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히 글을 쓰고 쉴 수 있는 나의 제주 집.
안녕하세요? 오늘의집 집들이에 두번째로 참여하게 된 장아라라고 합니다. 지난 집들이 당시에는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지금은 1년째 제주 도민으로 살고 있네요. 디자인 전시에 관한 공부는 여전히 하고 있고,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제주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년 전 제주에서 살던 시내의 집을 정리하고 지금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어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한라산과 애월의 바다를 조금 볼 수 있는 조용한 동네입니다. 서울만큼의 풍족한 일상생활을 누릴 순 없지만 여유롭고 차분한 제주도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1. 도면
제가 사는 집의 도면입니다. 창문과 상부장, 하부장은 별도로 표기하지 않았고 대략적인 구조와 가구의 위치를 표기했어요. 방이 별도로 있는 형태의 구조입니다. 베란다가 위치한 쪽이 해가 드는 남쪽인데, 맞은편 건물 때문에 해가 완벽하게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침실의 창가에서는 해가 잘 들어 낮에는 침실 책상에 앉아 책을 보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서울에서 살 땐 학교나 직장에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선택의 폭이 좁았어요. 또 가격이 가장 큰 선택 조건이었죠. 학교 근처에는 대부분 원룸과 오피스텔이라 집이 조금이라도 넓어지면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높아져서 부담이 컸습니다. 좋은 채광이나 풀 옵션, 넓은 집은 크게 기대할 수 없었죠.
제주도에 살게 되면서 거주의 기준이 새롭게 바뀌게 되었어요. 아파트가 아닌 빌라와 주택의 기준으로 1년간 살아보니 외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되더라고요. 특히 지난여름 태풍을 겪으며 창틀과 벽에 물이 새는 것을 보고 기겁했어요. 아무리 준공이 최근이라고 해도 부실한 시공으로 물이 새는 경우도 많이 봤죠. 추운 겨울이라고 해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별로 없고 한겨울에도 제습기를 틀며 보낸 지난 1년간의 생활을 통해 무조건 채광이 좋은 집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여담으로 제주도는 가스요금이 너무 비싸서 해가 잘 드는 집이어야 겨울에 따뜻하게 지낼 수 있고요! 해가 잘 들고 환기가 잘되는 집이 저의 1순위가 되었어요.
이번에 선택한 집은 남향입니다. 맞은편 건물 때문에 해가 완벽하게 잘되는 건 아니지만 환기가 아주 잘되는 집이에요. 채광이 약간 아쉽지만, 안방에는 해가 잘 들고 있어서 만족스럽게 지내고 있습니다. 또 1층보다는 2층~ 4층 정도를 선호하는데, 승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걸어서 이동하기에 좋고 개인적인 느낌상 벌레가 많이 출몰하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이 집은 2층이긴 하지만 아래층이 주차장으로 뚫려 있어서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줄 걱정도 없어서 너무나 마음에 들어요. 이전에 살았던 제주의 첫 번째 집은 위아래 층간소음으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조용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1. 현관
소박한 꿈이지만 언젠가 꼭 중문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어요. 보온성의 문제도 그렇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집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모습이 늘 불만이었어요. 아무리 깔끔하게 집을 정돈해두어도 신발장과 현관 입구가 지저분하게 보였거든요. 특히 현관과 침대가 가까이에 있던 집의 경우 위생상의 문제도 있었고, 외출 후 신발을 벗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침대에 드러눕는 악습관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이번에 이사한 집을 보고 바로 계약을 결정한 이유는 중문이 8할 정도는 차지하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생활공간과 외부를 분리해주고 외출 전 한 번 더 정돈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청소할 때 사용하는 밀대나 청소기, 분리수거함 등 자주 사용하지만, 거실에 두기 애매한 도구들을 두기에 안성맞춤이에요. 중문의 디자인은 별도로 시공을 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는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데,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집을 보러 왔을 때, 현관을 열자마자 중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에 반해 홀리듯 계약했던 기억이 납니다.
2. 거실
전반적인 거실의 모습이에요. 주방과 이어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분리하기는 애매하지만 테이블을 둔 곳을 거실, 주방 기구가 있는 곳을 주방으로 부를게요! 중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큰 창이 있는 거실로 들어오게 됩니다. 사진에 전부 표현이 되지 않았지만, 거실이 넓어서 큰 사이즈의 테이블과 러그를 두어도 잘 어울려요. 다만 베란다의 창으로 외풍이 있어 요즘 같은 겨울에는 낮에도 서늘합니다.
수납을 깔끔하게 하지 못할 바에는 자연스럽게 두되 그 자체로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하자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리빙박스에 짐을 담아두니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언제부터인가 정리정돈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물건을 집어넣어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헷갈리기도 하더라고요.
집에 책이 많다 보니 책장에 얼기설기 꽂혀 있는 모양보다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가로로 두기도 하고,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의 책들을 나열하며 나름의 규칙을 갖고 소품처럼 활용하고 있어요. 물론 분류를 해두어서 찾아 읽기에 어려운 부분은 없습니다. 컵과 커피용품의 경우에도 늘 찬장에 보관하니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본래의 디자인이 예뻐서 인테리어 소품처럼 진열해두고 있어요. 많이 갖고 있지는 않아서 나름대로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연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어떤 공간에서든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을 연출하기에 좋은 것 같아요. 또 다른 화병이나 액자 등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요. 물론 먼지가 앉지 않도록 아침마다 책 윗부분과 컵을 매일 닦아주어야 하는 수고는 감수하고 있어요! 사용하고 있는 선반장은 1단씩 쌓아서 이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분리해서 여기저기 사용하고 있어서 실용성이 아주 좋아요.
가끔씩은 침실에 있는 컴퓨터를 꺼내와 거실에서 작업하기도 합니다. TV로 영화를 보면서 사진 정리를 하거나, 바람이 잘 드는 오후에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작업하는 것을 좋아해요. 대부분은 TV로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가지고 나오는 수고를 하고 있습니다 :)
아주 예전에는 좌식 생활을 오래 했어요. 허리랑 무릎이 아프고, 무엇보다 바닥에 앉아있으니 자꾸 게을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찾은 개선 방법이 테이블을 두는 것이었어요. 좌식 생활을 했을 때의 장점은 집 전체적인 공간이 넓어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침대도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룸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공간은 넓어 보였어요.
테이블과 의자를 두고 사용하기 시작하니 거실이 따로 없는 원룸에서는 확실히 이전보다 좁아 보였지만, 식사하거나 책을 읽을 때 훨씬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지금 사는 집은 평수가 여유로워 집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두었을 때의 단점은 의자를 항상 여유분으로 두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책상에 두는 의자는 하나가 맞지만, 손님을 언제 맞이할지 모르는 평소에는 테이블의 의자를 기본적으로 두 개 이상 갖추어야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크게 사용하지도 않는 의자를 늘 두어야 한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지금은 괜찮지만 원룸에서 의자를 두 개, 세 개씩 놓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어요. 거실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하고 있고 특히 식사를 자주 한다면 테이블과 의자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3. 주방
#Before
#After
측면에서 바라본 주방의 모습이에요. 바로 옆에 거실이 있고 특별히 분리되어 있지 않지만, 이 부분을 기준으로 우측을 주방, 좌측을 거실로 구분할 수 있어요. 상부장과 하부장이 충분해서 수납공간은 넉넉하지만 특별히 자주 쓰는 물건들은 주렁주렁 밖에 전시하며 사용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리하기도 쉽고요! 지저분해 보일 때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두는 인테리어라고 생각하며 이리저리 배치를 바꾸기도 해요.
저의 주방은 특별할 것 없이 단촐한 모습인데요, 아무리 예쁘게 꾸미려고 해도 결국 실용적이고 심플하게 정돈하게 되더라고요. 평소 제 습관이 잘 드러나는 솔직하고 적나라한 공간이기도 한 것 같아요. 또 하루의 루틴을 결정하는 중요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전기 주전자로 물을 끓여 따듯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전날 씻어둔 조리도구를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너무 현실적으로 접근해서 민망하지만 주방은 저에게 꾸밈없는 공간이라고 정의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다만 그릇이나 컵, 선반, 생활용품 등은 취향껏 신경 써서 구매하는 편이에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으면 어느새 홈페이지까지 들어가서 결제를 하고 있더라고요. 패턴이 없고 단순한 디자인에 소재감이 뚜렷한 제품들을 보통 선호합니다.
살림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요즘 친환경 제품들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관심도 많이 갖고 있는데, 실천하기는 많이 어렵네요. 하나 두 개씩 바꿔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둘러보다가 친환경 제품들이 있으면 사 모으고 있어요. 올해는 세제와 수세미 대신 천연 수세미와 설거지 비누를 사용하는 것을 도전해보려고 해요! 소창 행주는 최근에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흡수가 잘 안 되나? 싶다가 길을 들이니 예전에 사용하던 행주들보다 훨씬 흡수도 빠르고 튼튼하더라고요!
홈베이킹은 요즘 도전하고 있는 과제인데, 손재주가 없어서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스콘은 이제 손에 익어서 부재료를 섞으며 만들어내고 있는데 역시 맛있는 빵집과 카페에서 판매하는 빵들이 최고인 것 같아요. 밀가루 낭비하지 말고 맛있는 빵을 파는 빵집과 카페를 부지런히 찾아야겠어요 :)
그렇지만 간단한 요리는 즐겨 하고 있어요. 대단한 레시피의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요리를 주로 해서 먹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달걀 샐러드 샌드위치, 팬케이크, 유부초밥 등이에요. 아주 간단한 간식들인데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고 실패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4. 침실
저에게 침실은 숙면에 집중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계속 원룸에 살며 늘 거실과 주방, 침실이 분리되길 원했는데 이번 집에서 비로소 실현되었어요!
책상과 컴퓨터가 침실에 들어와 있지만 크게 수면을 방해되게 사용하지는 않고, 주로 침실에 해가 드는 낮에 이용하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숙면을 방해했던 것은 사실 침대와 항상 가까이에 있던 TV였어요. 밤늦게까지 의미 없이 틀어두는 TV가 항상 신경 쓰였는데, 침실에서 분리해보니 일과시간 외에는 크게 틀어둘 일이 없더라고요.
지나치게 햇빛을 차단하는 암막 커튼은 일상생활을 게으르게 만드는 것 같아서 이번에는 밝은 톤의 블라인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만족스럽습니다. 채광양을 조절할 수 있고 낮 시간에 적당한 밝기에서 기분 좋게 잠들기에도 좋아요.
저의 전체적인 인테리어의 특징은 제가 좋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상에 녹여내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과한 소품이나 생활에 전혀 이용하지 않는 집기들은 집에 잘 두지 않아요. 한 번은 소품에 꽂혀서 필요 이상으로 집에 쌓아두고 인테리어를 한 적이 있는데, 결국 먼지만 쌓여 되팔게 되었어요. 군더더기 없이 쓰임이 명확한 물건들을 이용해 인테리어를 하다보니 집 전체가 거대한 사물함 같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만큼 집에 더 애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다만 손님이 집에 올 때 왠지 저의 전부를 다 보여주는 느낌이라서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
저는 매트리스와 매트리스 받침용 팔레트를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에 이사 오며 프레임을 두어 수납공간을 만들어 볼까 잠시 고민했는데, 역시 침대가 높아지며 느껴지는 공간의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또 변명이지만 침대의 높이가 높아지면 자꾸 침대에 앉게 되고 그대로 누워버리는 개인적인 습관 때문이기도 해요!
매트리스에 먼지가 끼고 곰팡이가 생기지 않도록 환기나 청소는 꾸준히 하고 있지만, 튼튼하고 위생적으로 사용하려면 역시 프레임을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방이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면 그때는 꼭 프레임을 사용해 볼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5. 마무리하며
제주에 온 지 1년 조금 넘으면서 시내의 빌라에서도 살아봤고, 지금처럼 한적한 동네의 빌라에서 살아보기도 했어요. 역시 제주에서의 삶은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주택이 아닐까 싶어요. 당장은 어렵지만 이곳에서 적응하며 오랫동안 지켜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꼭 그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내부를 직접 리모델링하고 구석구석을 제 손으로 직접 가꿀 수 있는 저의 집이요. 꼭 다음 집들이는 그곳에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
- 2021.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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