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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이 보이는 오-래된 주택에서 삽니다"

단독주택

72평

리모델링

싱글라이프

안녕하세요. 서울 도심 한복판의 작고 조용한 마을 북촌에 터를 잡은 글쓰는 취미를 가진 젊은 남성입니다. 많은 도움을 받은 오늘의집에 올리는 첫 집들이인 만큼 정성스럽게 써 내려가려고요. 모쪼록 즐겁게 집들이 함께해주세요!

북촌의 우리집을 만나기까지

제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은 동네는 서울에서도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인 북촌이었어요. 오랜 시간 마을에 살아왔지만, 저만의 공간은 없었던 탓에 오랜 물색을 한 결과 북촌 한구석에 숨어있는 한 특이한 장소와 연이 닿을 수 있었답니다. 집 자체는 오래되었지만, 저만의 색채로 새롭게 물들이고 있는 공간이기도 해요. 어느덧 연을 맺고 입주한지도 6개월,  단순히 운이 좋아서 꿈을 이뤘다고 하기엔 이 집과 제가 서로 노력하며 닮아가는 기분이 들어요. 색다르고 남달랐던 셀프 공사+입주 경험, 집들이로 함께 공유드리고 싶네요!

작년 말, 저는 본래 살던 쪼끄만한 월세 주택 계약이 만료되었어요.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근처에 있는 모든 부동산들을 이잡듯이 꼼꼼하게 살폈답니다. 집주인의 사정으로 월세집에서는 나오게 되었지만, 이 동네 자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는 것은 녹록지 않았어요.

저는 이 일대에서 살아온지라 아파트나 빌라와 같은 공동주택과 성향이 맞지 않았지만, 서울 시내에서 예산 내에 찾을 수 있는 주거공간은 대부분 아파트나 빌라였어요. 집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이 고생길이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 같네요 :D 그래도 그나마 제가 쭉 살고 싶어하는 이 도심 속 작은 마을에 다양한 단독주택이 존재한다는 것이 다행이었달까요?  하지만 집탐사를 시작한 뒤에 저희는 꽤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어요.

북촌이 넓고 단독주택이 많다고 한들 엄두를 낼만한 조그마한 집들은 드물었고, 대부분 전통가옥이거나 으리으리한 대저택들인지라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었죠. 북촌 일대의 공간은 하나하나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그 안에서 거주를 하는 것은 영 쉽지 않은 일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덕궁 돌담길 끄트머리에 숨어있는 한 자그마한 단독주택을 만나고 말았어요. 소개해 주신 분께서는 조금 손봐야 할 곳이 많아서 젊은 사람들에게 들어가서 살라고 얘기하기 꺼려졌다는 말씀으로 소개를 시작하셨죠. 우리는 쭉 이 동네에서 지내면서 노후된 소형 주택들을 잘 손보아서 우리만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의 익숙했기 때문에 염려 반, 기대 반으로 집과 처음 마주했고, 곧 크나큰 좌절을 겪고 말았죠.

처음 마주한 집의 몰골은 손봐야 할 곳이 많아도 너무 많고, 어떻게 공사해야 할지 엄두가 안 나는 곳이었어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에는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집이라고 생각답니다. 겉모습만 봤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안 오는 상태였어서 거의 포기를 할 뻔 했어요. 

하지만 막상 내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저희는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럽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답니다.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 리모델링만 조금 신경 써서 하면 충분히 멋진 공간으로 만들 수 있겠다! 라고요. 아닌 게 아니라, 겉에서 본 것과 달리 집 내부는 벽체가 튼튼하고, 보일러와 배관이 탄탄하게 되어 있으며 구조가 아주 간결하고 넓었어요. 집이 이처럼 튼튼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다면, 나머지는 리모델링으로 꾸미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을 했죠. 

눈 대중으로 그린 도면

저는 집을 보고 온 그날 저녁에 본 것을 도면으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실측을 한 것이 아니라 낮에 두 눈으로 보고 온 것을 토대로 그린 거라 아주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크기와 가구를 어떻게 넣을지 정도는 상의할 수 있을 정도였죠. 심지어 사진에 나와있는 벽돌의 개수를 토대로 '이쪽 벽면에 벽돌이 스무 개 있으니까 이 방은 대략 이 정도 크기일 거야.' 하고 추측을 해가며 도면을 그렸답니다. 위 사진은 그때 즉석에서 그렸던 도면인데요, 놀랍게도 후에 실측했을 때 실제로도 오차가 별로 나지 않았어요! 계약을 하고 입주까지 4개월 동안, 이 도면을 보며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었어요.

도면에서 보시다시피 저희집은 옆으로 긴 편이에요. 아래쪽 공간은 창덕궁 후원과 비밀의 정원을 보고 있고, 도면의 위쪽 면은 집으로 들어오는 작은 골목길과 맞닿아있어요. 주거공간이 총 2층이고, 그 사이를 오고 가는 계단은 한쪽에 치우쳐있는지라 두 개의 층을 현관문만 공유하는 서로 독립된 느낌의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아직 채 공사를 하지 못한 옥탑 형식의 3층과 지하실은 이때는 존재하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도면에는 나와있지 않답니다.

1층에는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마당이 있고, 마당에서 바로 통하는 주 부엌이 있어요. 벽으로 나누어져 있는 방 2개와 넓은 침실, 그리고 화장실이 따로 있죠.

2층은 궁궐 후원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뷰와 널찍한 거실이 특징이고, 손님들이 오셨을 때 놀거나 이런저런 개인 취미를 즐기기에 특화되어 있는 공간이에요. 물론 제가 글을 쓰고 작업을 하는 서재와 비밀스러운 옷방도 존재한답니다. 도면으로 보시면 잘 실감이 안 나실 테니 지금부터 공간별로 집들이를 해보도록 할게요!

1층의 거실

저는 1층을 주거공간으로 쓰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영화관처럼 쓸 수 있는 거실과 아늑한 마스터 베드룸으로 꾸몄어요. 그리고 자잘한 옷방과 세탁 공간 등으로 꾸몄답니다. 마당과 부엌은 독립되어 있다시피 한 공간이라 가장 마지막에 손보기 시작했고, 마지막에야 완성되었어요. 

공사는 1층 거실부터 시작되었어요.

본래의 1층 거실 공간은 미닫이문 2쌍으로 공간이 분리되는 특이한 일자형 구조였어요. 오래된 미닫이문과 문틀, 그리고 빛이 잘 들지 않는 작은 창문들이 공간을 올드해 보이고 좁아 보이게 만들었죠. 이 느낌을 확 바꾸기 위해서 본래 이 미닫이문과 벽체를 모두 철거하고 하나의 큰 공간으로 쓰려는 욕심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막상 입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인테리어 공사비용이 넉넉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말았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벽체 철거와 새로 문을 만들거나 하는 식이면 업체에다가 맡겼을 경우 9000만원 가량의 견적이 나오더라고요. 미닫이문 벽체는 내력벽이라서 전문가를 불러서 보강구조물을 설치 않고서는 철거가 불가능했거든요. 저는 공사 단가와 부자재에 관해서 공부까지 해가며 머리를 굴려봤지만, 공사비용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뿐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어요. 그래서 눈을 딱 감고, 마음을 비우며 말했죠.

"할 수 있는 것들만 하자.  그리고 할 수 없는 부분은 어설픈 그대로 만의 느낌으로 갖고 살자."

그래서 일생일대의 셀프 인테리어 도전이 시작되었답니다. 사실 저는 이때까지 셀프 인테리어가 뭔지도 잘 몰랐어요! 아예 DIY형식인 손으로 직접 집의 구조를 바꿔가며 만드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걸 다 끝나고야 깨달았을 정도였지요!

셀프 DIY 인테리어로 가닥을 잡자, 1층 벽체 철거는 새로운 계획으로 바뀌었어요. 머리를 써서 1층의 자그마한 내력벽들을 그대로 살린 채 공간을 구성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쪽 벽체는 오히려 더 닫아버리고, 나머지 한쪽은 공간의 일부로 구성을 해버리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답니다. 

일단 계획이 세워지니 진행은 일사천리였어요. 침실 쪽의 미닫이문은 그 위로 셀프로 가벽을 설치한 뒤에, 예쁜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어요. 사실 저는 가벽을 만드는 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일 줄 알았는데 집중하니 2시간 만에 뚝딱 만들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엔 가벽이라는 게 하나도 티가 안 나서 무척 칭찬했답니다! (가벽을 만드는데 쓰인 재료는 심지어 2층 천장을 철거하면서 나온 합판과 각목이었어요! 재료비 절감!) 

슬라이딩 도어는 온라인 목재 사이트를 이용해서 크기 2200mm x 900mm의 호두나무 집성목을 주문해서 직접 만들었어요. 이 슬라이딩 도어는 사실 고민이 많이 들어간 부분인데, 요즘 카페에서 많이 쓰는 것처럼 두꺼운 원목 우드슬랩 슬라이딩 도어를 할지, 아니면 느낌만 살려서 저렴한 무늬목/필름시트지 슬라이딩 도어를 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선택이었어요.

우드슬랩으로 하면 멋있기야 하겠지만 너무 과할 것 같았고 (2000mm x 600mm가 넘는 원목은 보통 우드슬랩 테이블용으로 쓰여서 가격이 몇백만 원씩 나가요! 월넛이면 특히 더!) 필름시트지나 무늬목으로 하면 몇 년 안 지나고 바꾸고 싶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견고하고 이쁜 월넛 집성목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답니다. 슬라이딩 도어 레일이나 손잡이는 을지로에 있는 철물점에서 직접 사 와서 달았고, 덕분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어요. (원목 슬라이딩 도어로 견적을 받았을 때의 1/10의 정도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슬라이딩 도어와 가벽을 만든 뒤에는 1층 거실의 뒤편의 창문을 조적으로 막았어요. 조언을 해준 전문가말로는 완벽한 개인 영화관 공간을 위해선 TV를 벽걸이 하는 것이 필수라고 그래서 조적을 했는데, 벽돌 쌓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개인 영화관 같은 건 포기할 뻔했어요. 저 역시 가벽은 2시간 만에 후딱 만들어놓을 정도의 손재주가 있는데도, 창틀에 조적을 하는 건 땀을 뻘뻘 흘렸답니다. 이때 창문을 막은 것은 이쪽 창문이 궁궐 담에 막혀 빛과 바람이 거의 안 들어오던 창문이라 조금 쉽게 포기할 수 있었어요. (반대쪽에도 창문이 크게 나있어서 막길 잘한 것 같아요!) 덕분에 완벽한 개인 영화관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무척 만족스럽답니다.  

창문 우측 상단에 있는 나무 에어컨은 사연이 있는 물건인데, 무려 30년의 세월이 넘은 금성전자(현 LG) 초기 에어컨이랍니다. 아직도 빵빵하게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적으로 미적감각도 있는 물건이라 공사를 하면서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방의 일부처럼 꾸몄어요. 저만의 가장 행복한 공간인 영화관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앤틱한 소품인 셈이죠.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LG 휘센에서 인터뷰를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

소파는 이사 오기 전부터 이케아 소파베드(프리헤텐)를 너무 편하게 썼기에 교체 없이 그대로 활용했어요. (2층에도 똑같은 소파베드를 아이보리 색으로 새로 사 넣었을 정도랍니다.) 이 소파는 영화를 볼 때에 밑에만 쭉 잡아당기면 퀸 사이즈 침대로 변해서 발을 다 뻗고 보기에 좋아요. 에어컨 틀고 음료수를 사이드 테이블에 올린 뒤에 다리 척하고 올려서 편하게 누워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 천국이 따로 없는 정도죠! 소파의 긴 부분에는 이불이나 전기담요를 넣을 수납공간도 있어서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사람들이 여러 명 놀러 와서 영화를 볼 때에도 소파베드가 2개이기 때문에 넉넉하게 누울 수 있어요 :D

​1층 조명은 원래 있던 형광등을 떼고 레일등을 새로 설치했고, 원래 쓰던 스탠드들 + 이케아에서 파는 스마트 전구 조합으로 부분 조명을 완성했어요. 이케아 스마트 조명은 따뜻한 오렌지색에서부터 차가운 형광등 색까지 원하는 색으로 전구가 조절되는 것은 물론,  밝기도 세밀하게 조정되어요.  새벽녘에 이 조명을 촛불처럼 옅게 켜놓고 뮤지컬 영상을 관람하기도 하고, 밤에 아주 환하게 켜놓고 피자를 먹으면서 액션 영화를 보기도 해요. 

스피커와 조명 설치는 전부 다 직접 뚝딱거리면서 했어요. 조명과 스피커들도 사람 불러서 했으면 비용이 꽤 나왔을 텐데, 제가 전자기기를 좋아한 덕분에 혼자서 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더라구요. 덕분에 1층 거실은 큰돈 안 들이고 예쁘게 완성되었답니다!

저는 이 편안한 개인 영화관에 누워서 밤늦게 뮤지컬 영화나 공연 영상을 보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특히 넷플릭스에 최근에 올라온 25주년 레미제라블 공연 연상, 오페라의 유령 공연 영상, 테일러 스위프트 레퓨테이션 콘서트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행복해져요. 이 조명과 소파, 그리고 13방향에서 소리가 나는 음향 시스템이 합쳐지면 아이맥스 영화관이 부럽지 않답니다! 치킨을 뜯어먹으면서 플레이 스테이션이나 닌텐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덤! 영상 보는 것과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절 위한 특별한 선물이에요. 

1층의 침실

1층 침실은 본래 거대한 옷장이 4개나 들어가 있는 아주 좁아 보이는 방이었어요. 사실 침실에서는 옷장을 빼고 가구 배치를 새로 하는 것 말고는 건드릴 것이 없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옷방을 따로 계획해둔 만큼 옷장이 침실 안에 가득 들어차 있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낑낑거리며 옷장을 빼고, 페인트칠과 장판만 새로 한 뒤 가구만 들였더니 어렵지 않게 아늑한 침실이 만들어졌답니다!

침실은 셀프 DIY를 하면서도 가장 덜 고생한 공간이에요. 페인트칠과 형광등 교체 말고는 특별히 할 것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침대를 한샘에서 나온 맞춤형 침대로 골랐는데 기사님께서 미리 실측을 오시는 건 물론 설치까지 다 해주셨거든요. 덕분에 옆에서 구경만 하고 있는데도 이쁜 침실이 완성되었어요. 이 맛에 인테리어를 업체를 맡기는 것인가... 우리도 1부터 100까지 다 맡겼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요. (그런 생각이 들 만큼 당시에 공사에 시달리고 있기는 했던 것 같네요. 하지만 돈이 없는데 어쩌겠어요!)

침대는 이사할 당시에 막 한샘에서 론칭한 제품이라서 혜택을 좀 받고 좋은 가격으로 들여왔어요. 월넛 느낌의 재질과 호텔식으로 25단계 조절되는 조명, 핸드폰 충전단자를 비롯한 여러 전자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탁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서 매일 여행 온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잠들어요. 이사하면서 들인 가구 중에선 가장 비싼 가구 1순위지만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이번 겨울을 잘 나기 위해서 침대에 인공지능 온열매트를 하나 넣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답니다. 좌우가 온도가 다르게 조절되어서 여러명이 사용하더라도 자신한테 가장 잘 맞는 온도를 유지할 뿐만이 아니라, 핸드폰으로도 껐다가 켰다가 할 수 있어서 깜빡 켜놓고 나가도 안심이 되는 제품이에요. 생각보다 무척 후끈후끈 따뜻한데 전기세가 거의 안나와서 만족스러운 것도 덤! 그 전까지는 전기장판과 온수매트를 썼는데, 이번에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 침대 한 쪽씩을 나누어 차지하고 취향대로 꾸며서 써요. 저는 포켓몬스터 팬이라 대타 출동 인형을, 남편은 달과 새 모양 소품을 각기 올려놨네요. 평상시에는 잠들기 전에 읽는 소설책이나 게임기가 올려져 있는 경우도 많아요.

이 침대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한쪽이 먼저 잠들면 그쪽 조명만 끄는 것이 가능하고, 전기장판 같은 것도 양쪽에 하나씩 연결해서 온도조절이 각자 편한 대로 된다는 점에 있어요. 함께 살아도 꼭 잠드는 시간까지 같거나, 추운 정도까지 같은 건 아니니까요. 서로 다른 점도 배려해 주는 가구이기 때문에 아주 마음에 들어요.

1층의 대부분 소품들은 남편의 취향을 따라 새 모양 오브제 위주로 설치되었어요. 이 새 소품들과 관련해선 해프닝이 있을 뻔했는데요, 원목(월넛)으로 된 새 소품을 너무 갖고 싶은 나머지 8만 원짜리 새를 배송시킨 날이 있었답니다. 좀 비싸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 하고요. 그런데 그 새가 알고 보니 80만원.... 이었다는 것이 함정....  뭔가에 심하게 꽂히면 눈에 뭐가 씔수도 있는 모양이에요. 하마터면 얼마 남지 않은 공사 예산을 새 한 마리에 몽땅 털어 넣을 뻔했답니다! 호두나무로 만들면 새도 비싸져요!

공사를 하기 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본래 현관에서부터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구조였어요. 1층 화장실도, 세탁실도 모두 신발을 신어야 해서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죠. 이 공간을 나무계단으로 다시 만드느냐, 셀프로 카펫을 까느냐, 타일이니까 위에 덧방으로 원목마루를 까느냐로 한참 옥신각신했었어요.

결과적으로 선택한 것은 장판을 깔고 그 위에 러그를 올려서 깔끔한 세탁실을 만드는 것이었답니다. 장판은 1층과 2층을 다 합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어요. 그에 비해서 리모델링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고 생각해요!

세탁기는 본래 쓰던 물건을 가져왔지만, 이사하면서 제 로망인 깔끔한 세탁실을 위해서 건조기는 새로 구매했어요. 덕분에 아주 단정하면서도 자그마한 세탁실이 완성된 것 같아서 아주 기쁘답니다. 본래는 밀레에서 나온 드럼세탁기+건조기 세트를 들여놓고 싶었으나... 공사비용을 아끼고 아끼는 입장에서 사치를 부려서는 안되는 거겠죠 ㅠ? 하지만 언젠가는 들일 심산으로 사이즈를 짜 놓기는 했답니다! 이사하면서 들인 건조기는 국내 브랜드인데 아직까지는 대단히 만족스러워요. 용량은 조금 작지만 1인 가구 빨래 정도는 아주 뽀송뽀송 잘 말려져서 나온답니다. 생활을 편하게 만드는 필수가전 1순위라고 생각해요!

1층과 2층 사이

계단의 무엇보다 큰 변화는 중간 계단 창에서 일어났어요. 계단을 올라가는 방향은 아름다운 창덕궁 후원이 있는 쪽인데, 오래된 창문이 너무 작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사실 다른 부분들은 서울 어느 집에서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거지만, 계단을 올라가며 창덕궁 후원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이 집만의 특별한 점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그야말로 대공사를 감행해서 이 계단창을 바꾸어 놓았답니다.

바뀐 뒤의 계단 창의 모습은 넓어진 건 물론이고 창덕궁 후원의 풍경을 계단을 오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처럼 나누어주게 되었어요. 이 계단 창은 이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해요. 아침에는 햇살과 종달새의 노랫소리가 아리고, 밤에는 부엉이들의 날갯짓과 창덕궁의 고요한 달빛이 그대로 느껴지는 곳이거든요. 곳곳마다 카페 같고 갤러리 같은 이 집에서도 특히 미술관 같은 느낌을 많이 주는 공간이기도 하답니다. 물론 그만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어요....

벽을 잘라내고 주문 제작한 창문(섀시)을 넣는 것은 정말 보통 고역이 아니었어요. 특히 집의 외부를 구성하고 있는 적벽돌이 너무 단단해서 몇 번이나 까무러칠 뻔했답니다. 결국 사람 몸통만 한 거대한 파트너 커팅기를 대여 해서야 잘라낼 수 있었어요. 그 뒤에 사이즈에 맞게 제작된 창문을 넣고 마감을 하는 것은 오히려 쉬웠던 부분! 

보통 리모델링을 하면서 창틀(섀시)을 넣는 부분에서 공사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데, 이런저런 조언을 받아본 뒤에 이 계단 창만 창틀을 확장 및 교체 설치했어요. 나머지 창틀은 확장하기 위험할 뿐만이 아니라, 직접 할 수가 없어서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예정이었거든요. 요 부분이라도 직접 바꿀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직접 시공한 덕분에 비용은 40만 원 (주문 제작비용+공구 대여비용+마감자재비) 밖에 들지 않았답니다. 

이 작은 창문에서는 요즘 같은 계절에는 동화 속 세계 같은 창덕궁의 단풍이 그대로 내비치곤 해요. 봄에는 봄꽃이 만발하고 겨울에는 그림 같은 설경이 펼쳐지는 창덕궁을 개인 액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자 복이랍니다. 이 창틀을 그 고생을 해서 바꾼 게 덕분에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 되었어요.

창틀을 지키는 멋진 수사슴은 다른 사람들 앞에선 스코틀랜드의 비밀스러운 섬에서 주워온 척하지만, 실제론 인근 아름다운가게에서 2500원에 사 온 물건이에요. 우리집에서 가장 수호신 같은 모습으로 방문하는 모두를 내려다보아 준답니다. (계단 바로 밑이 현관이기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이 수호신을 올려다보며 들어와야 해요. 1층으로 가더라도요!)

이 계단참을 밝히는 조명 역시 입주하면서 공사하여 교체한 부분 중 하나에요. 사슴 머리 위와 사슴이 마주 보는 방향으로 각각 하나씩 달려있던 못생긴 형광등을 떼어내고 앤틱 느낌의 조명으로 교체했어요. 

이 조명들은 직접 을지로의 조명상가로 발품을 뛰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조명들을 찾아낸 것이에요. 사장님이 친절하셔서 저렴하게 사는 건 쉬웠지만, 조명을 설치하는 건 어려웠어요... 계단 꼭대기에 달려있는 조명들을 조립하고 나사를 박는 게 곡예수준이었거든요... 두꺼비집이 마당에 있어서 잘 연결되었는지 확인하러 마당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다를 반복해야 했던 것은 덤.... 

계단참의 한쪽 조명은 창덕궁의 그림 같은 풍경과 사슴 수호신을 비춘다면, 그 반대편 조명은 친할머님께서 써주신 글귀를 비추어요. 이 글귀에는 '무위진인 무의도인'이라는 글자가 쓰여있는데, 저는 이 글을 보며 매일 스스로를 돌아보곤 해요. 차별 없는 참 사람(무위진인)이란 곧 의지함이 없는 사람(무의도인)이라는 말은 참 여러 가지 생각을 건네는 것 같아요. 의지하지 않기에 차별하지 않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걸까요? 방문객을 내려다보는 수호신 사슴께서 쉬지 않고 올려다볼만한 멋진 글귀인 것 같아요.

계단참의 이런 구성은 긴 시간 동안 고심하여 선택한 것이에요. 계단을 오르는 길에는 위풍당당한 사슴을 놓고, 꼭대기에 오른 뒤에 돌아보는 방향에는 저 글귀를 놓은 것은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아놓은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저는 매일 그 의미를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곤 해요.

2층

대망의 2층 공간은 본래 2개의 큰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천장도 높지는 않은 2.3m 정도였고, 공간 구성을 살리기가 여러모로 어려운 상태였죠. 넓기야 엄청나게 넓은 2개의 방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아쉬운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대공사를 하게 됩니다....

 

천장을 뜯어내고, 벽을 허무는 대공사를 하고 난 뒤에야 2층은 완성되었어요. 이때 들어간 노력과 힘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에요. 천장을 뜯는 것도 직접, 벽을 허무는 것도 직접, 조명을 설치하는 것도 직접, 벽난로를 설치하는 것도 직접 했어요. 창문 밖의 추레한 차양막을 떼어내는 것도, 커텐을 달고 액자를 거는 것도 모두 직접 했답니다. 참 아름다운 2층 거실은 예술적 혼이 들어간 공간이에요. 모든 소품과 가구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서려있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층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가구인 거대한 우드슬랩 테이블이에요. 무려 4미터에 달하는 이 파격적인 월넛 테이블은 구매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든 것...이랍니다. 

이사하기 이전부터 원목 우드슬랩 테이블에 꽂혀있었어요. 이전 집에서도 1600mm 짜리의 작은 뉴송 우드슬랩 테이블을 다이닝 겸 메인테이블로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이사를 넓은 곳으로 하는 김에 그에 어울리는 멋들어진 테이블을 하나 들여놓겠다는 건 항상 꿈꿔온 일이었어요.

하지만 웬걸, 우리 눈에 예뻐 보이는 호두나무(월넛)으로 된 우드슬랩은 2m 정도의 크기만 되어도 수백만 원은 우습게 호가하더라구요. 그에 비해 저렴한 뉴송이나 레인우드 같은 경우에는 나무 품종이 크고 굵게 자라지 않아서 4미터는커녕 3m를 넘어가는 우드슬랩을 찾아보기도 힘들었어요. 주말마다 짬을 내어 전국의 온갖 제제소와 우드슬랩 판매장을 다니며 점점 지쳐갈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그러던 중 어느 목공소의 경매에 우연찮게 참여하게 되고, 때 마침 그 주에 발발한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경매에 참여를 못하는 바람에 다듬어지지 않은 4미터 20짜리 북미산 월넛 목재를 원가에 얻게 되었어요.. 그야말로 엄청난 횡재를 한 셈이죠. 

가까스로 이 어마어마한 목재를 서울로 데려온 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이 거대한 나무를 갈고, 닦고, 오일칠하고, 송진으로 자그마한 구멍과 크랙을 메꾸고를 반복했어요. 시중에 판매되는 우드슬랩 제품들은 대부분 우레탄 도장 마감이지만, 진짜 고급 제품들은 오일 마감을 3회에서 4회 정도 한다는 것을 알고서 상판 하판 모두 오일칠만 10회씩 했을 정도예요.

평생 쓸 가보이자 예술작품을 만드는 심정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덕분에 이 테이블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저만의 특별한 물건이 되었답니다. 단단한 호두나무 재질인 탓에 쉽게 손상이 가거나 긁히지도 않고, 작은 흠집 같은 것은 만들었던 방식 그대로 갈아내고, 오일칠을 하면 회복되어요. 여러모로 완벽한 가구인 셈이죠.

물론 이 끔찍한 무게의 물건을 2층까지 올리느라 죽을 고생을 한건 덤이에요. 창덕궁 쪽으론 사다리차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사람의 힘으로 직접 들어 올려야 했거든요. 어찌나 무거운지 친동생을 포함한 6명의 장정이 계단을 통해 올렸답니다..

이 테이블은 길이가 4m에 달하는 만큼 디너파티를 개최할 때도 아주 넉넉하고 (최대 15명까지 앉을 수 있더라고요!) 어떤 음식을 올려도 사진이 예쁘게 나온다는 멋진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들이 놀러 오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에 안성맞춤인 가구인 셈이에요.

사실 2층은 많은 면에서 파티를 개최하기 편하게 디자인되었는데요, 이는 손님맞이를 즐겨 하고 행사 기획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제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결과입니다 :D   

2층 거실의 입구가 월넛 테이블의 미려한 자태로 채워진다면 거실 안쪽은 우리집만의 특별한 두 번째 가구, 벽난로로 완성되어요. 서울 도심 속에선 찾아보기 힘든 이 집만의 특별한 풍경이죠.

이 벽난로는 공사를 시작하기 2달 정도 전에 남편과 함께 본 '작은 아씨들'이라는 영화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저는 '영화 다른 건 별로 기억에 안 남는데, 벽난로는 너무 예뻐서 기억에 남는다. 나도 '조'처럼 벽난로 앞에서 글을 쓰면 행복한 글을 쓸 것 같다'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곤 뚝딱뚝딱 가구 계획을 개편해서 벽난로를 설계했답니다..

이 벽난로는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예술가의 혼이 깃든 작품이에요. 벽돌과 시멘트를 섞어가며 새벽 4시까지 난로를 쌓아 올린 투혼이 없었더라면 결코 완성되지 못했겠죠.

공사 스케쥴이 상당히 빠듯했기 때문에 앞서 서술한 그 모든 공사를 하는데 2주의 시간 밖에는 주어지지 않았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대체 어떻게 해낸 건지 의문이에요. 특히 벽난로 같은 경우에는 철거가 끝난 뒤에 시작해서 장판을 깔기 전에는 완성이 되어있어야 했기 때문에 그 사이의 텀이 무척 짧았어요. 2층 천장과 벽 철거는 정말 끔찍하리만큼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장판을 깔기 3일 전에야 가까스로 철거를 끝낼 수 있었거든요. 도와주러 온 가족들과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일이었어요. 전체 공사 중에서 난이도로 따지면 벽난로 만든 게 2순위는 될 것 같아요ㅎㅎ (1순위는 부엌 만들기였어요.)

물론 이 벽난로는 실제로 목재를 때거나, 가스로 가동되는 정식 벽난로는 아니에요. 실제 목화 난로를 써본 다른 친구들의 말로는 '그건 가정집에서 쓸 물건이 못 된다. 장작을 쌓아둘 창고와 50평 짜리 마당은 있어야지 써먹지' 라고 하더라고요. 가스난로는 배관 공사 포함해서 수백만 원은 들어가는 물건이라 고를 수가 없었고요.. 대신 전기로 작동되는 전기히터식 난로를 설치했어요. 겉으로 보기엔 감쪽같은 이 멋진 난로는 요즘처럼 추운 아침에 방 전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아주 편리한 물건이랍니다! 

고생고생해서 만들어진 벽난로는 이젠 없었으면 어땠을지 상상도 안 될 만큼 우리집 고유한 풍경이 되었어요. 명절이나 파티날에는 다 같이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아서 윷놀이를 하기도 하고, 그냥 무료한 저녁에는 강아지처럼 벽난로 앞에 누워서 뒹굴하기도 한답니다. 밤에 불을 다 꺼놓은 채로 올빼미 소리를 들으며 벽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황홀한 경험이에요. 저는 벽난로가 주는 그 분위기 만으로도 옛날이야기 속에 들어온 느낌을 받곤 한답니다. 이 아늑하고 평온한 느낌은 다른 어떤 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우리집만의 고유한 분위기에요.

벽난로 위의 거대한 액자는 사실 2층 멀티미디어의 허브인 TV에요.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 된 TV 인지라 그날그날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림을 바꾸어 소품처럼 활용하고 있답니다. (1층은 영화 감상을 위한 화질이 우선인지라 LG OLED TV를 설치했고, 2층에는 벽난로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게끔 삼성 QLED 더 프레임 The Frame TV를 설치했어요. 둘 다 65인치 제품!) 

이 TV는 벽에 완벽하게 밀착하는 것은 물론, 테두리의 베젤을 액자와 똑같은 나무색으로 바꿀 수 있는 게 특징이에요. 평상시에는 예쁜 대형 그림 액자로 사용하다가, 필요할 때에는 TV로 활용할 수 있는 멋진 소품이죠. 스피커들은 1층의 영화관용 스피커들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벽난로 주변과 천장의 서까래들 사이에 교묘하게 5.1 사운드 시스템이 숨어있어요. 덕분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영화를 보기엔 2층도 나쁘지 않은 조합이죠. 제가 스피커를 오래 수집해온 음향 덕후인지라 남는 스피커를 조합해서 아주 이쁜 시스템을 만드는데 성공했네요!

TV 아래의 촛불과 솔방울 조명은 매일 저녁 6시부터 저녁 12시까지 딱 6시간만 켜지는 이케아 LED 조명이랍니다. 건전지로 작동하는 방식인데, 자동 타이머가 설정이 되어서 무척 편리해요. AA 건전지 2개를 넣고 1달 정도 쓰기 때문에 분위기를 내는 가성비 소품으로는 최고예요. 적극 추천!

특히 2층에는 여러 명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오락기기들이 TV에 연결되어 있어요. 닌텐도 스위치로 저스트 댄스를 여럿이 신나게 하거나, 노래방 기기로 노래를 부를 때 TV가 진가를 발휘하죠. 바로 옆집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창덕궁 후원 미공개 지역이기 때문에 큰 소리를 내어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어요. 물론 오밤중에는 후원에 사는 오소리와 여우들이 깜짝 놀라기는 하지만요. (가끔 새벽에 오소리와 여우를 볼 수도 있답니다!)

이 모든 멀티미디어 소품들은 벽난로 근처에 눈에 띄지 않게 꼭꼭 잘 숨겨져 있답니다. 친구들은 전자기기랑 벽난로랑은 잘 안 어울린대요. 그래서 눈에 띄지 않게 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죠. 

대부분의 시간에 놀라우리만큼 조용한 이 공간은 제게는 꿈의 놀이터이자 작업실이에요. 아침에는 소파에 누워 편안하게 쉬며 창덕궁의 노래를 듣고, 밤에는 벽난로를 켜고 재미있는 드라마를 봐요. 커피나 차 한 잔을 들고 창턱에 턱을 괸 채 밖을 바라보면 모든 시름과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조명을 몇 개만 켜놓은 채 잠들 때까지 서로 다른 책을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에요.

1층과 마찬가지로 2층의 소파 역시 퀸 사이즈 베드로 변하는 소파베드라서 종종 2층에서 잠을 청하기도 해요. 아침에 창덕궁에 드리우는 햇살과 새소리에 깨어나는 것은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희망을 선사하거든요. 잿빛 절망이 가득한 도심에선 쉽게 누리기 힘든 희망이라고 여기며 소중히 간직하는 중이에요.

이번 크리스마스 때에는 조금 공간이 넓어진 만큼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벽난로를 장식하기도 했답니다. 요즘은 오너먼트까지 다 셋트로 나오는 트리들이 많지만, 저는 무장식 트리를 골라서 직접 오너먼트를 골라서 달았어요. 아직 트리의 꼭대기를 장식할 별이나 산타모자 등이 다 오지 않았지만, 다음주면 장식이 끝날 것 같네요! 저희는 매년 오너먼트를 조금씩 더 모아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풍성하게 만들 생각이에요. 올해에는 처음인지라 조금 작고 부족하지만, 매년 추억과 함께 더욱 풍성해져 갈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2층의 거실은 2개의 큰 방을 튼 덕분에 햇빛이 많고 여유로운 공간이 되었어요. 저는 꼼꼼하게 구석구석 바람과 벌레를 막아주는 실링 처리를 했고, 친동생은 구석구석 고심해서 고른 페인트칠과 가구배치를 신경 써주었어요. 둘이서 어찌나 꼼꼼하게 했는지 걱정했던 벌레도 나오지 않고, 예상했던 것만큼 춥지도 않네요. 아마 궁궐 바로 옆이라서 여러 산신령들이 지켜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예요. 전원주택의 장점은 모두 다 가지고 있는 동시에, 아파트처럼 편하고 깔끔하니 제겐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간이에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장 신경 쓴 공간도 2층 거실, 가장 잘 완성된 곳도 2층 거실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천장을 뜯어내고 페인트칠을 하던 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6개월이나 지난 일이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여유 있게 창덕궁 후원을 바라보며 글을 쓰다 보면 크게 돈 들이지 않고, 직접 때려 부수고 설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얘기를 해요. 왜 아파트를 안사고 허름한 주택에 들어갔느냐고, 그때 아파트를 샀으면 지금쯤 몇억은 올랐을 거라고 말예요. 

하지만 설령 돈이 있어서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들, 그건 이 집을 만들어나가며 겪었던 수많은 모험과 위기, 저만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특별한 순간들을 단 하나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건 수억 만금을 준다고 해도 바꾸지 않을 저만의 것이라, 단 한순간도 이 집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어요.

2층 거실은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해요. 2층을 갤러리처럼 빼곡하니 채워주는 고풍스러운 그림들은 동생이 그려준 것이고, 다락을 미술관처럼 메꾸는 명화들은 제가 직접 맞춘 퍼즐들이에요. 멋진 호두나무 스피커 사이의 LP 판들은 오래전 부모님께서 모으던 것을 물려받은 것이고, 벽난로 위의 사자 조각상은 50년 전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그리스에서 가져오신 것이랍니다.

소품 하나, 가구 하나 이야기가 서려있지 않은 것이 없어서 이 공간은 저만의 느낌과 행복으로 가득한 곳이에요. 그리고 그 수많은 이야기들이 얽혀 만들어진 공간에서 계속 새로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이랍니다.

2층에서 거실과 서재를 나누어주는 중앙벽은 저희가 공사를 하면서 열려있는 공간으로 바꾼 특별한 곳이기도 해요. 특이하다면 집에서 가장 특이한 부분일 수도 있는 이 개방된 벽은 2층의 모든 공간을 열려있는 넓은 장소로 느끼게 해준답니다. 

저희는 1층에 요리용 메인 주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2층 주방은 간편한 바(Bar) 느낌으로 만들었어요. 친구들은 위스키를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위스키바 느낌으로 만들고 싶어했고, 저는 파티 호스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벤트 케이터링을 깔끔하게 할 수 있는 컨셉의 주방을 원했어요.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주방이 된 것 같네요!

사실 이 주방을 만들 때는 엄청난 고생을 했어요. 본래는 주방 정도는 업체에 맡겨서 하려고 했는데, 일정이 꼬이는 바람에 업체쪽에서 설치를 하는 날짜가 입주일로부터 3개월 이후가 되었거든요. 그래서 '까짓거, 직접 하지 뭐! 돈도 아낄겸!' 이라고 호기롭게 외치고, 주방을 만들다가 눈물까지 뽑았어요..ㅋㅋ 

2층 주방은 본래 주방이 없던 자리에 주방을 만드는 것이라서 어마어마한 난이도의 공사였답니다. 수도관을 끌어와서 수전을 만드는 것도, 배수구를 뚫는 것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엔간한 건 다 뚝딱뚝딱 해내는 저도 이때 만큼은 큰 좌절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답니다. 특히나 이케아 주방이...셀프로 설치하기엔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지라 (설명서에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한번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 많아요.) 정말 힘들었지요. 공사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도 마침내 2층 주방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였을 정도에요! 눈감고도 이케아 제품을 조립할만큼 재주가 있더라도, 주방은 반드시 사람을 쓰길 추천드려요...

2층에 있는 커피기계는 가까운 친구가 집들이 선물로 선물해준 것이에요. 바리스타인 이 친구가 사려깊게 건네어준 머신 덕분에 저희는 집에서도 여느 유명한 까페 못지않은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답니다. 전문가용이라 조금 과분하기는 하지만, 저 역시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걸 즐기기 때문에 아주 잘 활용하고 있어요. 아침에 뜨거운 커피 한잔 내려마시며 창덕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영화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답니다.

 

저는 어차피 1층 주방이 주요리 공간인데다가 이미 대리석 상판이 들어가있는지라 2층은 바 느낌을 살리기 위해 원목 (월넛) 소재의 상판을 골랐어요. 처음에는 1자형 주방으로 3m 를 만들었다가, 추후에 ㄱ모양으로 확장하면서 총 4.5m 의 주방이 완성되었네요. 업체를 통해서 진행했더라면 몇백만원 들었을 것을 직접 자재를 구매하고 설치해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어요. 몇년 뒤에는 베이킹용 아일랜드도 만들어서 쿠킹/베이킹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바꿀 생각이에요!

저는 파티 케이터링을 좋아하기 때문에 손님들이 오면 다양한 컨셉으로 음식을 만들기를 좋아해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음에도 2층을 바 컨셉으로 만든 것은 손님들에게 좀 더 멋진 경험을 선사해주고 싶어서랍니다. 이번 11월에도 친구의 생일이 있어서 대방어회와 어울리는 음식들로 저녁식사를 했었는데, 그 때 사진이에요! 2층 주방을 활용하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멋진 요리들이 나온답니다 :D 추후에 2층에도 아일랜드 조리대를 넣으면 좀 더 많은 요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비포 앤 애프터가 너무나 대조되는 공간인 서재 역시 이야기가 가득 깃든 장소 중 하나에요. 처음에는 창고 같기만 하고 허름했던 공간을 미장을 하고, 바닥 수평을 직접 다지고, 보일러관/열선을 깔고, 직접 만든 책장과 가구들을 들이니 제가 꿈에 그리던 완벽한 서재가 완성되었답니다. 저는 이 특별한 공간에서 제 마음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고, 그것 역시 이 집의 다채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되기엔 부족하지 않은 일이에요. (책장에는 제가 직접 쓴 소설들과, 직접 찍은 사진들로 만들어진 사진 앨범, 그리고 위스키 컬렉션이 자리 잡고 있답니다.)

이 공간의 원목 책상은 예전 집에서 메인 다이닝 테이블로 쓰던 것을 가져온 것이에요. 그 때는 이 테이블만 해도 되게 넓어보였는데, 이 집에 들어오니 또 한없이 작아보이네요.

서재는 아파트 구조로치면 베란다였던 부분을 확장한 것이라 많은 분들이 추울 것이라고 예상하시지만 의외로 따뜻하고 햇살이 많이 드는 공간이에요. 

서재 공사 역시 길게 다루고 싶은데 부족한 제 글 실력으로는 표현하지 못한 아쉬울 따름이에요. 

그토록 긴 이야기로 다뤄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개하지 못한 공간들은 너무 많이 남아있어요 집들이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다 보여드리지 못한 공간들이 이 조용한 집에는 많이 숨어있거든요. 도심에서는 꿈도 못 꿀 거라고 생각했던 마당의 바비큐그릴이나 3층 옥탑 테라스에서 마시는 맥주에 대한 이야기, 요리를 위해 꾸며진 1층 주방 역시 풀어내지 못해 못내 아쉬운 이야기들일 뿐이에요. 제 마음이 너무 많이 담겨있는 공간이라, 부족한 글 실력으로 풀어내려고 하니 한없이 긴 이야기가 담기게 되네요. 

우담은 분명 보시기에 어설플수도 있어요. 저를 닮아 마음이 들락날락하는 바람구멍도 있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나 싶은 아쉬운 점들도 분명 있을 테죠. 하지만 처음 공사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그대로 -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아쉬운 만큼도 저만의 모습이라 여기며 -  저희는 편안하게 살아가기로 했답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아쉬움은 아쉬움대로의 의미를 가져 채워지고, 풍족함은 풍족함 그대로 여운을 남겨 더욱 좋은 공간이 되어갈 거라 믿고 싶어요. 

마냥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내것으로 만들어내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또 큰 행운이 아니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큰 복인 공간인 것을 알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지라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내고, 받은 복을 세상에 되돌려 베풀 수 있는 만큼 베풀며 살아가려고 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계속 이야기를 채워나갈 소중한 공간, 우담에 첫 집들이로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D

앞으로도 더 좋은 이야기들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이만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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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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