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번의 인테리어와 1번의 집짓기 후 만든 4번째 집
안녕하세요, 인테리어에 진심인 스페인어 전공자이자 손 쓰기를 좋아하는 사부작러입니다. 중학생 연년생 남매를 키우며 15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결혼하면서 처음 인테리어에 눈뜨고, 현재까지 총 3번의 인테리어 + 1번의 집 짓기를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 집은 신혼집(턴키 부분 공사), 두 번째 집은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 신축 분양(턴키 전체 공사), 세 번째는 시골에서 집 짓기(동시에 3채 올리기 - 개별 발주 및 설계, 도장, 바닥, 원목 주방은 셀프 시공),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집은 개별 공사(공정별 업체 발주) + 셀프 시공으로, 이 셀프 시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재 집은 2002년 준공한 19년 차 구축 아파트로, 최초 입주 후 집주인이 한 번도 공사하지 않은 체 쭉 거주해 온 집이었습니다. 새시 상태, 수압, (세탁실을 제외한) 결로나 곰팡이 등의 문제는 전혀 없으면서 내부 건축 자재는 싹 뜯어내기에 전혀 미련 없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에 최적의 상태였지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약 50일에 걸쳐 공정별 개별 발주 형식으로 공사를 진행했고, 집의 원래 컨디션이 좋았던 것, 비확장 취향 및 예산의 제약 등의 이유로 새시 교체, 확장, 단열, 난방 배관 교체 및 설비 이설과 같은 큰 공정 없이 전체적인 마감만 교체했습니다.
순수 공사 비용은 2700만 원이 조금 안 되지만 이사 오면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소파, 식탁, 아이들 방 가구 일체를 새로 마련했기 때문에 예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느냐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것 같습니다.
[도면]
저희 집은 전형적인 3베이 정남향 판상형 구축 아파트입니다. 시골집을 제외하고 직전에 살던 아파트가 34평 확장형 신축 아파트였고, 첫 신혼집도 그 당시 기준으로는 준공 10년이 되지 않은 준 신축이었기 때문에, 찐 구축 아파트의 비합리적인(?) 공간 배치에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월만큼 경화된 콘크리트 벽의 견고함,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 30평 대지만 전실이 있는 구조, 광폭 거실 발코니 등은 좋았는데요. 집안 구석구석에 왕창 몰려있는 창고들이 살면서 안 쓴다 싶은 물건들을 창고에 쌓아놓으면 썩어버리기(?) 딱 좋은 구조였어요.
주방은 너무너무 좁았고, 무엇보다 세탁실의 결로와 곰팡이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신혼집을 제외하고는 결로와 곰팡이를 1도 겪어보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살다 보니 공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익숙해졌기 때문에 다시 공사 계획을 짜라고 하면 훨씬 잘 짤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처음 마주하는 구축 아파트 공간을 어떻게 공사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해 답답했고,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만 하려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4번째 인테리어여도 매번 극단적으로 케이스가 달라서 또다시 처음인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죠.
개별 공사
신축과는 전혀 설계가 달라서 쓰임을 어떻게 정할지 모르겠는 구축 공간에 대한 실마리를 얻고자 네이버 셀인 카페(https://cafe.naver.com/overseer)에 가입하여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공부하고, 공사 순서를 정하고 공정별 업체를 섭외했습니다.
공사는 철거 - 전기 - 목공 - 타일 - 필름 - 마루 - 도배 - 가구(싱크대, 붙박이장) - 조명 설치의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참고로, 공사 전체를 업체에 맡기는 것은 턴키, 공정별로 자재까지 직접 구매하고 작업자만 섭외하여 시공을 맡기는 것은 직영, 공정별로 자재 구입 포함 공정 자체를 도급으로 위임하는 것을 개별 공사라고 합니다.)
전체 공사 내용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개별 공사는 전반적으로 하자 없이 마무리되었는데, 제가 개별 공사에 발코니 도장 공정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 사단이 되어 5개의 발코니를 이후 1년 반 동안 직접 시공을 하게 됩니다. 3년째 개별 공사와 셀프 시공을 통해 집을 만들어온 본격적인 이야기는 공간별 Before와 After 비교를 통해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0. 전실
전실의 예전 모습입니다.
노파심에 적자면, 저희 집 전실은 불법 확장된 공간이 아니라 아파트 최초 건설 당시부터 제공되는 합법적인 공간입니다. (아래 도면은 공사 당시 관리사무소에서 얻은 저희 집 건축 도면입니다.)
현재의 모습입니다.
전실은 셀프 타일링과 페인팅으로 꾸민 공간으로 개별 공사 후 남겨둔 폐타일로 직접 시공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공사 직후 인스타그래머블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찍어본 사진이고 현재는 아무것도 없이 깔끔하게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실은 북향 발코니기도 하고, 물과 전기도 없는데다 동선상 1차 재활용 분리수거장으로 활용도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직접 시공할 당시의 모습입니다. 전실 벽 하단에 남은 타일을 모두 모자이크 방식으로 붙였습니다. 벽면마다 나름 타일 구성을 다르게 했습니다.
개별 공사 후 남은 폐타일이 정말 많았는데, 전실 공사 이전에 거실 발코니(아래 사진의 바닥)와 안방 파우더룸 바닥을 이미 폐타일로 시공하고 남은 것은 전실 공사를 통해 남김없이 소진할 수 있었습니다.
타일은 붙이기보다 붙인 후 줄눈을 넣고 닦아내는 작업에 시간과 힘이 더 많이 드는 것 같습니다.
타일링 후 페인팅 작업 때 사진입니다. 계절은 한여름 폭염이 꺾여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던 때였는데, 모든 창문과 문을 닫고 비닐로 보양을 해버리니 숨만 쉬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공간이었습니다. 층고 2,700mm의 천장과 철거하지 않고 남겨둔 가스 배관을 페인팅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네요.
1. 현관
현관의 예전 모습입니다.
현관의 현재 모습입니다. 공사 당시에는 신발장이 넘 튼튼한 데다 수납력도 좋아서 그대로 살리고 문짝 필름 작업만 했는데, 사진의 오른쪽은 살면서 리폼하여 데일리 신발 수납으로 바꾸었습니다.
원래는 아래 사진처럼 유리문이 달린 수납장이었는데, 살아보니 신발이 아닌 다른 물건은 넣을만한 것이 딱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짝을 떼고 내부에 필름을 붙이고 공사 이후 창고에 남아있던 목재를 톱질하고 다보를 박아 신발 수납으로 용도를 바꾼 것입니다. 마감보다는 실용성 위주의 리폼이라 전혀 예쁘지는 않지만, 이렇게 공간의 용도를 바꾸고 나니 현관이 항상 깔끔하게 유지되면서도 신발을 치우는 번거로움도 크게 줄어들어서 좋습니다.
(위의 사진과 관련해 잠깐 옆으로 새자면, 전문가를 섭외하는 필름 작업은 원래 외부만 해줍니다. 내부는 외부보다 힘을 배 이상 들면서 문을 닫으면 티는 전혀 안 나는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라 - 직접 해보고 느낀 점입니다 - 내부까지 필름 작업을 할 바에는 차라리 철거하고 장을 새로 짜는 게 비용이나 노력 면에서 훨씬 효율적입니다.)
2. 거실 & 발코니
거실의 예전 모습입니다.
거실의 현재 모습입니다. 구조적인 변화는 없지만 전체 마감 교체 공정이 한눈에 다 보입니다. 기존 조명 등박스 철거(천장 평탄화), 새시 틀 필름, 무몰딩 도배, 마루, 조명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정이 집대성된 공간입니다.
거실의 여러 모습입니다. 주로 밤에 찍었습니다.
거실은 내부보다 발코니의 페인팅과 타일링 이야기가 더 긴 공간입니다. 발코니는 전체 개별 공사를 통해 집의 전체적인 톤 앤 매너가 바뀌기 전까지는 존재감조차 없던 공간인데요. 필름 이후 새시 틀과 기존의 발코니 벽 색깔의 대조가 두드러지기 시작하고 나서야, 아차 큰 실수를 해 버렸구나..현타가 왔습니다.
인테리어가 한두 번도 아닌 네 번째인데 왜 공사에 발코니를 집어넣을 생각을 아예 못한 걸까..한두 개도 아니고 5개인 데다 층고는 2,700mm에 거실 쪽은 또 광폭인데.. 싶었어요.
생각해 보니, 집 짓기 포함 지난 3번의 인테리어에 발코니가 포함된 적이 없는 게 원인이었습니다. 신혼집 공사 당시에는 인테리어가 처음이라 발코니 공간에 대한 인지가 없었고, 두 번째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는 건설사가 확장까지 해주는 형태였고, 세 번째는 아파트가 아닌 집이니까 발코니라는 공간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지난 인테리어 경험에서 큰 성공을 한 것도 아니지만 큰 실패도 없었다 보니 이번 집 공사 당시 종합적인 성찰의 기회를 가지지 못했고, 자만까지는 아니어도 스스로의 경험치에만 갇혀버린 것이 폐단이었죠. 게다가 철거 때 발코니 바닥 타일을 제외한 것도 처음부터 발코니 공간에 신경을 못쓰게 된 이유 중 하나고요.
발코니 벽 도장을 빼먹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공사 후반기로 철거-전기-목공-타일-필름 공정을 거치며 심신의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였어요. (보통 타일 이후부터는 어려운 기초 공사를 지나 마감 공정으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편해진다는데, 전 공사와 당시 저에게 걸린 여러 가지 과부하 때문에 필름 때부터 컨디션이 고꾸라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늦어서 기술자분을 알아보고 섭외할 여력이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사 후 2년 동안 어떤 고생을 하게 될지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겁니다.ㅠ 어쨌든, 첫번째로 작업한 거실 발코니 중 안방 부분의 예전 모습입니다.
사진상 가장 최근의 모습입니다.
이 공간은 이사 직후인 2019년 3월부터 2020년 5월까지 1년 2개월 동안 발코니 안방 부분의 페인팅과 바닥 타일 작업, 발코니 거실 부분 페인팅, 화단 내부 페인팅 및 선반 스테인 작업, 창고 문짝 내부 필름 작업 등 총 4번에 걸쳐 직접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맨 처음 작업한 발코니 바닥 타일 작업 관련 포스팅은 네이버 메인에 올라서 조회 수 13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더 자세한 작업 일지는 제 블로그에 놀러 오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
거실 발코니 중 거실 부분의 예전 모습입니다.
현재 모습입니다.
건축가 유현준 님이 코로나 시대에 실내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활용할 수 있는 팁으로 발코니 공간의 조명 배치를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아파트의 1실 1등 배광은 건설사의 비용과 시간 효율만을 생각한 후진적 조명 문화의 핵심이며, 천장 한가운데서 중앙 집중적으로 내려 쏘는 방식보다 아래에서 위로 쏴서 천장에서 부딪힌 다음 공간으로 퍼지는 조명이 공간을 훨씬 더 아늑하게 만들어준다고 추천했습니다.
또한 광원을 거실 내에 두지 말고 발코니로 빼는 방식의 간접 조명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넓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도해 봤습니다. 조명이 실내에 있을 때는 아래와 같습니다.
조명이 발코니에 있을 때입니다.
조명의 위치에 따라 공간이 주는 느낌에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저는 스탠드를 겨울에는 실내에 두고 여름에는 발코니에 놔두려고 합니다.^^
3. 주방
할 말이 가장 많은 구역 중 하나입니다. 집안의 생활 공간 중 가장 밀도 있는 공간이자 화장실과 더불어 인테리어 공정이 가장 복잡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인풋을 담당하는 공간이 주방이라면 아웃풋을 담당하는 공간이 화장실이며, 특히 주방은 안전과 직결된 물, 불, 전기를 다 사용하는 공간이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축 아파트 평면은 점차 변화하는 주방의 위상(?)과 트렌드에 맞게 물리적으로 공간도 많이 할애하고 오픈하는 추세지만, 구축 아파트에서는 집안 전체 공간 대비 늘 좁거나 숨겨져 있었죠. 저희 집은 국민 평수이긴 하지만 주방을 숨길 정도로 공간이 넓은 것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아예 대면형으로 변경하기도 애매한 크기였습니다.
즉, 주방일 담당자가 나머지 식구들과 대면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면서 작업하는 모양새를 숨길 수도 없는 전형적인 강제 개방형(?) 주방의 모양새였습니다.
아래는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 때의 주방입니다. 지금 집에서는 이런 주방을 물리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나오지 않음에도 어떻게든 이때의 주방을 부활(?)시키는 것에만 집착한 것이 주방의 (개인적인) 실패를 불러온 요인이 되었습니다. 저 당시에는 주방의 너비가 5m 남짓이었는데, 구축 아파트는 3m라 누가 봐도 무리였는데 말이죠.
아래 사진이 지금 집의 주방입니다. 상부 장과 길게 쭉 뻗은 하부 장을 싫어하는데(!) 여러 번의 설계를 번복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싫어하는 구조로 하게 되었습니다. 상판 위에 뭘 올려놓는 것과 상부 장 다는 것을 모두 싫어하다 보니, 주방 벽을 다 키큰장으로 채우는 방안도 생각했었는데요.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살면서 두고두고 아쉬운 결정입니다. 저만 상판 위가 지저분한 것이 싫을 뿐, 제 취향을 아무 생각이 없이 편하게 살고 싶은 나머지 식구들에게 강요할 수 없...(...지만 현실은 강요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며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는데요. 거기다 아이들이 어릴 때 남편이 한 번에 최소 한 달인 해외 출장을 밥 먹듯이 다녀서 육아 독립군, 살림 독립군이 된 저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기 전부터 오직 살아남기 위한 생존형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제 기준에서 저는 미니멀리스트는 아닙니다. 오직 목표는 저 혼자 육아, 살림, 회사일을 관리하는 데 있어 막힘없이 순환되고 무리 없이 돌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활에 지장 없는 수준 이상으로 물건 수를 줄이기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회사일에 방해가 될 정도로 물건이나 해야 할 일이 늘어나는 것도 극도로 지양하는 편입니다. 싱크대 상판 위가 항상 청소하기 좋은 상태여야 하는 것도 10년이 넘은 오랜 강박에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음식을 요란하게 해먹고 떠벌렸어도 밤에는 반드시 배수구 거름망 내부까지 깨끗이 닦고 수세미와 행주를 삶고 가끔은 수전 헤드도 과탄산을 넣은 끓는 물에 넣어 소독하는 것으로 주방을 마무리해야만 다음날 밥해 먹을 준비가 바로 된다는 생각에 맘 놓고 쉴 수 있습니다.
원래는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운 귀차니스트이자 게으르니스트인데 엄마로서의 삶이 15년째 이어지다 보니 후천적인 변화지만 조금은 습관이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원목 상판은 시골집에서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써봤더니 좋아서 다시 선택했습니다. 저는 물건을 소중하게 모시고 사는 성격도 못 되는데요. 텃밭 생활 8년 차에 직접 키운 배추로 집에서 김장도 담그고, 싱크대에서 항상 과잉 생산(;;)된 텃밭 농작물 갈무리하느라 싱크 볼 주변에 홍수가 자주 나는데도 다행히 아직은 멀쩡합니다.
처음의 계획과 달리 1년에 한 번이라도 오일칠을 해주겠다는 약속도 한 번도 못 지켰는데 말입니다. 만약 상판이 썩기 시작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그 핑계로 싱크대 공사를 새로 하거나 아니면 아예 이사를 가거나(!).. 보다 큰 그림을 그려보고자 합니다...^^;
현재 저희 집 싱크대는 이케아와 사제의 조합입니다. 시골에서 아일랜드로 쓰던 이케아 하부 장을 개별 공사 당시 사제로 제작한 싱크대와 함께 연결 설치하였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 사제 업체에 이케아 하부 장의 치수를 최대한 자세히 전달하며 비규격으로 제작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업체라고 해도 이런 요구를 하는 소비자라면 흔쾌히 응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설치 과정에서 하자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공사 당시에는 그렇게까지는 헤아리지 못하고 포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하자 가능성을 오롯이 내 몫으로 떠안고 밀어붙이겠다.. 뭐 이런 비장한(?) 각오로 임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하부 장과 원목 상판을 모두 다 개별적으로 발주한 셈이 되었고, 원목 상판 업체에서는 상판을 하부 장과 결합만 시켜주고 상판과 벽이 만나는 곳의 실리콘을 쏴주지 않아서 실리콘도 제가 쏘고, 수전과 배수구도 제가 설치하는...아주 고난의 길을 자처하게 되었습니다.ㅠ
아래는 싱크대 설치 당시 사진입니다. 이케아 규격에 사제를 최대한 맞춘다고 맞췄지만, 어디가 차이 나는지 보이시나요?
딱 서랍 문짝 두께만큼 차이가 납니다. (이케아 내부 수납력의 사소하지만 큰 차이 중 하나를 이렇게 알게 됩니다.) 화이트의 이질감도 자세히 보면 눈에 띄고요. 이케아가 서랍 앞판만큼 더 튀어나오고 사제보다 푸른 끼가 없습니다. 혹은 이케아 하부 장이 살짝 더 노란 끼가 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요.
이 외에는 큰 차이가 없었고, 다행히 설치 시 하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차이가 눈에 두드러지는 부분은 추후 식탁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게 됩니다.
주방 공정에서 딱 떨어지지 않는 마감 라인과 화이트의 이질감 등 싫어하는 것들의 공격에 무방비로 당하다 보니 다음 인테리어를 할 때에는 이케아면 이케아, 사제면 사제 하나로 해야겠다는 너무나 당연한 생각으로 회귀하긴 했지만, 그때가 되면 이케아냐 사제냐는 좀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수납력이나 서랍의 레일 등 하드웨어에서는 동급 대비 이케아가 가성비 좋은 반면, 제가 상판을 최소화하기 위해 키큰장을 선호하는 성향이 지속된다면 주방 가전과 우리 집 공간에 딱 들어맞는 섬세한 설치를 위해서는 사제 업체를 통해 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케아 싱크대는 이케아 자체 규격에 집을 맞춰야 합니다.)
다만, 이런 덕지덕지 짜깁기 구성으로 좋았던 점은 필요한 시기에 이케아 하부 장의 서랍 구성을 직접 바꿀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기존의 서랍 구성이 왼쪽 1단, 오른쪽 2단이었습니다.
그러다 주방 수납을 한 번 싹 뒤집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이케아에서 필요한 부품을 더 구입하여 왼쪽 2단, 오른쪽 1단으로 바꾸었습니다. 이케아 막시메라 서랍은 반조립 제품으로 서랍 앞판과 본체를 끼워맞추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살면서 서랍을 바꾸는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싱크대 맞은편입니다. 예전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현재의 모습입니다. 여기에 냉장고를 놓기 위해 인터폰 스위치를 전기 공정 때 거실 벽으로 옮겼습니다. 냉장고는 컨버터블 냉장고를 냉장실로, 김치냉장고 위 칸을 냉동실로, 아래 칸을 김치/야채/쌀 보관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옆은 작은 팬트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 팬트리는 실제로 보면 나름 공간이 넉넉한 편인데 냉장고의 깊이 때문에 반은 숨겨지다 보니 거실 쪽에서 바라보면 잘 보이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이너스 옵션 아파트 시절 냉장고를 양옆에서 웅장하게 감싸며 엄청난 짐을 보이지 않게 수납해 주던 냉장고 장이 너무 아쉬웠고, 보이는 수납 자체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보이는 수납도 나름대로 운치(?) 있구나, 보이는 곳이니 재고 파악이 더 쉽고 항상 정리하게 되는 점은 좋구나, 정도로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김치냉장고 구입 전후로 큰 변화를 겪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사 온 직후에는 아래 사진과 같았습니다.
먹는 것과 관련된 행위에 일절 관심이 없는 저의 성향 탓에(;;) 성장기 중학생 둘을 키우는 4인 가정임에도 사진 속 냉장고보다 더 작은 용량으로도 잘 살았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남편이 텃밭에 많이 진심이다 보니 수확 주기별로 넘쳐나는 텃밭 작물 보관에 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고요(특히 김장ㅠ).
그래서 결국 2019년 11월 김치냉장고를 새로 구매하면서 전체적인 공간 구성을 현재의 모습으로 재구성하게 되었습니다. 모듈형 냉장고 세 대를 나란히 붙이는 게 예쁘긴 하지만, 실제로 냉장고를 사러 가서 보니 그 조차도 저한테는 공간 낭비, 돈 낭비인데다 무엇보다 구축 아파트의 좁은 공간에 허용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냉장고 고민만 6개월 정도를 하다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체 오와 열이 맞지 않는 두 냉장고를 나란히 붙여 쓰게 되었는데, 오와 열이 맞지 않는 것은 이미 싱크대 설치 당시부터 이골이 났기 때문에 예쁨을 완전히 포기한 자의 여유(?)를 장착하게 되었습니다.(...라고 2년째 정신 승리 중입니다;;)
다음은 씽크볼 주변의 before와 after 입니다.
씽크볼은 텃밭을 하기 때문에 넓고 깊고 옆면이 굴곡지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시골 집 지을 당시 백조 사각볼(Grand 860)은 이미 사용해봤는데 넓이보다는 깊이감에서 만족스럽지 않았고, 깊이가 되는 건(SQSR 780) 사각 모서리가 뾰족했습니다. 무엇보다 식기세척기 8년 사용자로 식기세척기도 포기할 수 없는데 설치 공간이 제한적이라 가로가 긴 싱크볼을 욕심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도요우라, 레지녹스 등 수입 싱크볼은 많이 비싸기도 했구요.
공사 당시 시간적 정신적 여유만 있었다면 미리 검색해놨던 아마존 씽크볼을 직구했을텐데..3년째 매일 주방 마무리할 때마다 씽크볼에 대한 아쉬움을 곱씹게 됩니다. 공사 당시 수전도 제가 설치해야 하다보니 예쁘고 비싼 수입 수전을 포기하고 가장 무난한 것으로 할 수 밖에 없었고요. 지금은 매일 저녁 물때 안끼게 닦아주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다음 인테리어 때에는 제 맘에 드는 것으로 꼭 설치하리라..다짐해 봅니다.
다음은 주방 수납 이야기입니다. 식기류 디바이더와 칼꽂이를 어설프지만 직접 만들어서 사용 중입니다.
자작나무 타공판을 직접 톱질하고 목심을 조각도로 깎아 만든 저희 집의 식기류 디바이더입니다. 하부 장 수납을 원래 서랍식을 선호하는데 싱크대를 이케아 하부 장과 섞어서 설계하느라 사제 하부 장의 서랍 사이즈도 죄다 비규격이다 보니 업체에서 소개해 주는 제품이나, 시판 제품을 아마존까지 뒤져봐도 딱 맘에 드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만들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목공에 관심은 많으나, 시골 살이 시절 남편이 싱크대 만든다고 목공 도구 다루는 거 직접 본 후 무서워져서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칼꽂이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서랍 사이즈 비규격, 내부 조리도구 수납도 비규격인지라 시판 칼꽂이 중 저희 집 상황에 맞출 수 있는 게 없어서 만들었습니다.
조리 도구 수납이 원래는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는데, 서랍 두 개에 나눠져 있던 것을 서랍 하나에 적층식 수납으로 모아 넣으면서 복잡해졌습니다.
칼꽂이의 재료는 다이소 명함꽂이입니다..^^; 별다른 방법 없이 그냥 조각도로 양옆을 계속 깎아내서 맞췄습니다. 아쉬운 대로 칼을 세워서 수납하면서 수납력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긴 했는데, 칼날이 수직으로 닿게 보관하면 빨리 닳는다고 해서 벽에 자석 블록을 붙여서 보관해야 하나..요즘 다시 고민 중입니다.
주방 셀프 공사의 마지막 주제는 '분전함 리밸런싱'입니다. 주로 메인 차단기 용량이 허용하는 한에서 주방 구역 개별 차단기를 승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즘 주방에 소비 전력이 높은 가전들이 몰리는 추세이니 전기 공정 시 한 번 점검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희 집은 공사 때는 모르고 있다가 살면서 세탁실에서 세탁기나 건조기가 돌아가고 주방에서 가전 한두 개 정도 같이 돌아갈 때 자꾸 차단기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서 점검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존 주방 차단기의 용량은 20A였지만, 다행히 집의 메인 차단기 용량이 50A여서 주방 차단기를 30A로 승압할 수 있었습니다.
4. 세탁실 발코니
북쪽 세탁실 발코니의 심각한 결로와 곰팡이는 정남향 판상형 구축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실 것 같습니다. 저희 집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곰팡이 제거 후 셀프로 덤프록을 칠했었으나, 제가 잘못 칠한 탓이었는지 근본적인 환경 개선이 되지 않은 탓이었는지 이사 후 다시 스멀스멀 곰팡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곳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 많은 고민을 한 결과 인슈텍스를 시공하기로 하고 LG에서 기사님들을 불러 비용을 지불하고 세탁기와 건조기을 들어냈습니다. 인슈텍스는 곰팡이 방지용 특수 도료로 일반 결로 페인트와 달리 텍스처가 생크림이나 머랭 친 계란 흰자의 느낌입니다.
그래서 붓이나 롤러로 시공하는 것은 힘들고, 균일한 두께로 시공하기도 힘듭니다. 저는 인슈텍스 셀프 시공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 이해한 건지 고무장갑끼고 슥슥 바르면 된다고 생각해서 1차로 발랐다가 완전 망했고요..ㅠ
남편이 흙손이를 사다가 그 위에 2차로 펴 발라서 마무리했습니다. 덕분에 두껍게 발리긴 했지만, 저 때가 4월 초인데도 밤에는 춥고 특히 저 세탁실은 습도도 너무 높아서 중고로 히터를 급조해서 말려야 했습니다.
인슈텍스를 바른 부위는 아래 도면 상의 빨간 선 부분, 즉 발코니 중 순수하게 외벽 부분과 천장 중 창호에 접하는 부분에만 발랐습니다. 인슈텍스 자체가 좀 비싸기도 하고, 덤프록을 칠하던 2019년 1월 당시 발코니 중 빨간 부분(=순수 외벽)과 주방 및 침실에 면한 벽(내측벽)의 페인트 건조 속도가 확연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내측벽은 건조가 잘 되는 반면 빨간 부분은 줄줄 흘러내렸죠. 지금 생각해 보면 덤프록이 흘러내리는 걸 보면서도 그때 왜 히터 구매할 생각을 못 했었나 싶습니다.
인슈텍스를 칠한 후에도 너무 이것만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서(인슈텍스 효과를 알 수 없는데 곰팡이가 생길 때마다 돈 주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넣었다 뺐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세탁기와 건조기를 원래 자리로 넣지 않고 아예 세탁실 중간으로 빼버렸고, 창문도 계절 상관없이 항상 조금은 열어놓고 있습니다. 결로와 곰팡이에는 환기가 관건이니까요.
지금 집에서 3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인슈텍스 시공 이후 결로와 곰팡이는 단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인슈텍스를 칠한 벽을 만져보면 확실히 냉기와 습기가 덜합니다. 벽을 만졌을 때의 축축함과 뼈가 시릴 정도의 냉기는 인슈텍스가 60% 정도는 막아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인슈텍스는 단열재가 아니기 때문에 이걸 발랐다고 발코니에 단열 효과가 나거나 따뜻해지는 게 절대 아닙니다.(곰팡이 방지가 아닌 단열을 원하시면 단열 공사를 하셔야 합니다.)또한, 결로와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 중 인슈텍스 시공이 제일 좋다고 추천하지도 않습니다. 결로와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공에는 이보드나 아이소핑크 붙이기, 단열 벽지 붙이기, 인슐레드나 덤프록 칠하기 등 다양한 방법이 있고 저는 제 판단에 의해 그 중 하나를 선택한 것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슈텍스를 칠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환기를 병행했기 때문에 결로와 곰팡이가 안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인슈텍스를 칠하지 않고 창문만 살짝 열어놔도 곰팡이는 안 생길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결로는 생기는데 결로에서 곰팡이로 발전하지 않을 것 같아요. 한파가 정말 심할 때는 인슈텍스 벽면 위에도 결로가 아주 조금은 맺히거든요. 전 한파가 심하건 말건, 1cm 정도 열어둔 창문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한편, 세탁기와 건조기가 발코니의 가운데로 나오고, 김치냉장고 구입으로 밖으로 쫓겨난 팬트리가 차지하고 있는 현재 세탁실의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5. 안방
안방의 예전 모습입니다. 구축 아파트의 안방은 보통 거실에 맞먹을 만큼 광활한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재택근무자로 작업실이 반드시 있어야 했기 때문에 취향이 아닌 생업의 이유로 안방에 가벽을 세워 공간을 분할했습니다.
가벽과 함께 평상 침대도 작업했고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거의 킹사이즈에 준하는 넓이로 나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침대가 보이는 것이 좋은 배치는 아니지만, 남편과 스케치업으로 붙박이장, 침대, 작업 공간을 이리저리 배치해봤을 때 이게 가장 공간 활용도가 좋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재 모습입니다. 한 프레임에 전체 공간을 다 잡기에는 화각이 충분히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는 각 공간 모두 답답하지 않습니다.
작업실의 초기 모습입니다.
작업 환경이 조금 더 갖춰졌습니다.
작업실의 현재 모습입니다. 확실히 살다 보면 물건이 늘어납니다.
안방 붙박이장의 구성은 평이한데, 이번에는 청소기 장을 따로 짜 넣었습니다. 로봇 청소기가 드나들어야 하기 때문에 청소기 장만 걸레받이가 없습니다. 이빨 빠진듯한 모습이 예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네요.
당시에 생각 못 했으나 최근 생각이 미친 지점은 이왕 걸레받이 빼는 거 문을 닫아도 로봇 청소기가 잘 드나들 수 있게 문 길이를 나머지 붙박이장 문짝 하단에 맞추는 것이 아닌 로봇 청소기의 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이쁨과는 더욱 멀어지게 되겠지만 확실히 더 편리할 것 같습니다. (정작 살아보니 저는 집안에 거의 상주하기 때문에 로봇 청소기를 잘 안 쓰게 되네요.)
장 내부입니다. 청소기 장 상단의 바구니들에는 물걸레 청소기 걸레 및 각종 청소기 부품과 가전별 사용 설명서들이 모여 있습니다.
6. 안방 화장실 & 파우더룸
사실 화장실도 난이도 높은 공정이라 처음부터 신경 써야 하는데, 예산의 압박으로 마지막까지 화장실 공사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로 고민하다가 철거 당일에서야 급 철거를 하면서 밀어붙인 공정입니다.
따라서 실력 있는 기술자분을 섭외하지도 못했고 타일도 도기도 너무 급하게 발주하는 바람에 4번의 인테리어만에 처음으로 망한(?) 공정이 되었습니다. 그냥 보여도 안 보인다 생각하고, 맘 비우고, 부지런히 청소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안방 화장실의 예전 모습입니다.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 중 청소 도구는 아래 사진처럼 보관하고 있습니다.
샤워 부스 쪽입니다.
안방 화장실 공간도 화장실 자체보다 입주 후 셀프 시공으로 공간을 계속 바꿔온 이야기가 깁니다. 우선, 2019년 12월 개별 공사 당시 화장대 바닥에 폐타일에 모자이크 타일 붙이기를 시도했습니다.
2019년 12월 작업하다 못한 부분을 이사 후 4개월 동안 방치하다가 2020년 3월에 마무리합니다.
파우더룸 서랍 하부에 타일과 필름 작업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체리색이 싫어요;;)
살면서 작업하는 게 훨씬 힘듭니다. 보양할 게 너무 많아서 메인 작업보다 부대 작업에 에너지 소모가 더 큽니다.
줄눈을 넣었고
서랍 내부도 필름으로 덮습니다.
그렇게 화장대 공간의 벽과 바닥과 서랍의 체리색 죽이기를 완료했습니다.
비포 사진 잠시 나갑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안 그래도 좁은 공간인데 물건 찾으려고 문을 열면 더 좁아지고, 문을 열 때마다 체리색이 너무 두드러지다 보니 스트레스 받아서 문짝을 떼어버렸습니다.
문짝을 떼버리자 보이게 된 내부 서랍도
속속들이 필름 작업을 했습니다.
붙박이장 입구는 안 입는 옷 중 색감과 느낌이 비슷한 것을 모아 빈티지(?) 커튼을 만들어 가렸고, 화장실 입구는 원래 유리문이 달려있었으나, 최근 경첩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떼어내고 샤워 커튼을 달았습니다.
안방 화장실과 화장대 공간을 작업실 책상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무척 작은 공간인데, 지난 만 2년간 어설픈 제 손길이 가장 많이 간 공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7. 공용(거실) 화장실
주로 아이들이 사용하는 공간이고 전실을 향해 창문이 나 있습니다. 예전 모습은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현재 모습입니다. 역시나 특별한 컨셉 없이 무난하게 바꾸었습니다.
여기는 창문이 나 있으면서 욕조가 있는 공간이라 추울 때를 대비해 힘펠 휴젠뜨를 설치했는데, 제가 공용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는 데다 스위치로만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스위치로 전원을 켠 후 다시 리모컨으로 제어해야 하다 보니 귀찮아서 자주 안 쓰게 되었습니다. 작동시키면 확실히 내부가 빨리 따뜻해지긴 합니다.
(개별 공정으로 힘펠 휴젠뜨를 설치하시는 분들은 힘펠을 통해 설치 기사님을 직접 부르시거나, 도기 설치 /조명 설치 등 적당한 공정 기사분께 부탁한 경우 제대로 설치가 되었는지 천장 점검구 내부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간혹 천장에 타공해서 제품을 달아만 놓고 천장 내부의 자바라를 연결하는 진짜 설치는 하지 않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8. 아이방 & 발코니
개별 공사 당시 아이들 방은 솔직히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1년이 다르게 성장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한 게 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공사 당시에는 그럴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사 온 직후에는 침대만 겨우 사놓고 그럴 나이가 아닌데 뽀로로 밥상을 책상 삼아 지내다가(^^;) 점차 책상도 사고, 무지주 선반이다, 타공판이다, 책상과 침대에 간접 조명이다 이것저것 추가 설치를 하며 방의 모양을 서서히 잡아 나갔습니다.
그러다 작년 코로나 때문에 원격 수업을 위해 남편이 아이 한 명당 pc 본체 + 듀얼 모니터+ 웹캠+블루투스 스피커+각 방 인터넷(공유기)을 설치해 주면서 비로소 중학생 방 다워졌습니다(?).
다만, 인테리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서서히 만들어온 공간이다 보니 침대 따로 책상 따로 침구 따로.. 톤 앤 매너가 전혀 맞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깔맞춤 스타일링을 했더라도 사춘기 아이들 방은 '치외법권(;;)' 구역이자 '쌩얼(;;)' 그 자체이기 때문에 미적인 부분은 맘 편히 지나갈 수 있는데, 살다보니 기능적(설비면)에서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전기"였습니다.
요즘은 아이들도 어른과 똑같이 아니 어쩌면 더 많이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공사 당시 이 부분을 생각하지 못했다 보니 아이들 방마다 어느 구석은 멀티탭과 전선이 많이 얽혀있습니다. 다음에 인테리어를 하게 되면 다른 건 몰라도 아이들 방에 콘센트는 빵빵하게(?) 넣으려고 합니다.
딸 방의 예전 모습입니다.
현재 모습입니다. (중학생을 키우는 부모라면 아시겠지만, 평상시의 모습은 아닙니다..^^;)
아들 방은 예전 모습의 전체 샷이 찾아봐도 없네요. 어차피 아들 방 변화의 핵심은 붙박이장이라서 붙박이장의 예전 모습으로 대신합니다. 이런 붙박이장 문을 열면..
이렇게 공간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이라면, 내부도 다 철거하고 이케아 보악셀과 같은 시스템 선반을 넣어볼 텐데 공사 당시에는 살릴 수 있는 건 최대한 살리는 게 예산을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별 공사 이후로는 이렇게 지내다가 아들이 물건 꺼낼 때마다 문을 열고 닫는 게 불편하다고 해서 여기도 문짝을 다 떼어냈습니다.
내부는 벤자민무어 스커프 엑스로 칠하고 바닥에는 이케아 룬넨 데크를 깔았습니다. 페인트는 기존 가구의 기본 색이 체리색이라 젯소 3회+ 페인팅 3회로 도장했지만, 따로 바니시 처리하지 않아도 내구성이 벤자민 일반 페인트에 비해서 더 견고한 느낌이 있습니다. 또한, 룬넨은 전지 가위로 자르면 잘 잘립니다.
현재의 모습입니다. 북향 방이라 붙박이장 문짝을 떼어내면 혹시 추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냉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들 방 발코니 2개는 작년 4~5월 경 작업했습니다. 살면서 시선도 잘 안 가는 곳이고 셀프 시공하기에 난이도가 부담없는 장소라 주말 하루 날잡고 페인팅을 후딱 해치웠습니다.
예전 모습입니다. 이렇게 짙은 체리색에 둘러쌓여 있을 때에는 벽 탄성이 상대적으로 흰 색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공사를 하고 나니 어찌나 탄성 색깔이 두드러지는지... 그러나 그렇다고 다시 개별 공사에 돈을 들이는 건 또 왜 그리 돈이 아깝던지..;; 결국 셀프로 어찌어찌 다 해내긴 했지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는 옵션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젯소 2회 + 핸디코트 2회 + 페인팅 2회로 마무리하고 새시 유리에 붙어있던 뽁뽁이도 제거하고 블라인드까지 달고 난 후의 모습입니다. 현재도 이 모습으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유독 지금 집에서 사는 만 2년 동안 셀프 인테리어를 지속해온 이유, 아니 결혼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4번의 인테리어에 취미 이상으로 빠져든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결혼하고 처음 인테리어에 눈뜨게 되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재택근무 및 살림과 연년생 남매 육아를 대부분 홀로 감당해야 했던 시절 취향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인테리어에 초점이 맞추게 되었습니다. 외줄 타기 하는 심정으로 살림, 육아, 회사일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면서도 스스로 정신적인 휴식을 얻을 수 있는 도구로서의 인테리어를 추구했던 것이죠.
즉, 예뻐지기 위해 안 예뻐져야 하고, 게으르기 위해 부지런해져야 하고, 깨끗해지기 위해 더러워져야 하는 일련의 아이러니한 과정을 통해 1) 일종의 '자기 파괴의 희열'을 느낄 수 있고, 2) 정신노동에 치우쳐있는 삶의 무게 추를 육체노동을 통해 균형을 잡는 동시에, 3) 복잡한 멘탈을 정돈된 공간이라는 피지컬로 동기화 혹은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인테리어에 계속 진심인 이유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시청한 어느 유튜브 영상에서 건축가 유현준 님이 "공간은 물리적 조건이 아닌 기억의 총합"이라고 하시더군요. 집이라는 공간은 내가 살아온 삶의 기억의 총합이기 때문에 단순한 물리적 환경이 아닌 어떤 기억을 만드는 공간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4번의 인테리어 끝에, 만 2년에 걸친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이제서야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같은 느낌인 저는 "오늘의 집"을 통해 지난 3년간 저의 셀프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되돌아보고 "내일의 집"을 준비할 수 있는 밑바탕으로 삼으려 합니다.
지금 집에서 3년째 살면서 만 2년간 계속 셀프 시공을 해온 이야기들을 담으려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여러분들만의 기억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만들어가시기를 희망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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