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 한국 맞아요? 익숙한 듯 새로운 가구 브랜드 대표의 집
⚡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 이 집의 핵심 포인트!
✔ 공간 분리까지 깔끔, 간살 도어로 공간미 살리기
✔ 내추럴한 디자인 가구와 조명 조합으로 매력 업!
✔ 유니크의 정점, 이국적인 감성이 담긴 블랙 욕실
도면
Before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을 정리하고 외곽의 구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저희 집은 64평의 대형 평수예요.
이사를 결심한 이유는 남편이 만든 가구들로 작은 쇼룸 같은 공간을 직접 꾸며보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인테리어 콘셉트는 가구와 소품이 어디에 놓여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하얀 도화지' 같은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처음에는 셀프 인테리어가 엄두가 나질 않아 많은 업체에 견적을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공간에서의 견적의 스펙트럼이 너무나 다양했고, 상담을 거듭할수록 오히려 선택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만든 가구로 꾸미는 ‘쇼룸 같은 집’을 업체와 조율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반셀프 인테리어’를 선택했고, 잠시라도 살아보며 공간을 직접 경험한 뒤 계획을 세심하게 다듬어 원하는 것들을 온전히 담아낸 집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After
구축 아파트라 그런지 실제로 살아 보니 집이 상상 이상으로 추웠습니다. 그래서 큰 결심 끝에 샷시(새시) 교체까지 진행하게 되었어요.
집 곳곳에는 숨은 창들이 많았고, 비용 절감과 레이아웃의 단순화를 위해 창을 막으라는 조언도 여러 번 받았지만, 저는 ‘창문이 있는 집’에 대한 오랜 로망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모든 창을 살려 샷시(새시)를 새로 교체했고, 단열에도 세심하게 신경 쓴 덕분에 무척 추웠던 이번 겨울을 정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포토그래퍼이면서, 목수인 남편과 원목 가구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만든 멋진 가구들과 함께 살게 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제작 중 실수가 생긴 것들이거나 테스트용 가구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ㅎㅎ
하지만 어딘가 모나고 부족해 보이는 물건들도 오랫동안 공간에 두고 시선을 주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모자람을 공간에 어우러지게 하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되기도 해요.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오래 머문 것의 온기와 분위기를 발견하는 거죠.
그렇게 쌓인 경험은 새로운 물건을 고르거나 디자인할 때 저만의 감각과 기준이 되어주곤 합니다. 저는 이렇게 아주 사소한 것들로 공간을 조금씩 바꾸는 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결국, 공간을 꾸미는 데 가장 중요한 건 경험과 그 공감에 대한 나의 애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쁘고 좋은 물건을 고르는 안목보다는 그 선택을 나만의 방식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꼭 브랜드 가구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답고 만족스러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조금씩 깨닫고 있는 요즘입니다.
첫 이사 후 셀프 인테리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공간을 채우며 배운 것들을 이번 온라인 집들이를 통해 나누어 볼게요. 기대해 주세요!
리모델링 과정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운 첫 집에서 12년을 보내고 아이 학교 문제로 이사를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사를 결정하고 인테리어를 마음먹으면서 잃어버렸던 생기를 되찾은 듯했어요.
첫 이사, 그리고 셀프 인테리어라는 긴 여정. 그 길을 함께해 준 우리 집의 든든한 남자 셋! 남편(표옵), 아들(리틀 표옵), 그리고 지난가을 고양이 별로 떠난 13살 고양이 도르. 참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여전히 제 기분에 따라 집은 자주 변하지만, 무던한 이 남자들 덕분에 우리 집은 곧잘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사를 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집을 고치는 일은 제 삶의 큰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그 과정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태도를 갖게 된 것이었어요. 그 태도가 저를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공사 중에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인테리어는 안 하겠다고 울며 잠든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난 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 인테리어를 결정한 스스로를 칭찬하게 됩니다.
입주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공간의 많은 부분을 직접 꾸미는 중이라 여전히 미완성인 헐벗은 공간들도 남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집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채워간다’는 사실은 무척 뿌듯하고 힘이 되는 경험입니다.
거실 Before
거실 베란다 공간은 이미 확장된 상태였어요. 그만큼 단열이 약해져 추위가 더 크게 느껴졌고, 결국 샷시(새시) 교체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내력벽을 활용해서 도르를 위한 놀이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그걸 끝내 해주지 못했어요. 그래서인지 그 공간을 볼 때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도르가 그리워집니다.
오른쪽 내력벽이랑 베란다 공간 일부를 활용해서 작은 창고를 하나 만들었어요. 자잘한 짐들을 넣어두기 좋고, 마음 편히 어질러도 되는 공간이 생기니까 확실히 집이 더 단정하게 유지되는 느낌이에요.
거실 After
아직은 낯선 공간, 거실을 소개합니다.
이전 집에서는 거실을 서재처럼 썼기 때문에 저에게 ‘거실’이라는 공간은 익숙하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아직도 어떻게 써야 할지 조금은 낯설고, 숙제처럼 남아 있는 공간입니다.
가족 모두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초단초점 씨네빔을 설치했어요. 무몰딩에 도장 마감이라 별도의 스크린 없이 바로 투사할 수 있고, 덕분에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느낌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촘촘하게 만든 원목 간살 도어는 주방과 거실을 가볍게 분리해 주는 역할도 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오브제처럼 공간에 힘을 주는 요소예요.
도르랑 이 공간을 함께 누리고 싶어서 정말 많은 걸 계획했었어요. 이제 도르는 없지만, 여전히 이곳엔 도르의 모습이 곳곳에 새겨져 있답니다.
처음엔 조금 거슬렸던 내력벽이었는데, 씨네빔을 설치하고 나니 생각보다 훌륭한 파티션 역할을 해주었어요. 반대편 내력벽과 안방으로 이어진 베란다 일부는 작은 창고로 활용하고 있어요. 마음 편하게 어지르고,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둘 수 있는 공간이라 참 유용해요.
거실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아직 소파가 없어서 영화를 볼 땐 방에 있는 편한 의자들을 하나씩 꺼내와서 앉고 있어요. 앞으로 소파도 고르고, 테이블도 바꿔보면서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 같아요.
거실은 전체가 하얀 배경이라 우드 소품들이 더 또렷하게 눈에 들어와요. 주방 중문과 같은 오크 나무로 만든 원목 화병은 평소에는 led 양초를 넣어 조명처럼 사용하고 있어요.
정해둔 시간에만 켜지도록 설정해두어서 무드등 역할을 잘해줍니다. 화병 아래에 둔 원목함에는 흩어지기 쉬운 리모컨들을 담아두고 있어요. 작지만 유용한 정리 방식이에요.
집 안에서 천장 조명이 가장 많은 공간은 주방과 거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밤에 공간이 너무 밝은 걸 좋아하지 않아서 곳곳에 작은 조명들을 켜두는 정도로 은은하게 공간을 밝히고 있어요.
사진 속 조명은 사실 이케아 화병인데, 그 안에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캠핑용 앵두 전구를 넣어서 조명처럼 활용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예쁘다고 이야기해 주는, 작지만 눈에 띄는 소품이에요.
주방 Before
주방 중앙에는 대면형 아일랜드 싱크대를 배치했고, 안쪽 벽면에는 수납장과 빌트인 냉장고를 들이기 위해 분배기 이동 공사를 추가로 진행했습니다.
세탁실 쪽으로 난 창문은 대부분의 업체가 막을 것을 권했지만, 환기 부분이나 위생 관리 면에서 주방에 창문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큰 매력으로 느껴졌습니다. 결국 창의 크기를 약간 줄이고, 틸트 창으로 마감했습니다.
삼겹살이나 생선을 구워도 금세 환기가 될 뿐 아니라, 그 창문을 마주할 때마다 마치 아파트가 아닌 주택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오래 품었던 작은 로망을 실현한 느낌이에요.
주방 After
주방은 인테리어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가장 많은 고민과 애정을 쏟은 공간입니다.
원목 싱크대와 우드슬랩으로 내추럴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그에 대비되는 스틸 소재를 더해 공간에 적당한 긴장감을 주었어요. 스테인리스 상판은 약 1년간 사용해 본 결과 관리하기 편리하고 무엇보다 위생적이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식탁을 길게 디자인하면서 인덕션도 긴 형태로 설치했습니다. 기존 인덕션은 불이 일정하지 않고, 자체적인 온도 조절 기능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디트리쉬 제품에는 계속 끓이기 모드가 있어 지금은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소가 편리하다는 점은 놓칠 수 없는 장점이에요. 이전까지 사용하던 하이라이트는 서브 주방에서 빨래 삶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고, 가스, 하이라이트, 인덕션을 모두 경험해 본 결과 저에게는 단연 인덕션이 가장 잘 맞는 방식이었습니다.
인덕션의 긴 디자인에 맞춰 후드도 와이드한 팔멕 제품으로 선택했어요. 다만 천장이 낮아 설치가 쉽지 않았고, 배관 호스가 좁은 형태여서 소음이 예상보다 큰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소리에 예민하신 분들은 이 점을 꼭 고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은 매우 만족스럽지만,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과연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을까 되묻게 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냉장고는 정말 오랜 시간 고민한 선택이었습니다. 빌트인 형태이면서 김치냉장고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가능하다면 소재는 스테인리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테인리스 제품은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밀레는 김치냉장고가 없어 제외했고, LG 시그니처는 빌트인 디자인이 아쉬워 망설여졌습니다.
고민 끝에 선택한 제품은 LG 컨버터블 모델로, 스테인리스 마감에 김치냉장고 기능까지 갖춘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다만 얼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더운 걸 유독 힘들어하는 저희 집 남자들이 아쉬워해요.
LG 가전을 선호하지만, 식기세척기만큼은 빌트인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밀레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식기세척기 위쪽에는 작은 서랍을 짜 넣어 커트러리류를 깔끔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성능 면에서는 LG와 밀레 모두 만족스러웠고, 크게 차이를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 저희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일한 시간은 식탁에 둘러앉아 제가 만든 요리를 함께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식사 시간입니다. 하루 한 끼를 같이 먹기도 어려운 요즘이라 주말만큼은 꼭 함께 식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시간에 메인 조명을 끄고 조용히 술 한 잔을 곁들이면 마치 일본식 주점에 온 듯한 분위기가 더해져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즐거움을 느끼곤 합니다.
오래전부터 커다란 테이블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느티나무 우드슬랩으로 식탁을 제작했습니다. 의자는 프리츠한센 세븐 체어, 느릅나무, 그리고 느티나무 벤치를 조합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구성으로 완성했어요. 덕분에 손님을 초대하기에도 여유로운, 편안한 다이닝 공간이 되었습니다.
아직 마음에 쏙 드는 펜던트 조명을 찾지 못해 임시로 이케아 조명을 설치해두었습니다. 하지만 긴 테이블 전체를 밝히기엔 다소 부족해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베르너 팬톤의 플라워팟 포터블 램프를 함께 놓았습니다.
하나만으로는 아쉬워 같은 컬러의 제품을 당근에서 구해 두 개를 나란히 두었더니, 테이블 위 조명 밸런스가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져요.
저는 테이블과 책상 위를 자주 어질러요. 책이 쌓이고, 마신 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일이 다반사죠. 한 번 어지르기 시작하면 금세 걷잡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를 위한 작은 장치들을 마련해두었어요. 그중 하나는 바로 꽃을 두는 일입니다.
계절 꽃으로 센터피스를 꾸며두면 식탁이 한결 화사해지고, 그 꽃을 계속 보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식탁을 정리하게 되거든요. 물론 꽃을 늘 꽂아두기란 쉽지 않아서, 집에서 키우는 식물의 줄기를 잘라 잎꽂이로 두기도 해요.
이케아 와인 잔에 캐모마일(마트리카리아)을 꽂아 두었습니다. 플로팅 베이스를 활용해 꽃을 꽂아주어도 좋지만 시들어가는 꽃의 머리를 잘라 물 위에 띄워두기만 해도 테이블이 충분히 아름다워져요.
주방 팬트리 Before
수납공간이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공간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물건을 쌓아두는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물건을 쟁여두고 살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주방 베란다 공간을 과감히 확장했고, 그 자리에 빌트인 오븐을 설치했습니다
주방 팬트리 After
주방을 확장한 덕분에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창밖의 뷰를 얻게 되었습니다. 블라인드를 모두 올리면 맞은편 아파트가 그대로 보여서 항상 반쯤만 열어두고 있어요. 빛은 들이고 시선은 조심스럽게 걸러내는, 그런 적당한 거리감이 마음에 듭니다.
디자인만으로 본다면 밀레 오븐을 더 설치하고 싶었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따져봤을 때 디트리쉬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판단해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베이킹은 잘 모르지만, 이 오븐으로 고기를 구워 먹으면 정말 맛이 다릅니다.
아침에 조깅을 나가기 전 염지해둔 닭가슴살을 구워두기도 하고, 간단하게 리조또를 만들어 먹기도 해요. 저에게는 다소 오버 스펙일지도 모르지만, ‘잘 쓰면 그게 제일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만족하며 사용 중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사용자 후기가 많지 않다는 점은 조금 아쉽게 느껴져요.
세탁실 Before
기존의 세탁실은 다용도실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재활용품을 모아두는 자리여서 자주 어지럽고 지저분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탁을 좋아하는 저에게 이 공간은 조금 더 깨끗하고 포근하게 다가왔으면 했어요.
그래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과 재활용품은 눈에 띄지 않도록 정리하고, 숨겨둘 수 있는 구조를 더해 세탁실이 작은 휴식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바꾸어 보았습니다.
세탁실 After
옷에는 하루를 살아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톱밥이 잔뜩 묻은 남편의 작업복, 아직 뒤처리가 서툰 아들의 귀여운 속옷, 그리고 열심히 움직인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축축한 제 운동복까지.
세탁은, 각자의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가족을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세탁과 요리는 그리 다정하지 못한 제가 가족에게 건네는 소소한 애정 표현이기도 해요.
겉보기에는 서브 주방처럼 보이지만, 이 공간은 주로 빨래를 삶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선반 없이 싱크대만 간결하게 제작해 아래쪽은 전부 재활용품을 모아둘 수 있는 수납공간으로 구성했어요.
실외기 역시 이곳에 설치해야 했는데, 노출되는 것이 보기 싫어 박스로 감싸 가려주었고, 실외기의 열기가 실내로 다시 유입되지 않도록 외부로 창을 내어 환기까지 고려했습니다.
12년 전 결혼하면서 처음 구입한 세탁기에도 건조 기능이 있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수건 정도만 간단히 사용하는 수준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매번 빨래를 하고 건조대에 널어야 했는데 일이 많고 피곤한 날엔 그 일이 생각보다 큰 부담으로 느껴지곤 했습니다.
‘이사를 하면 꼭 건조기를 들이자’는 다짐을 오래 해왔고, 마침 그 시기에 LG 시그니처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출시되었어요.
기존 세탁기에는 미니 워시도 함께 있어 여전히 잘 작동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톱밥이 많이 묻은 남편의 작업복을 따로 모아 세탁하려면 두 대가 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기에, 새로운 LG 시그니처 제품과 기존 세탁기를 함께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예쁘게 리모델링한 공간에 기존 세탁기의 외관이 거슬려 세탁공간 앞에 중문을 설치해 가려주었습니다. 각 세탁기마다 미니 워시가 함께 있어 결과적으로 네 대의 세탁기를 사용하게 되었어요.
걸레도 세탁기로, 행주도 세탁기로 따로 돌릴 수 있으니 집안일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무심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기술이 주는 편리함이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에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옷 가게에서 사용하는 행거를 천장에 설치해 건조대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널고 걷는 일이 번거로운 저는 주렁주렁 옷이 걸린 풍경보다 차라리 귀여운 화분들을 매달아두는 편을 택했어요. 그 덕분에 실용과 취향 사이, 작지만 즐거운 타협이 된 공간이 되었죠.
저는 행주를 삶는 냄새를 좋아해요. 대부분은 모아서 세탁기로 돌리지만, 가끔은 얼룩이 심한 행주만 골라 빨래판에 살짝 문지른 뒤 냄비에 폭폭 삶아 세탁기에서 헹군 후 건조시키기도 합니다. 손이 조금 더 가지만, 그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유용한 도구라는 걸 느끼게 돼요. 은근히 든든한 빨래판 친구랍니다. :)
침실 Before
안방 뒤에 베란다가 있는, 전형적인 구조의 침실이었습니다. 크기는 훨씬 작았지만, 베란다 쪽으로 난 창과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벽장이 있는 그 공간에서 12년을 살아왔기에 이번 이사에서 가장 손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어요.
이 공간은 유난히 철거가 불가능한 내력벽이 많은 구조였습니다.
맞은편에는 서재가 있었고, 서재와 파우더룸 사이에도 문이 나 있어 공간의 독립성이 부족한 구조였습니다.
침실을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베란다를 확장하는 것과 누웠을 때 벽장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도면상 내력벽이 아니었던 베란다 쪽 벽이 실제로는 철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폴딩도어 설치 등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했지만, 저는 침실 창문을 열었을 때 바로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오는 구조를 원했습니다. 마침 안방 베란다를 확장할 경우 철거 예정이었던 외부 화단이 있었고, 그 점을 활용해 윈도우 시트를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침실 After
침실은 어둡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서 블랙 마루를 선택했습니다. 간접 조명도 설치했지만, 실제로는 잘 켜지 않게 되고 제가 좋아하는 포터블 조명들만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다만 콘센트를 좀 더 확보해두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조명을 유독 좋아하는 편인데, 무선 조명만으로 원하는 조도를 만들기는 아무래도 제한이 있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전기 공사를 다시 손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잠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저에게는 조금 더 절실한 문제였습니다. 수면장애로 오랜 시간 병원을 다니며 많은 노력을 한, 끝에 조금씩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밤중에 몇 번씩 깨어나곤 합니다. 그래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갖는 일은 저에게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 작은 회복의 시작이었습니다.
빛을 줄이고, 소음을 덜고, 온전히 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돈한 침실에서 저는 매일 밤, 내일을 살아낼 힘을 천천히 되찾고 있어요. 완벽한 잠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는 조금 더 다정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조금 더 부드럽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직 침대 프레임과 협탁을 만들지 못해 매트리스만 놓고 사용하고 있어요. 곧 큰 가구의 변화를 계획 중이라 지금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케아 가구와 조명으로 침실을 간단히 꾸며두었습니다.
새로운 공간이라고 해서 꼭 새로운 가구로 채워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익숙한 물건들 속에서도 충분히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워가는 중입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좋아하는 그림을 하나 붙여보세요. 혹시 아직 그런 그림이 없다면,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천천히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아요. 그렇게 하나둘 모여든 내가 좋아하는 색과 이야기들은 어느새 방의 분위기를 만들고, 나만의 취향을 조금씩 단단하게 채워줄 거예요.
윈도우 시트 공간에는 비정형 러그를 흘러내리듯 자연스럽게 깔아주었습니다. 공간을 나누는 방법이 꼭 벽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바닥에 컬러나 질감의 경계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리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요.
자기 전에는 폼롤러로 가볍게 마사지를 하거나 책을 한두 장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해요. 절구 모양의 스툴이 의자 높이와 맞지 않아 눕혀 놓은 뒤,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온 두꺼운 유리를 올려 임시 테이블로 만들어두었어요. 의외로 너무 예쁜 테이블이 되었지만, 굴러갈 수 있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 조만간 고정해 줄 예정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인센스를 하나 피웁니다. 모래시계처럼, 인센스가 천천히 타들어가는 시간 동안 이불을 정리하고 가볍게 숨을 고르다 보면 또 하루를 살아갈 힘이 조금씩 차오르곤 해요. 인센스 홀더로 이케아의 와인 잔을 애용하고 있어요.
드레스룸 Before
윈도우 시트와 가벽을 설치하는 과정입니다.
드레스룸 After
침대에 누웠을 때 벽장이 바로 보이는 게 불편하게 느껴져서, 윈도우 시트를 설치한 공간을 한 번 더 분리했습니다. 가벽을 세우면서 방이 조금 좁아지는 건 감수했지만, 그만큼 시선이 머무는 방향이 한결 편안해졌어요.
침실과 드레스룸 사이에는 백유리 샤틴 중문을 설치했어요. 공간이 나뉘면서 생길 수 있는 답답함은 덜어주고, 유리를 통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빛은 조명처럼 공간을 부드럽게 밝혀줍니다.
저는 스마트 조명을 활용해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드레스룸의 조명이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도록 설정해두었어요. 하루의 시작과 끝이 조금 더 자연스럽고 따뜻해졌습니다.
드레스룸과 침실 사이에는 포켓 도어를 설치했어요. 도어 구조상 일부 누락되는 공간이 생기긴 했지만, 두 공간이 부드럽게 나뉘면서 일상의 리듬도 한결 정돈된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침실과 드레스룸이 각자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작지만 큰 만족을 주는 선택이었습니다.
어디든 자유롭게 오가던 도르는 드레스룸 문을 열어두면 그 문턱에 몸을 걸치고 누워 있는 걸 참 좋아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블랙 프레임, 블랙 마루, 하얀 벽이 만들어내는 수직과 수평의 선들이 겹쳐질 때면 저는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시스템장으로 구성했다면 드레스룸을 더 넓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정리는 보이지 않게 넣는 것’이 기본이라는 생각에 붙박이장을 선택했어요.
면적은 넉넉하지 않지만, 혼자 사용하기에는 충분하고 길게 이어지는 이 동선 자체가 아직도 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정돈된 선과 감춰진 물건들 사이에서 공간이 더 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아직 파우더룸은 완성되지 않아 기존에 쓰던 가구들을 놓아두고 파우더룸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윈도우 시트 위쪽에는 벽장을 짜 넣어 이불과 지난 계절의 옷들을 차곡차곡 수납해두었습니다.
드레스룸의 윈도우 시트 공간은 어쩌면 ‘죽은 공간’이라 불릴 수 있어요. 이불을 수납하거나, 그냥 비워두기 쉬운 쓸모없어 보이는 자리일지도 모르죠.
그런데 저는, 이처럼 비워진 공간이 오히려 집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여백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은 그 여백이 공간에도, 마음에도 깊은숨을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듯해요.
자주 오가는 곳도 아니고, 방 한구석이라 자칫 죽은 공간이 될 수도 있었지만 그 자리에 제가 아끼는 것들을 하나둘 놓아주기로 했어요. 작은 러그를 깔고, 조명을 놓고, 결혼사진과 좋아하는 귀여운 곰돌이도 함께 두었죠.
화장을 하거나 옷을 갈아입다가 문득 그곳에 시선이 머물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집니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놓아두는 것 나 자신을 다정하게 아껴주는 사소한 방법 같아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기분이 달라질 때마다 이 공간에도 소소한 변화를 주곤 해요. 그 작은 변화가 불어주는 조용한 환기가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답니다.
서재&작업실 Before
이곳은 침실 파우더룸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는 조금은 독특한 구조였어요. 덕분에 서재에서 화장실을 오가기엔 무척 편했지만, 그만큼 침실의 프라이버시가 쉽게 노출된다는 단점도 있었죠. 고민 끝에, 조금의 불편함보다는 온전한 쉼을 선택하고 싶어서 그 문은 과감히 없애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거주하시던 분께서 이미 베란다 공간을 확장해둔 상태였어요. 블럭 유리로 되어 있는 공간은 안방 화장실인데, 인테리어 상담을 받을 때 그 창문을 막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저는, 그 창문을 꼭 살리고 싶었습니다. 화장실 창문 높이와 내력벽 깊이에 맞춰 벽면에 책장을 붙이기로 계획했고, 그에 맞춰 보강 작업도 함께 진행했어요.
서재&작업실 After
글자들과 이미지가 숨 쉬는, 서재입니다.
벽 전체를 책장으로 가득 채우기보다는, 화장실 창문의 창틀 높이에 맞춰 원목 책장을 벽에 부착하고, 바닥 쪽은 시야를 가리지 않는 낮은 선반으로 마감했습니다. 책이 있는 풍경이 더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다가오게 되었어요.
책상에 앉았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장면이에요. 서로 다른 색의 책들이 나란히 놓이며, 책장이 마치 하나의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자주 보는 책이나 좋아하는 책은 표지보다 책등의 색과 질감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래서 선호하는 색감의 책들로 공간의 분위기를 조용히 정리해나가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블랙앤화이트를 좋아하지만, 서재만큼은 예외적으로 컬러가 많은 공간이에요. 색감이 좋은 문구류나 소재들을 보면 자주 눈길이 가고, 자연스럽게 모으게 됩니다. 공간 전체를 바꾸기 어려울 때는 작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머무는 자리에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런 변화가 생각보다 큰 전환이 되기도 합니다.
도서관도 좋아하고, 전시나 카페 공간도 즐겨 찾지만 제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은 편한 옷차림으로, 편한 자세로 내 속도에 맞춰 문장과 이미지 사이를 천천히 오가는 시간입니다.
퇴근 후 머무는 밤의 서재를 특히 좋아합니다. 천장 조명은 최소한으로 설치하고, 플로어 램프와 포터블 조명을 곳곳에 두었습니다. 빛의 온도가 낮아지고 조명이 켜지면 그제야 쉼이 시작된 기분이 들어요.
오크 원목 마루 위에 같은 오크로 짠 책장이 있어 공간 전체가 오두막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책상까지 모두 우드로 구성하면 다소 단조로울 것 같아 현재는 화이트 이케아 테이블을 사용 중입니다.
우드 소품들이 더 잘 드러나 만족스럽지만, 구조상 지지력이 부족해 가운데가 점점 내려앉고 있는 상태예요. 새 책상을 들이게 되면 다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인테리어를 준비하며 참고했던 잡지들을 한쪽에 모아두었습니다. 옆에 놓인 협탁은 표옵(남편)이 12년 전 처음 만든 가구입니다. 형태는 단순하지만 ‘처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 오랜 시간 제 공간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은 자칫 답답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장이라는 고정된 구조 안에 작은 디테일을 더해주면 공간에 약간의 여유와 리듬감을 줄 수 있습니다.
내력벽으로 인해 생긴 구조지만, 창이 들어간 그 형태와 창틀의 깊이가 마음에 들어요. 창틀 높이에 맞춰 책장을 구성한 덕분에 공간 전체에 자연스러운 깊이감이 생겼습니다.
블라인드는 실버 컬러로 선택해 우드 소재가 많은 공간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조명과 화분 커버도 같은 톤으로 맞춰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창가 공간이 되었어요.
이케아 뒤블링에 체어는 책 읽기에 매우 적합한 의자입니다. 사진집을 여러 권 쌓아두고 앉아 있으면 일상의 여유와 만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초록색 의자는 우드 중심의 공간과 잘 어울리고, 그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지길 바라는 마음에 주변에 식물도 함께 두었습니다. 더 키 큰 식물을 들이고 싶지만 관리가 쉽지 않아 현재의 식물들로 만족하자고 다짐 중이에요.
요즘 출간되는 책들은 판형과 색감이 훨씬 더 다양해졌습니다. 서가에 꽂혀 있어도 보기 좋고, 책상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분위기를 살려주는 책들이 많습니다. 여러 책을 번갈아 읽는 편이라 책상 위 책들을 컬러별로 정리해 두었더니 책 자체가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욕실 1 Before
여기는 공용 욕실이에요. 블럭 창문은 이 아파트의 시그니처처럼 양쪽 화장실에 모두 설치되어 있었어요.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건 좋았지만, 저는 환기가 되는 창문이 더 실용적이라고 생각해서 블럭 창을 철거하고 샷시(새시)로 교체했어요.
욕실 1 After
샤워를 오래 하는 집안 남자들을 위해 욕조를 철거하고 대신 샤워부스를 만들었어요. 부스는 깊게 구성했지만 유리문은 따로 달지 않았습니다. 유리문에 생기는 얼룩을 관리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인테리어를 하면서 두 남자가 공통적으로 원했던 건 바로 이 해바라기 수전이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샤워기만 있는 쪽이 공간도 더 깔끔해 보이고 취향에도 맞았지만, 두 사람 모두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를 좋아하더라고요. 별도로 수납 선반을 두는 게 싫어서 샴푸를 넣을 수 있는 박스를 만들었는데, 이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어요.
저는 변기 뚜껑이 닫혀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에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아메리칸스탠다드 자동 변기를 선택했어요. 사람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뚜껑이 열리고,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닫히고요. 앉아서 사용하면 물도 자동으로 내려가지만, 서서 사용하는 경우엔 이런 기능이 사실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사각형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고 항상 뚜껑이 닫혀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설치했는데, 생각보다 잔고장이 조금 있는 편이에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에요.
아이비는 해가 잘 들지 않는 화장실에서도 물꽂이만 해주면 정말 잘 자랍니다. 환기를 자주 시켜도 남자 둘이 사용하는 공간이라 냄새가 남을 때가 있는데, 식물을 두면 시각적으로도 훨씬 산뜻해 보여요. 가끔은 꽃도 함께 꽂아두는데, 노란 라넌큘러스는 조명보다 더 눈에 띄는 포인트가 되어줘요.
무지에서 구입한 아로마 스톤에는 오며 가며 유칼립투스 오일을 한두 방울씩 떨어뜨리고 있고, 그 덕분에 화장실이 훨씬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어요.
욕실 2 Before
여기는 공용 욕실보다 넓은 안방 욕실이에요. 처음엔 샤워부스와 욕조가 함께 있었는데, 파우더룸과 바로 붙어 있는 구조라 세면대가 좀 더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샤워부스와 세면대의 위치를 바꿔 동선이 더 편해지도록 조정했어요.
욕실 2 After
이 창은 서재에서 바라보는, 욕실 안쪽의 풍경이에요. 평소에는 닫아두지만 반신욕을 하거나 욕실 청소로 공기가 습해질 땐 활짝 열어서 환기를 시켜주고 있어요.
블랙 욕실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로망이었어요. 물때가 잘 끼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잘 보이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청소를 자주 못해도 깔끔하게 유지돼서 지금도 정말 만족하는 공간 중 하나예요. 욕실 코너 모서리엔 제가 자주 활용하는 이케아 와인 잔에 아스파라거스 이파리를 잘라 꽂아두었어요.
액자를 걸면서 습기 때문에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창문 덕분에 환기가 잘 돼서 그런지 지금까지는 문제없이 잘 사용하고 있어요.
샤워부스에는 무프레임 도어를 설치했어요. 환풍기와 닿을 듯 말 듯, 사이즈가 아슬아슬했지만 천장까지 길게 이어진 문 덕분에 공간이 훨씬 넓어 보이더라고요.
겉보기엔 탑볼 같지만, 실제로는 벽걸이형 세면대예요. 바로 아래에 수납장을 짜서 배관을 가리고 욕실 청소도구도 넣어두었어요. 거울 수납장은 맞춤 제작했고, 거울이 나뉘어 보이는 게 싫어서 문을 하나로 제작했어요.
편리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깨지지 않은 한 장의 거울을 보는 게 저한테는 더 중요했어요. 이 공간에도 꽃을 하나 꽂아두었는데, 블랙 배경 덕분에 노란 꽃이 조명처럼 느껴져요.
좋아하는 입욕제를 풀고, 와인 한 잔 곁들이며 반신욕을 즐기는 시간이 제게는 가장 소중한 쉼의 순간이에요. 그런데 현실은 한 달에 한두 번 겨우 할까 말까.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나를 위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평소엔 조화를 선호하지 않지만 이 공간엔 어울릴 것 같아 하나 꽂아두었어요. 고속 터미널에서 직접 보고 산 건데, 생화 못지않게 퀄리티가 좋아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에요.
복도 Before
이 집은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 끝에 방이 두 개씩 자리하고 있고, 복도 사이에 두고 거실과 주방이 마주하고 있어요. 오른쪽 복도 끝에는 안방과 서재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왼쪽 복도 끝에는 공용 욕실과 저희 집 남자들의 방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방들이 복도라는 긴 선을 사이에 두고 균형을 이루고 있어요.
공사 전에는 방과 방이 서로 마주 보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났지만, 공사 후에는 스텝 도어 시공으로 그 사이에 벽이 멀어지며 시선이 닿지 않게 되었어요. 비록 마주 보는 모습은 사라졌지만, 저는 여전히 이 집의 복도와 방의 배치가 참 조화롭고 마음에 들어요.
복도 After
인테리어를 계획할 때 네 개의 방은 각자의 용도에 맞게 개성 있는 공간으로 완성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공용부 공간은 이 집 인테리어의 중심이기도 한 표옵(남편)이 만든 가구들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하얀 도화지 같은 배경으로 구성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벽에는 몰딩 대신 도장 마감을 선택했고, 방과는 다르게 바닥은 타일로 마감해 공간의 결을 달리했습니다. 오른쪽 복도 끝, 안방과 서재가 마주 보는 지점은 히든 도어로 마감해 선을 더 정갈하게 정리했고, 그 깨끗한 벽면에는 그림 대신 조형물 몇 점만으로 포인트를 주어 여백을 살리는 구성을 택했습니다.
한옥에서 모티브를 얻은 스툴을 복도 한쪽에 두고, 화산석 화분 위에는 선이 아름다운 아스파라거스를 식재해 올려두었습니다. 개인 공간과는 결이 다른, 단정하고 고요한 동양적인 분위기가 이곳만의 특별한 무드를 만들어줍니다.
어릴 적부터 길게 뻗은 복도를 가진 집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물론 이 집은 복도라기보다 짧은 동선을 지나 양옆으로 거실과 주방이 마주하는 구조라 전형적인 ‘긴 복도’는 아니지만, 저는 이 공간에서도 그 길고 단정한 복도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집을 가로지르는 천장에 라인 조명을 끊어짐 없이 설치하고, 현관 중문과 부엌 간살문은 레일이 아닌 히든 슬라이딩 도어로 시공했습니다. 그 결과, 길게 이어지는 천장과 세 개의 문이 마치 커다란 원목 액자 세 점처럼 걸린 듯한 조용하고 인상적인 장면이 완성되었어요.
공용 욕실과 나란히 있는 방들, 그리고 중문까지 문이 밀집해 있는 복도 왼쪽 구간은 스텝 도어로 깔끔하게 마감했어요. 반대쪽 복도는 조형물로 분위기를 더했다면, 이쪽은 벽면을 따라 좋아하는 그림들로 채워볼 계획이에요.
삶의 수많은 순간들이 그저 흘러가지 않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장면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액자’를 모티브로 한 중문을 제작했어요. 원목으로 만든 프레임 너머로 보이는 일상의 풍경들, 그 하나하나가 기억하고 싶은 순간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거실에는 TV 대신 초단초점 빔프로젝터를 설치할 계획이 있었기에, 이를 위한 단 공사를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직선과 직각으로 마감되어 있지만, 이 구간만큼은 라운드 형태로 마감해 시선이 끊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어요. 그 덕분에 공간이 단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 확장되는 느낌을 전해줍니다.
현관 Before
이 집에서 처음 마음이 갔던 공간이 바로 여기였어요.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집 안이 훤히 보이지 않고, 창밖으로 나무가 살짝 보이는 그 풍경이 참 좋았어요. 늘 고층에만 살다가 이런 장면을 마주하니 더 특별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전실은 최대한 여백을 살리고 작은 식물존을 만들어 플랜테리어로 완성해 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전실과 신발장 사이에 있던 중문은 현관 안쪽으로 위치를 옮겨, 집의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확실히 나눠주었어요. 아무래도 신발을 신는 자리는 먼지나 생기기 쉬운 곳이니까요. 현관 양옆에는 신발장을 넣어 신발 수납도 넉넉하게 확보했어요.
현관 After
현관으로 들어가는 ㄱ자 모서리 벽엔 거울을 달아서 공간이 좀 더 넓어 보이도록 했어요. 외출 전에 신발 신고 마지막으로 거울 보기에도 딱 좋은 위치라 실용적으로도 꽤 잘 쓰이고 있어요.
전실에 나무를 심고 싶었지만 조화가 아닌 실제 식물을 심으려면 생각보다 깊은 화분이 필요하더라고요. 공중부양 벤치 아래 라인 조명은 꼭 살리고 싶어서 식물은 고사리 종류와 이끼로 바꾸었어요.
낮은 화병에 계절 꽃을 꽂아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집에 들어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지곤 해요. 집을 늘 완벽하게 깨끗하게 유지하긴 어렵지만, 이 공간만큼은 최대한 정돈된 상태로 지켜주려고 해요.
화장실에 있는 창문들은 모두 깊이감을 살릴 수 있도록 마감했어요. 창틀마다 습한 환경을 좋아하는 아스파라거스나 고사리 같은 식물들을 놓아주었고요. 작지만 초록이 있는 풍경이라 욕실이 훨씬 더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져요.
북향이라 꽃이 피는 식물을 두긴 어렵지만, 계절 꽃을 사다가 화병에 꽂아두곤 해요. 집을 나서거나 돌아올 때 문득 마주치는 그 꽃을 보면서, 언젠가 우리 아들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봅니다.
유리 너머의 풍경이 매 순간 기억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액자 형식의 중문을 제작했어요. 기존의 중문들과는 다르게 사선 맞춤으로 디자인해서 유리 너머 흐릿하게 일렁이는 이미지들이 한층 더 의미 있게 느껴져요.
마치며
제가 보여드리는 이 이미지들은 일상 속에서 잠시 머문 장면들일 뿐이에요. 평소엔 자주 어지르고 정신없지만, 집들이를 준비하며 프레임 안을 분주히 정돈해 봅니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께 내가 머무는 공간의 기록을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록하려면 먼저 바라보아야 하고, 바라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손길이 닿게 돼요. 그렇게 정돈된 프레임 안을 들여다보다 보면 프레임 밖, 그 너머의 공간에도 어느새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내가 자주 머무는 그곳, 혹시 지친 나의 모습과 닮아 있지는 않나요? 공간을 매만지는 일은 결국, 나를 보듬는 일이더라고요. 이사를 하고, 인테리어를 하고,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공간을 가꾸면서 ‘나를 품는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를 안아주는 공간을 만드는데 꼭 멋진 인테리어나 값비싼 가구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저 나의 애정으로 매만진 자리가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걸, 이 글을 읽은 당신도 함께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jieunroom님의 취향 토크!
📌 1. 요즘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 덴마크의 @framacph 요. 원목, 스틸, 천연 석재 같은 자연 소재의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는 디자인을 추구해서 좋아요. 인위적인 느낌보다 시간이 지나며 공간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감각이 Frama의 제품에서 느껴져요.
📌 2. 요즘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곳이 있다면?
🗨️ Apartamento의 'Livingrooms' 시리즈예요.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보다, 일상의 리듬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거실의 풍경에서 더 깊은 인상을 받아요. 또 하나는 2023년도 'Maison' 잡지입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 장면에서 자연스레 멈추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 202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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