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의 끝은 짐을 줄이기
저는 항상 짐이 많았어요. 자취를 했는데도 책상은 절반 이상 짐이었고, 4인용 식탁도 혼자 반찬통 몇개 놓을 공간이 없어서 늘 밀고 먹었는데도 불편함을 몰랐어요. 항상 꽉차있는 캐비넷, 그리고 당연하게도 열어보지 않는 그런 짐들... 본가로 돌아오니 잡동사니는 더했습니다. 당연하죠. 나름 자취한다고 고르고 고른 짐들도 열 박스중 일곱 박스는 잡동사니었는데 본가에 버리고 간 짐들이 얼마나 쓸모없는 것들일까요. 안읽는 책, 5~6년된 문제집 수십권, 십년도 더 전에 주웠던 토플책만 버리니 책상이 깨끗해지더라고요. 못생긴 샤프, 그냥 어디서 하나둘씩 얻은 볼펜들은 냅두면 언젠가 쓰겠지만 그냥 다 버렸어요. 아끼는것 하나씩만 냅두고. 그리고 초등학교때부터 못 버리던 수많은 인형들... 당장 내가 무릎펴고 잘 공간도 없는데 정작 인형들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만 제가 잘 공간보다 더하더군요. 피눈물 흘리면서 고민하다가 어느순간 맥이 풀렸습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거지? 당장 내가 잘곳이 없고 공부할 곳도 없고 쉴곳도 없는데 물건들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잖아. 오늘의 집 영상을 보면서 늘 저렇게 집을 꾸미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봐도 내 집은 불가능했습니다. 왜냐면 방의 절반이 짐인데, 아무리 예쁘게 한다 한들 짐을 둘 공간이 없으니, 박스 다섯개가 늘 방 한쪽을 차지할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아깝고 애정하던 것들이 순식간에 가치없는 잡동사니로 몰락하더라고요. 인간답게 살고싶다고 생각하니까 물건이 달리보였습니다. 내 욕심으로 갖고 싶기만 했지, 그걸 가진다고 행복할거라고는 생각을 못해봤습니다. 그렇게 버리고 버리다보니 세 달 동안 인형 50여개, 키링 30여개, 책은 150여권, 중고등학교 학습지 서너 박스, 좋아하는 기업의 굿즈와 논문집 두박스, 자질구레한 장식품과 잡동사니 (50l 기준) 8~15 봉투? 지금 생각나는것보다 훨씬 많이 버렸는데 뭘 버렸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사진을 안찍어 둔게 아쉽네요. 뭐 어쨌든 그렇게 버리고나니 본가에 둘 짐은 한박스. (수영복, 선글라스, 어릴적 상장집과 졸업사진, 아직 못 버리는 인형 서너 개, 소설책 8권, 교양책 3권, 길에서 주운 예쁜 돌맹이 등) 자취방에 가져갈 필수는 두 박스. (옷 박스, 이불 박스) 추가로 한 박스 (와이파이, 수저, 로션, 전공책 열 권, 인형 세개, 공책과 일기책 등 도합 5권, 상비약, 안대, 취미 도구...) 아직 여전히 모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린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본가+자취짐=4박스라는 쾌거를 이뤘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의미있는 경험이었기에 기록용으로 올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