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多주택 | 일상 여백 찾기, 강릉 교동 주택
↑거실 창 앞에 마주선 성명수, 김현경 씨 부부. 옛 구조를 살리되 필요한 곳에 H빔 보강을 하고, 불필요하게 많았던 창은 완전히 막거나 크기를 조정해 원목창을 직접 디자인, 제작했습니다.
📝House Story
인연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언젠가 고향에 내려가 사는 게 일생의 꿈이었다던 성명수 씨. 그저 막연히 ‘터라도 있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실현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아내 김현경 씨와 나들잇길에 들린 부동산에서 급매로 나온 이 집을 만나게 됐습니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매입 계약을 마쳤죠.
↑문 너머 보이는 다실. 수납 가능한 평상을 제작하고, 다다미를 구입해 평상 모양에 맞게 수선하고 거실 장식장에는 파리 벼룩시장에서 산 그림, 맥주병을 활용한 소품 등으로 연출했습니다.
그게 18년 3월이었습니다. “일단 사람을 불러 철거부터 했어요. 그 후 아내와 함께 여행 다니며 참고할 만한 것들을 체크하고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죠.”
나지막한 천장을 뜯어내자 오래된 서까래와 보, 그리고 상량문이 드러났습니다. 강원도 강릉, 이제는 구도심이 된 교동에 자리한 단층집은 1975년 지어진 곳. 낡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임시로 달아낸 곳에 현관 및 신발장이 있었고, 군데군데 깨어진 시멘트 바닥의 마당이 그간의 세월을 실감케 했습니다. 특히 열악했던 화장실은 부부의 말을 빌리자면 ‘스릴러 영화의 살인 장소로 나올 법한 공간’이었다죠.
↑현관에서 바라본 집. 외벽 발치에 가로창을 내어 답답함을 덜어냈습니다.
↑나란히 서서 차를 준비하는 부부의 모습. 천장은 기존 집의 지붕 형태를 살려 서까래를 노출하고 목재로 말끔하게 마감했습니다.
리모델링은 평소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던 명수 씨의 주도로, 현경 씨와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진행됐습니다. 대략적인 콘셉트를 구상하고 마땅한 시공 팀을 찾지 못하던 중, 인테리어 일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콘셉트 보드를 들고 찾아갔죠.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한 탓에 까다로워 보였는지 처음엔 못하겠다고 하셨는데, 결국 속초에서 강릉을 오가며 꼼꼼하게 작업해주셨어요(웃음).”
주말에는 명수 씨가 현장에서 직접 그림을 보여주며 작업했고, 그럴 수 없는 평일에는 현장 확인이 중요하지 않은 작업 위주로 이루어졌습니다. 갑자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기면, 서울에서 강릉으로 출퇴근하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죠.
먼 거리이기도 했지만, 전문가가 아닌지라 부분부분 맞춰가면서 작업하다 보니 진척이 꽤 더뎠습니다. 4월 공사를 시작하고, 추석이 지나고서야 사람이 지낼 만한 집이 됐죠. 꼬박 7개월에 걸친 긴 여정이었습니다.
↑침대와 책상 하나씩만 두어 간소하게 꾸민 침실. 진정한 휴식을 위한 공간입니다.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터라 걱정이 많았던 현경 씨는 휴식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침실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명수 씨는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변신한 욕실을 볼 때마다 감동이라네요.
↑현관 옆의 서재는 부부의 취향과 삶을 담은 공간. 테이블은 개당 2500원짜리 시멘트 블록과 유리 상판을 사다가 손수 만들었습니다.
동서양의 절묘한 조화가 느껴지는 서재 공간은 부부가 모두 좋아하는 곳. 아치 창 아래 선반엔 부부가 소장한 책을 분기별로 달리 진열할 생각인데, 그 첫 번째 테마는 ‘여행’입니다.
↑아치형 모양의 창문과 원목 벽선반으로 멋을 낸 서재의 벽면. 시즌마다 테마를 바꿔 책을 진열합니다.
↑서재 테이블 아래 장식한 꽃 그림. 유리 테이블 아래 잡지를 연출한 외국 쇼룸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잡지나 꽃 대신 교토에서 사 온 그림을 놓게 되었다고하네요.
간결한 선과 깨끗한 흰 바탕, 따스한 질감의 목재가 어우러진 집은 머무는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다독입니다. 부부가 가장 많은 영감을 받은 곳은 400년 넘게 일본의 수도로 자리했던 ‘교토’. 유서 깊은 전통을 잘 보존해온 집과 마을 모습이 인상적인 도시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해 집 안팎에 담아냈습니다.
↑자갈과 디딤석을 깔고 오죽을 심은 산책로
외벽의 목재 세로 슬릿(Slit), 나무 미닫이문과 창호 등이 무심한 듯 온기를 불어넣고, 뒷마당으로 향하는 산책로에는 강릉에서 잘 자라기로 유명한 ‘오죽(烏竹)’을 심어 의미를 더했죠. 침실 옆 다실에는 하부에 수납이 가능한 평상을 제작했습니다. 여름에는 창문을 바깥으로 활짝 열고 앉아 풍경과 바람을 누리며 차를 마시고, 손님이 오면 이불을 깔아 침대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새 주인을 만나 말끔해졌지만,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한 주택 외관. 달아내서 쓰던 현관은 제대로 벽을 세워 안으로 들였습니다.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지인의 SNS에서 교동주택을 본 분들이 생각지도 못하게 문의를 많이 주시더라고요. 주말에는 대부분 저희가 머물지만, 그렇지 못할 때나 평일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도시민박업을 맡아 집을 빌려드리려고 해요.”
두 사람은 앞으로의 즐거운 계획을 들뜬 목소리로 늘어놓았습니다.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서핑 후 마당에서 바로 씻을 수 있도록 수도를 만들고, 뒷마당 바비큐 파티를 위한 장비도 제대로 갖출 계획입니다. 젊은 세대가 모이기 시작한 이 골목에서 재미있는 프로젝트도 해보면 어떨까 상상해본다네요. 어디 하나 정성과 추억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어 애정이 더욱 남다른 집. 앞으로 더 많은 추억과 시간이 쌓일 일만 남았습니다.
건축설계 건축주 직영
글&자료 월간전원속의내집
클라이언트 성명수,김현경 부부
사진 김진솔
- 2021.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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