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컵을 고를 때, 모양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게 있어요. 번쩍이지 않고, 색이 또렷하지 않은데 묘하게 손이 가는 질감. 무광에 반투명 유리 잔들이 딱 그래요. 처음엔 “예쁘다” 정도였는데, 쓰다 보니 이 재질이 주는 분위기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차를 따라도, 커피를 따라도 내용물이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음료 자체보다 컵이 만들어주는 장면을 보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이런 잔만 찾게 돼요.
무광 반투명 유리 잔은 눈에 확 띄는 포인트라기보다는, 테이블 전체 분위기를 차분하게 끌어올려주는 쪽에 가까워요. 어떤 음료를 담아도 과하지 않고, 화이트·우드·무채 톤 공간이랑도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선물로도 부담이 적은 편이고요. “컵 하나쯤은 조금 취향 타도 괜찮겠다” 싶을 때, 요즘 가장 손이 가는 선택이 바로 이런 재질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