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로 출근하는 부부의 농촌 힐링하우스, 아워포레스트
긴긴 장마입니다. 2층 침실 창가에서 지붕 징크로 툭툭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보금자리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주택 살이 3개월, 결혼생활 26개월 차 30cm 부부*와 견생 7년 차 뽀로리 인사드립니다. (*키 차이입니다.)
우리 부부는 시골 마을에 새하얀 상가 주택인 아워포레스트를 지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인 신랑과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저, 둘 다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살뜰하고 정직한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과감히 도전한 일입니다. 출퇴근 시간은 조금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훨씬 더 좋아진 시골살이를 소개할게요.
인테리어에는 영 소질이 없는 탓에 온라인 집들이로 우리 집을 소개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SNS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분들이 저희의 집 짓기 과정에 대해 궁금해하시고 좋아해 주셔서 그 과정도 살짝 보여 드리려고 해요.
집 짓기 전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답니다. 지금 집을 지은 동네에서 7살 때부터 자랐고, 친정 부모님도 5분 거리에 작은 주택을 지어 살고 계세요. 시골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다는 걸 보고 자라며 분명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고향을 떠나 동네가 조금 낯설어 진 게 사실이지만, 결혼 후 신랑과 한 번씩 친정에 갈 때마다 깨끗한 공기와 언제나 평온한 농촌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아워포레스트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뷰
신혼생활은 신도시의 한 빌라에서 시작했어요. 집값이 상승하는 추세에 떠밀려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주변 아파트를 매매하려고 알아보기도 했었고요. 집값의 반 이상을 대출받아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매매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야만 보이지 않는 세상의 원 안으로 들어갔단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으니까요.
다만 층간 소음에 예민한 신랑과 창문을 활짝 열어두기 좋아하는 저의 생활 패턴을 생각하면 우리 부부에게 아파트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수도권에서 아파트 이외에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죠. 제가 회사를 그만두면서부터 서울 근교에 집착할 필요가 없었고, 우리 가족에게 더 잘 맞는 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힘으로 집을
갖는다는 건, 저녁 메뉴를 고르듯 원하는 걸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 넉넉하고 호락호락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상당
부분은 포기하고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집 짓기, 좋은 땅 구하기부터 시작해요
사실 집 짓기의 반 이상은 좋은 땅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인지(대지), 시골이라면 너무 가까운 곳에 축사나 양계장은 없는지, 해가 잘 드는 곳인지, 조망권이 충분한지, 주변 도로가 깨끗하게 조성되어 있는지(…) 조건을 붙이자면 수십, 수백 가지도 말할 수 있답니다.
적극적인 모험가 스타일이 아니라면 전기/통신/수도/도로공사가 되어있는 타운하우스 등의 ‘대지’를 추천해 드려요. 잘 정리된 땅이 더 비싼 이유는 실제로 허허벌판을 개발할 때 큰 예산을 들여 각종 시설을 인입해야 하고, 또 그에 따른 여러 공정의 허가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막 시작할 때 집터의 모습 (다리 개발 후)
기초공사 전 옹벽 건설
저희는 모험가 타입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후자가 되었어요. 개천 너머의 맹지를 개발하기 위해 다리 건설, 도로포장, 옹벽 건설, 전기-통신-수도-정화조 인입… 생활에 꼭 필요한 모든 것을 직접 일구어냈습니다. 건물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토목 공사와 인입 공사에 많은 공과 예산을 들였답니다. 통신 전신주가 없어서 인터넷 사용이 어려울 뻔한 사연도 있었지요. ^^;
적절한 운과 충분한 정보가 필요한 설계-시공
집 짓는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평당 기준으로
건축비를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순수 건축비를 제외하고도 설계비, 개발비, 각종 세금, 위에서
언급한 토목 공사 비용을 따져보면 건축이라는 건 예상보다도 훨씬 웃도는 예산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또
이것은 땅의 모양이나 지역에 따라 엄청난 비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고 판단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답니다. 정말로 집짓기를 고민하고 계신다면 원하는 지역에 토지를 매매하고 직접 설계사나 시공사를 찾아가 보는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집짓기에 들일 수 있는 예산을 제시하면 그에 걸맞은 설계를 받게 되실 겁니다.^^
저희는 토지 취득
후 바로 건축설계사를 찾아갔습니다. 진심과 특별한 감각으로 일해주실
분을 만났고, 덕분에 건축비를 최대한 맞춰가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토지 상황이 평범하지 않았던 터라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건축 설계와 토목 설계 사무소에서 많이 고생하셨어요.
아워포레스트의 심플하지만 감각적인 외관과 실용적인 구조는 용산의 세 젊은 건축사님들, '이타 건축사 사무소(ETAA)'에서 설계해 주셨어요.
건축사를 통해 기초적인 정보를 확인한 후에는 거기에서 끝내지 않고, 각종 서적과 세미나, 건축박람회 등 배울 수 있는 루트는 최대한 확보하고 학습했어요. 집 짓기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신랑과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발에 땀이 나도록 조사하러 다녔습니다. 건축주가 아는 만큼 더 단단하고 내실 있는 집이 만들어지는 건 확실합니다.
각종 조사 후 자료 정리
시공은 두 곳의 견적을 받았는데, 결국엔 반 직영(?) 형태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가(정확히는 신랑이) 꼼꼼한 편이기도 하고 시공사의 의견만을 받아들이지 않는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직영공사가 더 잘 맞았어요.
직영공사의 장점은 각 공정의 재료비와 인건비를 비교적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예산 관리와 자재 품질 확인이 가능 하단 거예요. 대신 아주 심각하게 힘들었는데요.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지기도 했고 가족들, 시공사, 공무원 등 많은 이들과 얼굴 붉히는 일이 정말 많았어요. (이 부분은 사례마다 다릅니다!)
건축 막바지의 부대 토목 단계
알뜰살뜰 인테리어
주택 건축은 이미 설계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느 정도 결정됩니다. 설계사나 시공사와 협의하여 내부 공사까지 맡길 수도 있지만, 저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전부 직접 알아보고 진행했어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해서 사전 조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오늘의집의 컨텐츠를 비롯하여 각종 반 셀프 인테리어 사례를 모델 삼아 준비했어요. 을지로와 논현의 자재 거리를 수십번도 더 다녀오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답니다.
인테리어 중간 과정 및 완료 후의 모습
인테리어의 디테일에 따라 전체 건축 예산을 크게 줄일 수도, 늘릴 수도 있어요. 화려한 고급 주택은 아니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마음에 들게 만드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언제나 욕심, 욕심이 문제!
건물 내부 둘러보기
외부 출입구의 천창이 특별한 앵글을 선사해요. 답답할 뻔한 시야가 확 트였죠.
1층은 상가로, 2층은 우리 부부의 생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아직 계획 단계이지만, 요즘 부부가 느끼는 시골 만족도가 아주 큰 덕분에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하여 1층은 부부의 작업실이자 많은 분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인테리어 공사 준비 중인 1층 내부 모습
1층은 도장으로 마감한 후 아무것도 들여놓지 않은 상태예요. 지금은 마당 일을 할 때 필요한 각종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도 반 셀프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할까 하는데요. 곧 좋은 전문가분을 찾아보고, 진행하며 인테리어 기록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부부의 생활공간
2층의 생활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거실의 큰 창은 아워포레스트의 얼굴과도 같답니다. 연면적 60평의 내부 중 20평 남짓한 생활 공간이 좁아 보일까 염려한 건축사님들의 묘안으로, 사선으로 내려오는 높은 층고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커다란 창을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집이 넓어 보인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어요.
서쪽 메인 창 너머 벼가 심어지고 익어가는 모습, 눈앞의 산 능선으로 해가 지는 모습을 항상 볼 수 있어요. 계절이 가득 담기는 커다란 액자 덕분에 매일 새로운 기분을 만끽할 수 있죠. 큰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깔에 따라 집안 분위기가 달라진답니다.
저는 늘 식탁 겸용의 테이블 위에 노트북과 책을 올려 두고 일을 하곤 하는데요. 자연스레 창밖을 보며 생활하다 보니 부쩍 기분이나 일의 능률이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하늘의 색깔에 맞는 음악을 틀어두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거실과 주방은 가벽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어요.
주방은 시선이 밖으로 향하길 바라며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주방 창문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설거지를 할 수 있죠. 마당에 동물이 다녀가는 모습, 벚꽃잎이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모습, 산들바람에 나뭇가지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하는 주방일이라니, 믿기지 않을 때가 많아요.
무광 화이트 톤의 가구와 타일, 화이트 마블 상판이 마음에 들어요. 마음 같아서는 주방 후드와 인덕션도 화이트 계열로 맞추고 싶었지만 모든 게 마음대로 되진 않더라고요!
거실을 등지고 있는 계단실은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저희 의견을 보태어 설계도면에는 없었던 창문을 냈어요. 1층 골조가 완성되는 시점에 결정되었는데, 그냥 지나쳤다면 큰일 날 뻔했지 뭐예요.
예쁜 창밖 풍경과 정사각형의 아기자기한 프레임 덕분에 우리 집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는 공간이에요.
양쪽으로 욕실과 드레스룸이 있는 복도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밤나무와 벚나무 액자가 걸린 픽스창으로 이어집니다.
아워포레스트는 동서남북 숲과 논밭이 가득한 뷰를 자랑해요. 커튼을 걷으면 금방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지요.
침실은 픽스창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침대, 한쪽은 화장대와 노트북 책상을 두었어요. 방을 나누기엔 너무 좁을 것 같아 이렇게 파티션으로 공간 구분을 했습니다.
화장대로 이용하는 가구는 뷰로 수납장인데요. 아무리 정리해도 깨끗해지지 않는 화장품을 수납장 안에 편히 던져 놓기 위한 약간의 꼼수(?)입니다. 원목 가구와 창밖의 모습이 잘 어우러졌으면 했어요.
밖에 말려둔 자기 물건을 들여보내달라는 뽀로리
욕실은 습식 화장실과 건식 파우더룸(신랑용) 겸 다용도실,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 딱 필요한 요소만 넣어 둔 알뜰 화장실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크기 때문에 볼품없어 보이지 않았으면 해서 타일 선택에 공을 들였는데요. 정말 하고 싶었던 레트로 컨셉과는 동떨어졌지만, 지금은 매우 만족하는 공간입니다.
사실 아직도 인테리어는 고민이 많아요. 좁은 공간에 많은 물건이 널브러지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오늘의집에만 들어오면 구매 욕구가 상승해서 말이죠^^..
자취 경력이 많은 신랑은 집이 ‘쓸모와 필요로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왔고, 저는 ‘못생긴 물건은 눈앞에서 사라져야 한다’라며 뭐든 수납장 안으로 넣어버려요. 덕분에 인테리어 뒷면에서 보이지 않는 두 세력이 대립하고 있답니다. 정확히 용도를 알 수 없는 라탄 바구니나 원목 진열장은 명분이 생기길 기다리며 조용히 저의 장바구니 안에서 기다리고 있죠. 하하.
출퇴근 15분 이내의 거리와 각종 편의, 문화 시설이 있는 도시 생활을 포기하고 산을 넘어 출근하는 시골로 왔지만 저희는 지금의 삶에 정말 만족합니다. 매일의 하늘, 식물이 자라고 열매를 맺는 풍경,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보고 산다는 건 엄청난 특혜라고 생각해요. 간밤에 까치와 참새, 고양이와 개구리가 다녀가는 집에 살고 있으니 좀 더 착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
살아온 날 중에 이토록 하루하루 계절을 느껴가는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날이 좋으면 마당에 작은 테이블 하나 펼쳐 놓고 커피 한 잔 즐기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은 흘러가는 바람에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쉬는지도 모르게 침대에만 붙어있었던 주말의 모습이 달라졌어요.
조금 상기된 톤으로 한 가지 자랑을 하자면, 아워포레스트 뒤쪽 숲에는 벚나무가 가득하답니다. 올해 새집에서 첫 번째 봄을 맞이했는데요. 침대에서 눈을 뜨면 벚꽃으로 가득한 창밖을 감상할 수 있었어요. 벌써 다음 해 봄이 기다려져요.
사실 아직 손 볼 곳도 많고, 큰 공사를 진행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는 미완성의 집입니다. 엊그제 신랑이 외부에 조명을 하나 더 달았어요. 옆 마당은 물길을 만드는 큰 공사를 해야 하기도 하고요. 하얀 도화지 같은 우리만의 공간에 진짜 원하는 것과 부부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담아 차근차근 완성해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집 짓는 과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지만, 지금과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면 벌써 다 보상받은 기분입니다. 저희에게 '주택 살이'는 평범한 사물과 풍경이 행복이고, 사건임을 알아가게 하는 경험이거든요.
올여름 긴 장마에 피해를 본 모든 분께 건강과 행복한 일상이 하루빨리 다시 찾아오길 바랍니다. 아워포레스트를 예쁜 마음으로 함께 둘러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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