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집⎪낡고 오래된 한옥 집이 주는 영감과 낭만
안녕하세요. 북촌의 작은 한옥집에 살고 있는 최푸린입니다.
둘이 함께 웃는 집이라는 뜻의 '이소당'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름처럼 매일 웃으면서 행복하게 한옥 생활을 즐기고 있어요.
로망집을 꿈꾸게 된 이유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파리의 오래된 집들
6년 정도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어요. 흔히 말하는 하녀방을 비롯해서 유학 내내 비좁고 추운 집에서 생활을 해야했죠. 하지만 파리에서의 생활이 힘들고 서글프진 않았어요. 언제나 영감과 활력이 넘쳤어요. 좁은 골목길, 작은 마당,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래된 건물과 때가 되면 울리는 성당의 종소리 낡고 오래된 집과 그 주변의 모든 것이 영감이 되어주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도 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동네와 집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마음은 매우 편한 집'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의 아파트에서 지냈어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하고 쾌적 했지만 이상하게 답답하고 어딘가 불편했어요. 일상처럼 떠오르던 영감이 단절된 느낌 마저 들었죠. 그러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답을 찾았어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마음은 매우 편한 집'이 좋은 집인데 딱 한옥이 그렇다는 내용이었어요. 바로 제가 찾던 집이었죠. 다행히 남자친구도 같은 생각이었고 덕분에 우리의 신혼을 '한옥집'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한옥에 관심이 생기면서 다양한 책을 많이 읽었는데요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옥, 구경>, <내가꿈꾸는 집 한옥>을 읽어보세요. 한옥에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게 해준 책이랍니다.
로망을 이뤄줄 동네를 찾아서
시대가 공존하는 곳. 종로구
지금 사는 집은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이에요. 종로구는 과거부터 근대, 현대까지 모든 시대를 품고 있어요. 오래된 성곽을 따라 산책을 하다가 돌아서면 고층 빌딩들이 솟아있고 그 어딘가에 자리한 50년 넘은 가게에서 노가리에 맥주 한 잔을 할 수 있어요. 낡고 오래된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동네였어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곳에서부터 한옥 집 찾기를 시작했어요.
관광명소 북촌. 살아보니 좋더라구요
북촌 한옥마을은 방송이나 매체에도 자주 소개 될 만큼 유명한 관광지예요. 관광지에 살면 너무 시끄럽고 정신없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사실 처음엔 걱정도 했지만 막상 지내보니 나쁘지 않더라고요. 낮에는 북적이지만 식당이나 술집 등이 없다보니 해가 지면 금방 한산 해져요.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젊은 사람들의 방문이 오히려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 같아요. 치안 걱정도 없고요.
로망, 진짜 이뤄질 수 있도록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찾은 한옥 집
한옥 매물은 인터넷에 많지 않더라고요. 북촌에 있는 부동산에 전화해서 시세 먼저 알아봤어요.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말씀드리고 대략적인 시세를 확인한 후 찾아가는 방법으로 집을 구했어요. 10곳이 넘는 부동산에 전화를 했고, 대략 3개월 정도 집을 찾아다닌 것 같아요.
한옥집을 구할 때 제일 신경썼던 부분은 세 가지였어요.
먼저, 차량 진입이 가능한가. 대부분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는 커녕 차량 진입조차 힘든 곳이 많더라고요.
두번째로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컨디션을 가진 집이었어요. 한옥은 인테리어와 수선비용이 꽤 비싼 편이에요. 상태가 안 좋은 집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고치려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수가 있어서 집을 볼 때 지붕, 기둥 등 나무의 상태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좋아요.
마지막 조건은 풍경과 채광이었어요. 단층 집이 모여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채광과 풍경이 확보된 곳이길 바랐죠.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집을 찾아서.
오랜 발품팔이 끝에 지금 집을 만났어요. 마당을 포함해서 24평 정도 되는 아담한 한옥집으로 리모델링이 굉장히 잘 되어 있었어요. 이전에는 사무실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방 2개에 거실 겸 주방이 있는 구조라 가정집으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어보였어요. 오히려 사무실은 가정집처럼 모든 공간을 매일 사용하는 게 아니다보니 생활감이 남아있지 않아 더 깨끗하더라고요.
다른 공사 없이 지저분했던 벽만 셀프 페인팅을 하고 입주를 했어요. 인테리어를 할 때는 한옥의 아늑한 느낌은 살리되 너무 올드해보이지 않도록 신경썼어요. 한옥의 나무 문과 기둥, 서까래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심플한 가구를 선택했고 영감을 주는 소품, 식물 위주로 공간에 포인트를 주었어요.
로망이 일상이 된 나날
언제나 위로가 되어주는 마당과 툇마루
ㄷ자 구조의 집 중앙에는 작은 마당이 있어요. 우리 부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여기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날씨가 좋을 땐 동네 고양이들과 광합성을 하기도 해요. 아. 마당에 빨래를 너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햇볕 아래에서 바삭하게 마른 빨래가 좋아서 초반에는 빨래도 정말 자주 했어요. 거실 테이블도 마당을 향하도록 배치해서 집 안에서도 언제든 마당을 볼 수 있도록 했죠.
집이 좁은 편이지만 하늘이 보이는 마당이 있어 큰 불편함이나 답답함 없이 지낼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작년 같은 경우에는 재택 근무를 하는 날이 많았는데 이 작은 마당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어요. 마스크 없이 편하게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좋더라고요.
식물 키우는 재미에 푹 빠졌어요.
소소하게 마당 정원도 가꾸고 있어요. 정원 가꾸기는 마당 생활의 백미라고 생각되는데요. 히아신스, 튤립, 수선화 등 구근 식물을 잔뜩 데려와 심기도 하고 레몬밤, 로즈마리, 바질 같은 허브를 심어 식재료로 활용하기도 해요. 집 안에서는 다육이를 키우고 있고요. 아직 초보 가드너라 죽어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꽤 많은 친구들이 꽃을 피우며 제 몫을 해내고 있어요. 올해는 또 어떤 꽃을 보며 결실을 맺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을 열면 하나가 되는 한옥집
한옥의 특징 중 하나는 문을 열면 모든 공간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거에요. 툇마루는 이 모든 공간과 동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요. 어디에 있든 집의 모든 공간을 볼 수 있고 개방감이 느껴져서 좋아요. 대신 각자의 공간이 필요할 땐 문을 닫아줘요. 겨울에 춥다는 단점이 있지만 온수매트와 단열 뽁뽁이가 있으니 겨울을 나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어요. 해가 바뀔 수록 요령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옥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생활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져야할 수도 있어요. 마당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고양이들의 뒷처리를 해줘야 할 때도 있고, 낮은 툇마루가 계단처럼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다르고 낯설면 불편하다고 느끼게 되잖아요. 한옥은 한옥체험이나 에어비앤비가 잘 되어 있어 사전에 '살아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한옥집에 로망이 있으시다면 짧게라도 꼭 살아보며 단점과 장점을 몸으로 느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둘이 함께 웃으며 사는 집.
몸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마음은 편안한 집. 살아보니 한옥은 정말 그런 곳 같아요. 처음 한옥집에 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소당'이라는 이름처럼 우리는 매일 이 곳에서 웃으며 신혼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한옥은 주거공간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켜가야할 문화라고도 생각해요. 최근 한옥집에 관심을 갖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어요. 조금씩 젊은 이웃들이 늘어나서 우리의 전통 주거 공간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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