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닷가, 그리고 검은 냥이와의 삶
안녕하세요. 여기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부산 광안리에서 우리 제프와 함께 살았던 전셋집입니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예전 사진들을 다시 보게 됐는데, 처음 이 집을 보러 갔던 날부터 하나씩 손보고 가구를 채워가던 과정이 생각나더라고요. 지금은 더 이상 살고 있지 않은 집이지만, 당시의 Before 사진과 실제 생활했던 모습들이 남아 있어 조금 늦은 랜선집들이를 해보려고 합니다. [직접 바꾼 벽과 조명] 처음 집을 봤을 때는 전체적으로 연식이 느껴지는 평범한 집이었습니다. 화이트 계열의 벽과 우드톤 바닥, 문과 몰딩이 있었고 가구가 하나도 없다 보니 집이 더 길고 휑하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햇빛이 잘 들어온다는 것. 베란다 쪽 창이 커서 낮에는 자연광이 거실 안쪽까지 꽤 깊숙하게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우드톤은 굳이 바꾸지 않고 살리면서 화이트·우드·블랙을 중심으로 꾸며보기로 했어요. 전셋집이다 보니 큰 공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집주인분께 양해를 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은 직접 바꿔보기로 했어요. 가장 먼저 손댄 것 중 하나가 벽지였습니다. 업체에 맡기지 않고 풀바른 벽지를 사서 직접 셀프 도배를 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어요. 벽 한 면을 붙이고 나면 또 다음 벽이 기다리고 있고, 모서리와 콘센트 주변을 마감하는 것도 꽤 손이 많이 갔습니다. 그래도 다 하고 나니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조명도 집주인분께 허락을 받고 일부 교체했습니다. 기존의 평범한 조명 대신 블랙 레일 조명을 설치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집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어요. 다행히 나중에 바뀐 모습을 보신 집주인분도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제프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거실] 처음에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었던 거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거실은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라 최대한 편안하게 꾸미고 싶었어요. 그레이톤 소파와 러그를 놓고 가운데에는 밝은 우드톤 테이블을 배치했습니다. 한쪽에는 블랙 철제 프레임과 원목이 조합된 오픈 행거를 두었어요. 우드와 그레이가 대부분인 공간에 블랙 철제 가구와 레일 조명을 섞어 조금씩 포인트를 줬습니다. TV 역시 집주인분께 허락을 받고 벽걸이로 설치했습니다. TV장을 크게 두기보다는 낮은 원목장을 두어 책과 작은 물건들을 수납하고, 옆에는 큰 식물을 놓았습니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인테리어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따로 있네요. 이 집의 실질적인 주인은 역시 제프였습니다. 🐈⬛ 테이블 위든 러그 위든 바닥이든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 자기 자리였어요. [그냥 지나가는 복도도 조금 다르게] 원래는 특별할 것 없는 좁은 통로였습니다. 큰 미키마우스 포스터와 칵테일 포스터를 걸고 천장에는 블랙 레일 조명을 달았습니다. 조명 방향을 포스터 쪽으로 맞춰놓으니 밤에는 작은 갤러리 같은 느낌도 났어요. 집이 넓지 않다 보니 거실이나 방뿐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공간도 하나의 공간처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길었던 공간에는 그림을] 이 집에서 조금 고민됐던 부분이 바로 이 공간이었습니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공간이 길어서 아무것도 놓지 않으면 휑하고, 그렇다고 가구를 많이 놓으면 통로가 답답해지는 구조였어요. 그래서 한쪽에는 깊이가 얕은 오픈 선반을 두고 토스터나 주전자처럼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올려두었습니다. 반대편의 긴 벽은 가구 대신 그림을 활용했어요. THE MOON 같은 블랙 프레임 포스터를 걸어 거실의 철제 가구나 레일 조명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침실은 최대한 단순하게] 침실은 거실과 달리 최대한 차분하게 꾸미려고 했습니다. 침대와 행거를 놓으면 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최대한 공간을 활용할려했습니다. 벽지도 라이트 그레이라 침구도 톤만 다른 그레이 계열로 맞췄어요. 창문은 흰색 우든블라인드를 설치하여 간접적인 빛만 비치게 하였고, 거실이 생활하는 공간이라면 침실만큼은 정말 잠을 자고 쉬는 공간으로 두고 싶었습니다. [욕실은 분리공간을 창출하여] 욕실은 기존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길이가 길고, 샤워하는 공간과 건식공간으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바닥에는 우드 데크타일을 깔고 가장자리에는 흰색 자갈을 배치했습니다. 샤워 공간에는 샤워커튼을 설치했고요. 큰 공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Before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제법 달라졌습니다. ------------------------------------------------------- 4년이 지나 다시 꺼내본 우리 집.. Before와 After를 나란히 놓고 보니 같은 집이라는 게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한 집은 아니었습니다. 풀바른 벽지로 직접 도배하고, 집주인분께 허락을 받아 조명과 TV를 바꾸고, 좋아하는 가구와 그림, 식물을 하나씩 들여놓은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작은 것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처음 봤던 휑한 전셋집이 어느 순간 우리가 사는 집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가구를 놓았는지, 어떤 조명을 달았는지보다 그곳에서 어떻게 살았는지가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소파에 누워 쉬고, 음악을 듣고, 밥을 먹고, 그리고 집 여기저기에 늘어져 있는 제프를 보며 지냈던 평범한 시간들. 4년 전 부산 광안리, 바닷가 근처에서 검은 냥이와 함께했던 삶. 지금은 더 이상 제가 사는 집은 아니지만 사진 속에는 그때 제가 좋아했던 것들과 우리의 생활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내 집은 아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채워가다 보니 그동안만큼은 분명 우리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