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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이사만 열한 번, 프로 이사러의 복층 오피스텔

원룸&오피스텔

8평

홈스타일링

싱글라이프

안녕하세요! 지난번 집들이 이후 일 년이 조금 더 지났네요. 

다들 잘 지내고 계시나요? 예상치 못한 일로 일상이 뒤집힌 요즘에 적응하셨나요? 아니면 버티고 계시나요. 그때는 마스크 안 끼고 콘서트도 가던 때였는데 이제는 불과 일 년 전의 삶이 전생처럼 느껴지네요...

휴학생 신분으로 일을 하던 저는 편입을 해서 저보다 4살 어린 친구들과 수업을 듣는 화석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프로 이사러라는 이름값하려는지 그사이 저는 이사를 두 번 더 했습니다. 이번에는 이사가 일상인 저의 11번째 집을 소개해드려요:)

⚡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열한 번째 집을 선택하기 전까지 세 개 동네의 총 열한 개의 집을 봤어요. 저처럼 여러 집을 보신다면 양해를 구하고 동영상 촬영을 하는 거를 추천해 드려요. 급하게 집을 둘러볼 땐 놓쳤던 부분도 동영상으로 찬찬히 보면 자세히 보이더라고요. 더 디테일한 집 구하기와 이사 팁은 저의 지난 글을 확인해 주세요!

처음 입주하는 신축 빌라부터 1970년대에 지어진 오피스텔까지 다양한 곳을 봤는데 최종 선택은 준공 10년 차 되는 복층 오피스텔이었어요.

처음 동네 구경을 하는데 편의점 밖에 1.5L짜리 생수 묶음이 쌓여 있는 걸 보고 '아 여기 1인 가구가 많은 곳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실제로 살아 보니 대학가가 아님에도 오피스텔촌이어서 1인 가구에 필요한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었어요. 

집 구조는 8평의 조그마한 원룸이지만 퀸 사이즈 침대가 딱 들어가는 다락이 있어서 공간 분리가 되고 층고가 높아 탁 트여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일반 아파트의 층고보다 높고 큰 통창이 있어 채광도 너무 훌륭했고요. 그렇지만..... 복층 살아본 사람들은 다 저를 말리더라고요. 그래서 긴가민가 하다 직접 살아봤는데, 역시 장단이 뚜렷하더군요. 

이사 짬밥(?) 덕에 저는 짐 싸기 마스터가 돼서 용달 기사님께 칭찬도 받았어요. 십 년 넘게 원룸 이사 전문이신데 이렇게 짐 싼 사람 처음 보신다면서. 껄껄... 이런 기술 습득할 필요가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단프라 박스라고 검색하면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박스를 살 수 있는데요. 저는 이사를 자주 다녀서 몇 개 사서 쓰고 있어요. 사용 후엔 해체해서 침대 밑에 보관을 해요. 꼭 이사 용도가 아니라도 계절 옷 보관할 때 유용합니다!

처음 한 달간은 위층에 매트리스 하나, 아래층에 책꽂이, 행거, 책상만 두고 휑하게 살았어요. 사실 이번에 이사하면서 가구를 제작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 가구도 일부 팔고 왔거든요.

가구 제작 전에 재료 구경하러 자재 라이브러리에 다녀왔어요. 하루 입장료 만 원 정도를 내면, 정말 다양한 내외부 마감재를 구경하고 실제로 조합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는 홍대에 있는 콩크라는 곳을 갔는데 비슷한 곳이 두세 곳 있더라고요. 갔을 때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들도 학생 분들도 많았어요.

정말 눈 뒤집히도록 멋진 재료들이 많았지만, 예산의 압박으로 라왕 합판을 골랐어요. 합판 가격이지만 멋진 나뭇결을 느낄 수 있어요. 원래는 건축자재지만 요즘은 카페에도 가정집에서도 많이 사용하시죠.


가구 제작 가정을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디자인-재단 도안-목공소 재단-조립-마감'의 과정이에요. 목공소에서 도안대로 재단되어 오면 사포 칠 후 전동드릴과 목공 풀로 조립하고 오일로 마감했어요. 저는 처음 가구를 만들어 보는 거지만 미술을 전공해서 목공 경험이 서너 번 있었고, 유튜브와 목공 카페를 열심히 찾아보고 도전해봤어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소파 밑에는 수납공간을 구성했어요. 세로축은 단순히 수납을 나누는 기능뿐만 아니고 위의 하중을 지지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수납공간 구획에 변화를 두어 조금 재미난 디테일을 추가해 보았어요!


좁은 원룸에서 조립할 때 저어어어엉말 힘들었지만 완성되고 나니 마음에 쏙 들어요! (두 번 정도 찐으로 울고 싶었지만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가구 셀프 제작 글을 올려볼게요:) 영상도 찍었지만 저도 업로드 일은 몰라요. 언젠가는 제가 편집을 하겠죠...?

스펀지 역시 나무처럼 사이즈대로 재단해 주는 곳에서 주문했어요. 따듯한 나무의 색감과 차가운 파란색 스펀지의 색감 대비가 멋있지만 먼지가 너무 달라붙어서 흰색 커버를 맞춰서 사용했어요.

자세히 보시면 알아차리시겠지만, 왼쪽의 긴 3인용 소파, 오른쪽의 1인용 소파, 벽 패널, 쿠션은 다 따로따로 분리가 돼요. 주거 공간의 변화가 잦은 저의 상황을 반영해서 디자인했어요. 앞으로 분명히 또 이사를 할 텐데 그때는 집 구조가 어떨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완성된 거실이에요. 비록 원룸이지만 자는 공간과 생활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는 게 복층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큰 가구 소파가 완성되니 나머지 소가구들과 장식들은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를 찾았습니다.

아! 저 이케아 종이 등은 제가 지난 집들이 때도 소개한 가성비 최고! 조명이에요. 복층 오피스텔은 층고가 높아서 의자 위에 올라가서는 턱도 없더라고요. 관리실에서 대형 사다리를 빌려서 교체했습니다. 저는 전동드릴이 있는데 관리실이나 주민센터에서도 빌릴 수 있답니다.


사실 공간이 분리가 된다는 건 단점도 되는 거 같아요. 계단 내려가는데 삼십 초밖에 안 걸리지만, 그게 귀찮더라고요. 밤에 불 끄고 누우면 물 마시고 싶어도 꾹 참습니다. 술 많이 마신 날에는 그냥 일층 소파에서 자기도 해요.

계단과 상단의 공간은 수납도 되고 장식장의 역할도 하는데, 사실 실제로 살면 꽤 불편해요. 사진에는 잘 나오네요. 이 오피스텔에서는 보일러/실외기실에 접이식 사다리가 있어서 위의 물건을 넣고 뺄 수는 있는데, 살면서 딱 네 번 꺼내 보았네요. 

도어 후크는 추천 아이템이에요! 저는 자주 제품을 이용하는데 더 저렴한 상품도 많고, 수납이 부족한 원룸에는 필수품이라 이사할 때마다 같이 다니고 있어요.  욕실에도 있는데, 갈아입을 옷을 잠깐 걸기도 하고, 드라이기를 더스트 백에 넣어서 후크에 걸어 보관도 합니다. 

좁은 공간이지만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공간을 바꾸기도 해요.

이렇게 공을 들였던 공간이지만 저는 사실 이곳에서 이미, 또! 이사를 나왔습니다. 이곳에서 짧은 기간을 살았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나 유튜브 잘되면 퇴사할 거야!라는 온 국민의 농담을 현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영상을 찍었고 틈이 생기는 주말이면 스스로를 위한 요리도 했어요.

오랜 시간 짝사랑했던 전공을 포기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내가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 같고, 과거의 내가 했던 노력이 현시점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후회하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어요. 덕분에 다시 하고 싶은 공부를 찾고 편입도 했죠. 그래서 본가에 다시 들어가게 됐고요.

누군가는 잠시 머무른 공간에 정성과 돈을 쓰는 게 낭비고 사치라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을 임시로 사는 게 아니에요. 그곳에 한 달을 머물던, 오 년을 살던, 제가 휴식과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을 가꾸는 노력을 할 거예요.

다시 본가에 들어가기 전 구축 아파트 리모델링을 제가 디자인해서 반 셀프로 진행했는데 아직 미완성이지만 이 이야기도 곧 들고 올게요. 이번에는 일 년 만에 말고 꼭 빨리 돌아올게요 🤙 그동안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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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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