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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회사 웹디자이너의, 초록 가득 빈티지 하우스

아파트

13평

홈스타일링

싱글라이프

안녕하세요. 9년째 웹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은지입니다. 해외에서 약 4년 정도의 떠돌이 생활을 정리하고 돌아와 지금은 식물 회사 디자인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는 겨우 반년이 조금 넘은 인테리어 초심자입니다. 저는 원래 집에만 있는 것을 못 견뎌하는 성격이에요. 일주일에 7일은 바깥에 나가야 직성이 풀리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머물고 싶어지는 집을 만들고 싶었어요.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도면

저희 집은 13평짜리 투룸 아파트에요. 신축이라 손본 곳 없이 제 살림만 넣어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벽지나 가구가 전부 화이트라 인테리어 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같은 평형에 원룸형이랑 투룸형 두 가지가 있었는데 공간이 분리되어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제게는 투룸이 맞았어요. 그리고 베란다가 꽤 커서 식물을 많이 키우기에 알맞은 집이었습니다.

거실 Before

거실 After

거실에 사실 살림이랄만한 것들이 별로 없어요. 편히 쉴 수 있는 앉을 자리와 우리 집 식솔인 식물들이 여럿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지내는 동안 자취를 했지만 한 번도 거실이라는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로 이사 오고 넉 달 정도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거실에 파티션을 세워서 부엌과 공간 분리를 해줬어요. 처음엔 집이 조금 답답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높이가 낮아서 그런지 전혀 답답한 느낌은 없어요. 

편한 1인용 소파를 놓고 나서는 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책상에서 작업을 하다가 지겨워질 때면 거실로 나와서 랩탑을 무릎에 놓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사실 소파를 놓고 보니 여기서 일을 하는 일은 거의 없기는 하지만요...)

이 집에 단 커튼들은 다 이렇게 길이가 짧아요. 처음에는 기다란 커튼을 달았는데 바닥에 쓸려서 깔끔하지 않고 작은 집에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180cm 짜리 커튼으로 교체했어요. 그리고 식물을 키우는 입장이라 베란다를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데 기다란 커튼은 거추장스럽기만 하더라고요. 

제가 키우는 식물들은 대체로 키가 작아요. 아직 초보라 그렇기도 하지만 크기가 작을 때부터 점점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제게는 꽤 기쁜 일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면서 식물들이 몸살을 많이 겪었지만 요새는 다시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습니다. 겨울이라 새로운 수종을 들이는 건 아마도(?) 조금 뜸할 듯해요.

가끔 거실에서 불멍을 하기도 해요.

앉아서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요.

침실 Before

침실 After

침대맡에 책을 많이 가져다 뒀어요. 자기 전에 읽고 자려는 거였는데 요새는 그냥 잠들기 바쁘네요. ㅋㅋ

아무래도 침실은 거실처럼 해가 잘 들지도 않고 습도 조절을 해주기도 쉽지 않아서 립살리스류와 수경식물들을 가져다 뒀어요. 수경식물은 굳이 양지바른 곳이 아니여도 키울 수 있고 손이 많이 가지 않아서 가장 먼저 도전해 본 식물이었습니다.

처음에 침대 밑에 아무것도 깔지 않았는데 곰팡이가 생긴다는 말에 원목 깔판을 깔았어요. 매트리스보다 좀 더 큰 사이즈로 주문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사이드 테이블은 내보냈어요. 오히려 공간이 더 넓어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이 책상은 한 달이 걸려서 받았는데 기다림이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예뻐요. 서랍장과 책을 꽂는 공간이 있어서 여기서 공부와 일, 독서까지 전부 해결하고 있어요.

퇴근하고 들어오면 자기 전까지 캔들이나 인센스, 팔로산토를 피워요. 사실 향에 대해 큰 흥미가 없었는데 한번 시작하니 요새는 멈출 수가 없네요. 비염이 살짝 있어서 오래 피우지는 못하지만 잠깐씩 피워주면 나쁜 냄새를 잡는데도 좋아요.

침대 맞은편에 작은 화장대를 뒀어요. 원래는 화장대와 세트로 딸려있는 큰 거울이 있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떼어내고 작은 라탄 거울을 달았습니다. 화장대에서 쓰는 물건들은 다 서랍 안에 넣어뒀어요. 그러지 않으면 이 위가 난장판이 돼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부엌

부엌은 화이트톤이어서 툴을 전부 우드로 맞춰 구매했어요. 크기가 작은 부엌이지만 식물에 물을 주거나 1인 가구가 식사를 준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아요. 좁은 공간 때문에 벽을 많이 활용하기 위해 칼을 걸 수 있는 거치대와 바스켓을 달았습니다. 덕분에 벽 공간을 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어요.

사실 집에서 요리를 잘 하지는 않는데 가끔 하게 되면 이렇게 난장판이 돼요. 요리를 하고 정리하는 건 한두 시간씩 훌쩍 가는데 먹는 건 겨우 2~30분 밖에 안 걸린다니 가성비가 너무 나쁘지 않나요. ㅠㅠ 제가 자취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요리였는데, 요새는 좀 익숙해져서 금방 식사를 준비하고 치우는 것 까지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부엌 바로 옆 공간에 2인용 테이블을 뒀어요. 사실상 혼자 식사하는 공간이라 반대쪽에는 의자도 없답니다. ㅋㅋ 손님들이 놀러 오면 식탁 좁다고 걱정하는데 저는 이 크기가 딱 좋아요. 아마 더 큰 테이블이었으면 방이 엄청 답답했을 거예요.

벽에 걸린 플라잉 타이거 메탈 바스켓은 매거진랙으로 쓰고 있어요. 파리에서 2년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매주 열리는 빈티지 마켓에 저런 오래된 신문이나 엽서를 많이 팔아서 정말 자주 갔던 것 같아요. 뒤에 세워져 있는 비틀즈 LP도 런던 빈티지 마켓에서 구한건데 보존 상태가 좋아서 아직도 종종 재생해서 듣고 있습니다.

반려식물

저와 동고동락하는 식물들이에요.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반려동물을 입양해 볼까 생각했지만 도무지 자신이 없더라고요. 식물들을 하나 둘 채우기 시작하면서는 사람 사는 집 같아졌다고들 해요.

특히 저는 이 행잉 식물들을 좋아해요. 작은 집이라 놓을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벽에 걸어두면 허전한 흰 벽을 채워주기도 하고 그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인테리어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마크라메에 걸어도 예쁘고 목부작으로 키워도 예뻐요. 특히 이런 행잉 식물로는 디시디아나 러브체인같은 덩굴식물도 예쁘지만 립살리스처럼 흘러내리는 선인장들도 잘 어울립니다.

식물들은 보통 온라인으로 구매하거나 화훼단지에 가서 한아름 데리고 오기도 해요. 멀지 않은 곳에 큰 가든센터가 있어서 그곳을 이용하기도 하고요.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잘 포장해 보내주셔서 종종 이용하는데 겨울에는 오는 도중에 어는 경우가 생겨서 요즘은 직접 가서 구매하는 편이에요.

전부 키우기 시작한지 6개월이 안 된 아이들이에요. 아직 식물 초심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수종을 키우지는 못하지만 욕심은 있어요. 겨울 지나고 봄이 오면 더 도전해 볼까 싶어요. 식물을 키우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키우고 나니 물을 제때 주지 못하거나 빛을 잘 보여주지 못해 시들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뭔가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그러다 보니 집에 오래 있어도 더 이상 그 시간이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마치며

물론 이전에도 자취를 한 경험이 있었지만 보통은 룸 쉐어를 하거나 집주인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내 집이라는 책임감이 드는 공간은 이번 집이 처음이었어요. 집 밖에서의 삶을 사랑하는 저로서는 집이라는 공간이 가끔은 쉬어가는 공간이 아닐 때도 있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종종 나만의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반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했을 때 설렘과 두려움이 함께였어요. 하지만 점점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을 늘려가면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들이 그렇게 지루하게만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식물들을 키우면서는 더 그렇게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 사는 것은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홀로 견디고 생각을 단속해야 하는 시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마음을 먹었다면 꼭 머무르고 싶은 집을 만드세요. 저는 집의 본질이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빈 공간을 내 손으로 하나씩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더 나를 닮은 집을 만들고 싶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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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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