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는 1초만에! 간편하게 로그인하기
오늘의집 로고
집구경쇼핑인테리어/생활
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취미/일상 · 4.6천개 더보기

양파 한 망의 평화

주발93
결혼생활은 거창한 이벤트보다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고, 그 다름을 유머로 승화시킬 때 비로소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혼 초, 저희 부부는 장을 볼 때마다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저는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사자"는 주의였고, 아내는 "언제든 쓸 수 있게 넉넉히 쟁여두자"는 주의였죠.
​어느 날, 아내가 커다란 양파 한 망을 사 왔습니다.
저는 "둘이서 이걸 언제 다 먹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고, 결국 그 양파들은 베란다 한구석에서 싹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내심 '거봐, 내 말이 맞지?'라는 표정으로 아내를 보았죠.
​그런데 아내는 당황하기는커녕, 싹이 난 양파들을 예쁜 유리컵에 담아 주방 창가에 조르르 세워두더군요.
그러고는 제게 윙크하며 말했습니다.
"봐, 우리 집에 반려 식물이 생겼잖아! 심지어 이건 나중에 라면에 넣어 먹을 수도 있어."
​그 엉뚱하고 해맑은 논리에 저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효율'만 따지던 제 좁은 시야에 아내의 '낭만'이 한 방 먹인 셈이었죠.
그날 이후 저희 집 창가엔 양파 싹이 자라났고, 그 싹은 정말로 어느 날 밤 제 야식 라면에 고명으로 올라왔습니다.

​결혼이란 결국 내 고집을 꺾는 과정이 아니라, 상대방의 엉뚱함을 내 삶의 풍경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걸 그 양파 싹을 보며 배웠습니다.

#유부의세계
02.16
좋아요
1
조회
60

비슷한 주제의 인기글 모아봤어요 🔍


댓글0

새 댓글 알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