다는 이삿짐을 푸는 것이 훨씬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는 일이었다.
앞의 두 일은 시간에 맞게 해놓지 않으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라도 해치우게 되지만 이삿짐을 정리하는 것은 무한으로 미루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거기에다 이삿짐 상자는 부피도 커서 눈에 계속 밟히고 치워야할 것을 치우지 않았다는 긴장을 하게 만든다.
사실 나는 저 위에 보이는 상자 중 2개는 이주일 넘게 풀지도 않고 쌓아둔 적이 있었다. 다음 주말에 풀어야지..하면서. 당연히 한 번 미룬 걸 또 미루기는 쉽고, 두 번의 주말이 죄책감과 불편 속에 지나갔다. 해야할 일을 안 해놓고 쉬는 것, 그리고 그 일이 눈에 물리적으로 보이는 상황은 아주 찜찜하다.
그냥 이사가 막 끝나고 아직 이사라는 과업에 몸이 익숙해져있을 때 짐까지 다 정리해버리는 게 낫다! 열심히 정리해야지!라고 생각만 해두면 어차피 미루니까 어떻게 정리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아야 된다!
집을 옮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건 집을 정리하는 일이고
이사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이사 후의 과정도 중요하다.
# 이삿날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