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지트 같은 신혼집으로 바뀐 14평 빌라
집을 짓는 게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내 맘에 쏙 드는 집은 없는 것 같아요. 장점과 단점을 나열했을 때, 단점이 충분히 보완될만하다면 장점 위주로 보고 집을 고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작년 9월에 결혼한 신혼 4개월차 부부에요.
저는 Brookly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이고, 남편은 연구직에 종사하고 있어요.
신혼집을 꾸미면서 처음엔 공대생인 남편이 인테리어에 크게 관심이 없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취향 위주로 꾸몄는데, 집을 꾸미는 과정에서 남편도 자기만의 취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하)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내추럴+빈티지한 느낌과 남편이 좋아하는 모던+심플함을 나름의 방식대로 믹스해서 연출하기로 했어요.
저희의 신혼집은 15년 된 빌라에요. 하지만 15년 된 것 치고는 내부가 꽤 깔끔했어요. 게다가 베란다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어요.
그리고 구조가 잘 빠져서인지 작은 평수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느낌이 없어서 좋았어요. 북향집이라 해가 들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그 점은 인테리어와 조명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집을 짓는 게 아니고서야 완벽하게 내 맘에 쏙 드는 집은 없는 것 같아요. 장점과 단점을 나열했을 때, 단점이 충분히 보완될만하다면 장점 위주로 보고 집을 고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BEFORE :: 거실
오래 살 집이었다면 더 욕심을 내서 리모델링을 했겠지만 그게 아니었기에 욕심을 조금 덜었어요.
AFTER :: 거실
몰딩은 손을 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구를 브라운컬러로 맞추고 나니 크게 이질감이 없어서 그냥 뒀어요. 천장등박스 또한 떼려면 대공사가 될 것 같아서 최대한 어울릴 수 있는 거실 조명을 골랐는데 나름 성공적인 것 같아요. 유아용 시트지는 접착력이 정말 강력해서 떼는데 엄청 고생했어요. 모두 제거하고 나니 속이 다 시원!
소파는 때가 탄다는 이유로 대개 가죽제품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저도 가죽소파를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가죽 특유의 무겁고 올드한 느낌이 제가 그리는 분위기와는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추럴한 베이지톤의 패브릭 소파를 골랐어요. 물론 커버분리가 가능한 제품으로요. 소파 찾는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는데, 이 소파가 쿠션 뿐 아니라 전체커버가 분리되는 점이 좋아서 바로 구매했어요.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인만큼 전체적인 느낌 자체를 어둡지만 분위기 있는 집으로 꾸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집의 가구톤을 짙은 월넛 브라운 컬러로 정했어요.
TV장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 둘까 말까를 한참 고민했어요. 하지만 TV장을 놓으면 수납공간이 조금이나마 더 생기는 거니까 결국 구매를 하게 됐어요.
빈티지 소품은 무심하게 (느낌 있게) 툭 배치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렇게 두었을 때가 제일 매력적인 것 같거든요.
영화 (특히 옛날영화)를 좋아하는 남편과 저는 고민 또 고민 끝에 빔을 샀어요 (YOLO족 만세!)
사실 안방 침대에 편안하게 누워서 보려고 산 건데 스크린을 안방 벽에 설치하고 보니 사이즈가 생각보다 작아서 그걸 거실에 달고, 더 큰 스크린을 새로 사서 안방에 다시 달았아요.
스크린을 잘못 산 덕분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영화를 볼 수 있게 됐어요.
BEFORE :: 주방
주방은 수납장이 깔끔하고 화이트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곳곳에 붙은 아이 안전용 잠금장치를 떼느라 고생은 좀 했지만, 수납장 손잡이도 모던하고 예뻐서 교체하지 않고 그냥 쓰기로 했어요.
AFTER :: 주방
기존의 하얀 불빛의 조명을 떼고 주황빛의 스포트라이트 조명으로 교체했어요.
빛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디자인이라, 2개는 싱크대 쪽으로 1개는 테이블 쪽으로 맞췄더니 조도가 딱 좋아요.
테이블 위의 소품은 주방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시즌이 바뀔 때 테이블보나 캔들홀더를 바꿔서 기분전환을 해요.
그 중에서도 라탄 제품을 즐겨써요. 어디에 둬도 주변 소품과 참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
주방에서 제일 애정하는 아이템을 꼽아보라고 하면 주저없이 집들이 선물로 받은 발뮤다 토스터기라고 할 거에요!
죽은 식빵도 살린다는 토스터기라고 들었는데.. 정말이에요! 냉장고에 넣었던 빵도 갓 구운 것처럼 다시 촉촉하게 구워줘요.
냉장고는 테이블 옆에 있는데, 작은 주방이라 냉장고를 둘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이 공간이 협소해서 양문형 냉장고를 샀다가는 안방입구가 다 가려져서 답답해 보일 것 같았죠.
그래서 조금 작은 냉장고를 샀더니 옆의 공간이 애매하게 남더라고요. 그 곳을 그냥 비워두기 아까워서 뭘로 채울까 하다가 이케아를 갔는데 마침 딱 맞는 선반을 찾아서 기쁜 마음으로 사왔어요.
BEFORE :: 침실
AFTER :: 침실
안방 침구는 손은 많이 가지만 신혼 때만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화이트 침구를 선택했는데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가구톤이 어두운 방인데 침구까지 어두웠다면 왠 동굴이지? 했을 거예요.
다른곳은 몰라도 침실만큼은 꼭 미니멀리즘을 이루고 싶었어요. 그래서 필요한 가구 외엔 아무것도 두지 않았죠.
그렇게 하니 조금 밋밋한 느낌이 들어서 침대 옆 벽을 꾸며봤어요. 그림이나 장식품을 바꿔가며 걸 수 있도록 벽에 패브릭을 달았어요.
침실 화장대+옷장, 침대프레임, 수납장도 월넛 브라운으로 통일했어요. 각각 다른 업체에서 사서 톤이 안 맞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어우러졌어요.
대신 옷장은 철저하게 디자인만 보고 샀더니 실용성이 별로예요. 막상 들여놓으니 폭도 좁고 높이도 낮아서 제 아우터만 넣어도 꽉 차요. 부족한 수납은 잠시 후에 소개할 서재방에서 보충했어요.
집 천장이 낮은 편인데 이 옷장 높이도 낮아서 윗부분에 공간이 생겼는데 여기에 뭔가 올려놓는 순간 지저분해 보일 것 같아서 여기만큼 꼭 비워두기로 했어요.
매일 입는 파마자를 옷장에 넣었다 꺼냈다 하는 게 조금 번거로워서 잠옷을 걸어둘 행거를 찾다가 수건걸이처럼 생긴 철제 행거를 발견했어요.
컬러도 마침 빈티지한 코퍼 색상이 있길래 딱 제 취향이라 바로 주문했죠. 잠옷 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걸어둘 수 있어서 실용적이에요.
옷장 맞은 편에 있는 이 책장 겸 수납장은 가구박람회를 갔는데 한바퀴를 돌고도 자꾸 눈에 밟혀서 결국 주문제작 해서 오게 된 가구에요.
사실 원래 보고 왔던 디자인보다 선반 간의 간격이 좁게 제작돼서 교환을 할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책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장점도 있어서 그냥 뒀어요.
천장이 낮은 편이라 수납장이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데 나중에 천장이 좀 더 높은 집으로 이사 가면 딱 예쁘게 어울릴 것 같아요.
침실에 딸린 베란다에도 그렇고 거실 베란다에도 그렇고 파-란 바닥 타일로 되어 있어서 보기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한 공사 없이 어떻게 감출까 하다가 이케아 룬넨데크로 커버했어요.
그랬더니 완전 다른 공간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베란다용 신발을 따로 두지 않고도 바로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이 곳은 어떤 것에도 방해 받지 않는 아지트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타를 치고 싶을 때나, 책을 읽고 싶을 때면 이 베란다로 오게 돼요.
피크닉이나 카페에 온 것처럼 한껏 차려놓기도 하고, 어떤 날엔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의자와 테이블을 치운 뒤 남편과 데크에 앉아서 고기도 구워먹는데 그럴 때면 꼭 캠핑 온 기분이에요.
그리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베란다에 5단짜리 서랍장을 하나 더 들였어요. 덕분에 한결 여유가 생겼어요.
다음 집엔 꼭 드레스룸을 만들리라!!
여기는 욕실과 작은 방 사이에 있는 공간인데 깨알같이 활용해봤어요.
라탄 빨래함은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산 건데, 사이즈도 딱 맞고 집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서 더욱 만족스러워요.
그리고 이쪽 벽이 집안의 어느 곳에서든 잘 보이는 위치라 시계를 걸기에 딱 좋았어요. 마음에 드는 시계가 없어서 안 사고 있다가 시계바늘이 나뭇가지처럼 생긴 디자인의 이 시계가 내추럴한 인테리어에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구매했어요.
AFTER :: 욕실
욕실은 비포사진이 없는데, 곰팡이가 핀 플라스틱 수납장과 거울이 달려있던 곳이었어요.
저는 이전에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숙소에서 군더더기 없는 욕실이 좋았던 기억이 있어 그 곳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그래서 기존 것을 떼버리고 철제 벽선반과 거울, 거울 밑 아크릴 선반을 새로 달았어요.
벽을 가리는 걸 최소화 하니 화장실이 그나마 넓어 보여요.
샤워부스는 원래부터 있던 건데 이 점이 여기 욕실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에요.
디스펜서는 제가 샴푸나 린스, 바디클렌저의 각기 다른 브랜드의 패키지가 뒤죽박죽 놓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구입한 거에요.
AFTER :: 서재
영감을 많이 떠올려야 하는 제 직업 특성을 배려해서 남편이 서재는 제게 양보해줬어요.
그래서 이곳 저곳에 마인드맵을 할 수 있는 보드도 있고,
다양한 책이나 시각자료들이 가득해요.
많이 보는 것으로부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서재에는 책보다는 원단과 같은 부자재가 더 많아서 우드 소재의 가구보단 화이트톤의 선반이나 수납박스로 서재를 채우게 됐어요.
그리고 서재방 자체가 크지 않아서 화이트톤의 가구를 선호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두운 가구는 공간을 더 좁아 보이게 하니깐요.
그리고 여기에 캐비넷 옷장을 두고 시즌이 지난 옷들을 보관하고 있어요.
부부의 취미
저희는 집안에 하루종일 BGM을 깔아둘 정도로 둘 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그 덕에 집들이 선물로 받은 마샬스피커는 매일 열일중이고 얼마 전엔 턴테이블까지 주문했어요.
둘 다 가끔 YOLO족 같은 마인드로 조금은 쓸데없는 소비를 함께 저지르곤 하는데 이게 바로 신혼일 때 누릴 수 있는 특권+행복 아니겠냐면서 기쁘게 질러버려요. 뭘 살 때 항상 하는 얘기가 “어차피 살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사자!”랍니다. ㅎㅎ
그리고 요즘 남편한테 기타강습을 받고 있는데 언젠간 듀엣으로 멋지게 연주해보고 싶어요! 가끔 여유가 있을 때 커피 한 잔 가져다 두고 서로 마주보며 기타를 치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요.
공간이 바뀌니 삶도 변해요
집은 제 삶 속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 취미를 공유하는 공간이자 하루 내내 고군분투 하느라 수고했던 머리를 식히고,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휴식의 공간이죠.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왔을 때 내가 꾸며두었던 마음에 드는 공간과 깔끔하게 정돈된 집안을 보면 마음 한 켠이 왠지 모르게 뿌듯해져요. 그 흐뭇한 느낌 때문에 더 열심히 치우고 정돈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사실 결혼 전엔, 이런저런 핑계로 정리정돈을 미루는 성격이었어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바닥에 널브러진 옷더미와
책상 위를 빼곡하게 채운 잡동사니들이 저를 반겨주곤 했어요.
그렇게 지저분했던 자취방과 지금의 깔끔한 신혼집에서 비교 거주해본 결과, 글로 다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뭐랄까, 정말 삶의 만족도가 현저히 달라진 걸 느껴요. 제가 경험해본 변화처럼, 집이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기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는 걸 널리 널리 알리고 싶어요.
-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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