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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만들어 준 공간

빌라&연립

10평

홈스타일링

싱글라이프

안녕하세요.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프리랜서 영상 제작자입니다. 

이 집에 살게 된 지는 4년째입니다. 원래 친구가 살던 집이었는데 옆집으로 이사 가면서 제가 들어오게 되었어요. 작고 오래된 빌라로 큰 공사를 한 적은 없지만 몇 년간 살던 친구의 노력과 (특히 변기 바꿔줘서 고마워) 저의 노력이 천천히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 같은 곳입니다.

도면

거실 없이 방 2개로만 이루어진 10평 이하 공간이에요. 공간이 아담해서 각각의 방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 방은 침실이자 거실로, B 방은 드레스룸 겸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현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부엌이에요. 전등은 친구가 살면서 바꿔 놓았고요. 저는 부엌 찬장과 방문 손잡이를 바꾸고 몰딩과 방문들을 하얗게 페인트 칠 했어요. 왼쪽 문이 화장실, 오른쪽 문이 A방,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A방 옆이 B방입니다.

부엌

부엌 살림살이는 좋아하는 것들로 조금씩 채웠고요, 친구들이 선물해준 것들도 많아요. 취미로 도자를 빚는데 컵과 그릇 등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해요. 두꺼비집이 보기 좋지 않아서 나무로 '두꺼비 집의 집'을 지어줬어요.

최대한 살림을 수납공간 안에 넣으려고 노력했어요. 큰 휴지통은 부엌 배수구 칸 안에 넣어 뒀는데, 깔끔하게 정리도 되고 전보다 냄새도 덜해요. 

최근 브리타 정수기를 구매해서 물을 마시고 있어요. 전에는 좁은 부엌이 2ℓ 생수병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바꾸고 나니 여유 공간도 생기고 환경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욕실

이른 오전에만 잠깐 작은 창문으로 아름다운 빛이 쏟아지는 화장실이에요. 야행성일 때는 잘 모르다가 어느 날 화장실 가려고 깼을 때 처음 알게 되었네요. 찰나의 창 앞에 플랜트 행거를 만들어서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스킨답서스를 올려놨어요. 


세탁기 왼쪽 남은 공간에 철제 선반을 놓고 그 안에 세제나 청소 용품 등을 보관하고, 이케아에서 구입한 천으로 복잡한 공간을 살짝 가려줬어요.

창문 아래 나무 선반을 설치해서 물건을 정리했어요. 뽀송뽀송한 수건과 넉넉한 휴지를 보면 마음이 부자가 된 거 같아요. 

A방 (거실+침실)

방 왼쪽, 테이블 공간이 저의 작은 거실이에요. 이곳에서 주로 식사하고 커피를 마셔요. 오후에 해가 아주 잘 드는 자리여서 창문을 열고 광합성을 하기도 합니다. 볕이 너무 강하면 속 커튼을 살짝 내려줘요. 광목천을 세탁소에 맡겨 끝에만 박음질해서 달았어요. 

테이블과 의자들은 <칠공소>의 훌륭한 선생님께 나무에 대해 배우며 만들었어요. 마크라메를 이용한 플랜트 행거와 발은 유튜브 보고 배워서 만들었고요. 정신이 산만해질 때 한 땀씩 땋아 내려가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그림은 친구가 그린 비치보이스예요. 집 안에 친구 그림이 많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작업물은 더욱 애정이 가요. 

방 가운데 이케아 책장을 파티션처럼 사용해서 공간을 나눴어요. 책장 오른편이 침실이에요. 그림은 몇 년 전 ECM 전시에서 구매한 Keith Jarrett 앨범 포스터예요.

침대에 누워 읽고 싶은 책과 듣고 싶은 음악을 고르는 순간이 정말 좋아요. 작은 침대가 무한의 공간이 되기도 해요.

선물 받은 침대 옆 조명은 전등 갓이 따로 없어서 무명천으로 두 겹 해서 감쌌어요. 책 읽을 때 조도 조절이 필요하면 천을 벗기거나, 한 겹으로 감싸요. 

이번에 오늘의집 앱 구경하다가 청소도구도 구매했어요. 보이는 곳에 걸어두니 자주 청소하게 돼요.

조용한 저녁 시간도 좋아요

B방 (드레스룸 + 작업 공간)

방 오른쪽 벽면은 옷장이에요. 인터넷으로 철재 앵글 구매해서 혼자 조립했는데 정말... 고난이었어요. 다 완성하고 뿌듯해서 무인양품에 가서 수납할 라탄 바구니를 몇 개 사 왔는데 조립한 옷장보다 더 비쌌던 기억이 나네요.

옷장 옆에 자투리 공간이 남아서 칠공소에서 자작나무 합판으로 신발장을 만들었어요.

옷장 바로 옆에 저의 직장이 있습니다. 제가 영상 작업하는 공간이에요. 마켓비에서 자작나무 상판과 철재 다리를 사서 간단하게 작업 테이블을 설치했어요. 친구가 버려진 의자를 주워와서 선물로 줬어요. 

이곳 역시 고난의 철제 앵글로 수납공간을 만들었어요.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와 선물, 산에서 주워온 솔방울 등 제가 아끼는 물건들을 보이는 곳에 올려놨어요. 보이지 않는 아래 칸에는 투박한 컴퓨터 본체와 관련 기계들을 넣어 뒀어요. 

이 방 조명은 에디슨 전구로 바꿔서 설치했어요. 우리 집에는 주광색 (새하얀) 조명이 하나도 없어요. 노르스름한 불빛에 마음이 훨씬 편안해져요.

반려 식물

하나둘 데려오기 시작한 게 점점 많아졌네요. 예전에는 식물이 주는 아름다움만 좋아했지 관리를 잘하지 못했어요. 말이라도 통하면 원하는 걸 해줄 텐데 스르륵 시들어버리면 정말 미안하고요. 그래서 매일 화분들 상태를 살펴보고 주기적으로 욕실로 데려가 물을 흠뻑 줘요. 요즘에는 집이 너무 건조해서 자주 환기를 시켜주고 스프레이로 분무해줘요. 오래오래 이곳에서 잘 지내줬으면 좋겠어요.

이제까지 제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를 설명했는데요. 사실은 제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없애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옷은 가진 것 중 절반 가까이 중고 앱에서 판매, 나눔을 했어요. 그릇이나 소품들은 한 번에 다 버리기 힘들어 시간 날 때마다 숨은그림찾기 하듯 골라내서 정말 좋아하는 것만 제외하고 정리했어요. 집이 기분 좋은 공간이 되려면 부지런해야 하는 거 같아요. 꼼꼼하게 정리를 잘하는 성격이 아니라 흐트러질 때도 있지만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집을 가꾸고 있어요.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는 이유는 제 모든 일상이 이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깨끗하게 정돈된 집에서 자고 일어난 아침은 정말 기분이 좋아요.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그렇고요. 일하든, 책을 읽든, 요리하든 그 어떤 일도 즐겁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요. 

집은 제 마음을 투영하는 공간 같아요. 슬프거나 우울하면 집이 엉망이 되고, 기쁘거나 행복하면 집에도 생기가 돌아요. 그래서 이제는 기분에 집의 분위기를 맡기는 게 아니라 먼저 늘 좋은 공간으로 유지하려고 해요. 그러면 제 마음도 집 따라 곧 평온해지겠죠.


무엇보다 저 한 사람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에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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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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