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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프를 위한 구축 아파트 반셀프 인테리어 기록

아파트

18평

리모델링

싱글라이프

 

안녕하세요, 인테리어와 홈 스타일링을 좋아하는 오늘의집 유저이자 매일 재택근무를 하는 평범한 직장인 sophie_xoxo입니다. 2년 넘게 페스코 베지테리안으로 살고 있고, 확고한 비혼주의자입니다. 평소엔 뮤지컬과 전시회를 즐기고,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을 좋아했었지만 요즘은 그러질 못해 와인과 홈 스타일링이라는 새 취미를 만들었습니다.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글을 시작하며

제가 집을 산 2020년 3월까지만 해도 오늘의집 온라인 집들이에 구축 아파트를 매매한 싱글들의 이야기가 잘 올라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한 주에도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올라오는 걸 보고 용기 내어 '저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는 걸 알려주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사는'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멋있고 화려하지 않아도 구축아파트 나름의 정취를 느끼며 (돈과..통장과...) 타협해 살고 있는 싱글 라이프입니다. 둘러봐도 저처럼 반쯤 인테리어를 한 분은 안 계시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정말 필요한 부분만 고치자고 다짐해 '반셀프 인테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썼던 돈을 계산해보면 대략 900만원 정도였어요. 오늘의집셀프 인테리어 카페를 참고해 업체를 지정했고, 결과적으로는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집이 되었어요. 우선순위를 분류해 기능이 아니라 꾸밈이라고 판단한 부분을 과감히 제외하여 시공 비용을 아꼈습니다. 아참, 인테리어 할 때 현금이 모자라면 어떤 식으로 대처 했는지도^^; 공유해보려고 해요. 

3D 도면

제가 애용하는 오늘의집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도면과 가구 배치도예요. 오늘의집 3D는 예전에 유행했던 외국 인테리어 3D 프로그램보다 훨씬 우리나라 현실 집에 맞춰져있고, 랜더링 이미지도 500장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예쁘게 배치하고 찍어보는 재미 또한 남달라요. 

제가 사는 아파트는 2022년에 30살이 되는 1기 신도시의 주공 아파트고 면적은 18평 정도인 작은방 하나, 큰 방 겸 거실로 이뤄진 전형적인 옛날 1.5룸 아파트 구조예요. 제가 만난 10평대 구축 아파트는 대부분 1자로 주방이 배치되어 있는데  특이하게 안쪽으로 주방이 배치되어 조금 더 공간이 넓어 보이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라운드 베란다가 특징이지만 현재는 1자 샷시 시공을 해서 현재 앞부분에는 실외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엔 비둘기 신혼부부가 집을 지으려고 해서 비둘기 퇴치 스파이크까지 설치했어요^^.

저는 최종적으로 창호 시공(샷시)- 타일 시공(베란다, 현관, 화장실 전체 타일 덧방/욕조 철거, 천장과 도기 교체)-싱크대 교체-도배, 장판 시공-조명, 스위치 및 콘센트 교체-입주 청소 이 시공들을 하기로 결심했어요.

제가 가진 돈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시공은 여기까지였습니다. 물론 백만 원, 이백만 원만 더 들였다면 문도 교체하고 몰딩도 손볼 수 있었겠지만 분수에 맞게(?) 고치고 살 계획이었기 때문에 레트로한 분위기를 나름 즐기면서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또, 집을 매매하고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당장 현금이 없을 수가 있잖아요. 샷시(창호) 시공은 국토부에서 지원하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으로 36개월 이상 장기 할부 + 거의 무이자에 가까운 저렴한 이자로 시공할 수 있어요. (*담당자 배정 때문에 연초 1-2달 정도 신청 불가능한 기간이 있고, 은행에 한두 번 정도 연차를 내고 방문해야 해서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분에게 추천드립니다!) 제가 시공할 때까지만 해도 드물게 받아줬는데, 요즘은 많이들 시공하는 듯해요. 노후 공동주택에 주어지는 몇 안 되는 혜택이니 꼭 받아 가셨으면 좋겠어요. 

쉽지 않네, 반셀프 인테리어

시공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벽지 제거는 시공팀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만약 필요에 의해 제거해야 한다면 셀프로 하거나, 품(일당)을 추가해서 부탁드려야 합니다. 하지만 사전 협의 없이 당일에 요청하시면 거절당할 수도 있어요^^; 어떤 공정이라도 집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나서 견적을 받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리고 항상 시공 비용은 넉넉하게 생각해 주셔야 해요. 구축은 정말 변수가 많습니다. (물론 신축도) 저 같은 경우에는 아래에 말하겠지만 갑자기 아랫집에서 물이 샌다고 해서 엄청 놀랐거든요. 다행히 화장실 배관의 미세 누수라 쉽게 해결했는데 (매도인에게 금액 받음) 그땐 정말 잠이 안 올 정도로 많이 걱정했어요.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 저와의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완벽하려고 하지 말 것" 저는 미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기능적으로 편안한 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시공자분들께 요청했던 것도 전부 그런 거였어요. 어차피 가진 돈으로 호텔 같고 아름다운 집을 만들 수 없으니, 차선으로 선택한 게 튼튼하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집이었어요.

💡 반셀프로 할 때는 검증된 시공자 찾기

공정 중에 오늘의집 인테리어 시공에서 알게 된 도배/장판 업체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장판이 당시에 업체 공장이 멈춰 구하기가 어려웠는데, 사장님께서 계약금만 받고 거의 두 달을 가게 안에 보관해 주셨어요. 시공도 물론 깔끔하게 되었습니다!

도배장판 시공을 마친 날의 사진입니다. 월넛 색 바닥은 밝은 우드톤 가구와도 잘 어울리고 제가 원하는 레트로한 분위기를 내는 데도 일조하고 있어요. 

거실 겸 침실 Before

셀프로 어설프게 덧바른 연한 페인트와 잘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저 웅장한 모습+누가 언제 붙였는지도 모르는 만화 판박이 스티커까지. 더위와 추위로부터 저를 지켜주기에 너무 낡고 병든 모습이었어요. 저 상아색 페인트는 자주 등장하는데 제 추측으로는 원래 분양 당시의 몰딩 색이었던 옥색^^을 가리고자 전 주인분의 가족이 직접 시공한 것 같아요.

거실 겸 침실 After

홈 오피스, 와인바, 영화관. 모든 게 가능해

이 사진이 최종, 진짜 최종, 진짜 진짜 최종.jpg 인 홈 오피스 겸 거실 겸 침실 모습이에요. 염원하던 TV를 세리프로 교체하고, 거실장이 없어져서 자유로워진 공간만큼을 더 활용하기 위해 테이블을 가로로 사용하고 있어요. 일할 때 아늑해져서 현재 아주 만족하는 구조입니다!

커다란 월넛 색 크라운 몰딩이 있으니 모던함보다는 아늑하고 레트로한 분위기로 꾸며보자고 생각했어요. 주방 복도, 화장실 경계에는 빈티지 패브릭 2마씩을 사서 집게로 고정해 커튼 느낌을 냈고, 그 외에 TV 콘솔과 책장 위 등에도 빈티지 패브릭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베란다 문과 가까운 곳에, 티 테이블 겸용으로 사용하는 HPM 테이블 위로 식물을 배치해서 환기에 용이하도록 했어요. 원형 테이블은 원래 커피나 와인을 마시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테이블로 이용하다가, 지금은 미니 트리가 와서 잠깐 양보 중입니다. 흰색 이케아 슬라이딩 장은 원래 신발장인데, 저는 다리를 떼고 조립해서 책과 음반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고 있어요. 

데스커 테이블에서 주로 근무도 하고, 앉아서 식사도 하고 와인도 마시고 커피도 마셔요.

데스크탑을 사용할 때의 모습이에요. 사용하지 않을 때는 마우스와 헤드셋을 키친 클로스로 덮어요. 본체는 모니터 받침대 안에 들어가는 사이즈라 넣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애플 제품이 아닌 이상 인테리어로 이용하기는 힘들더라고요^^;

데스크톱을 놓기 위해서 데스커 4인 콘센트형 테이블을 샀어요. 데스커 4인 테이블은 다이닝용으로도 손색없는 디자인에 콘센트와 usb까지 달려 있어서 usb로 작동하는 탁상용 서큘레이터를 쓸 때도 유용했어요.

그런데 가끔 회사 데스크톱과 개인 넷북까지 이용해야 할 때가 있어서 공간이 협소하게 느껴졌어요. 마침 리퍼 마켓에서 제가 원하는 크기와 소재의 원형 테이블을 사서 바로 세팅해 보았어요!

매거진랙에는 잡지들을 꽂아 놓고 봐요. 지금은 매거진 B의 Aesop 편이 꽂혀 있어요. 원래는 역시 좋아하는 브랜드인 인텔리젠시아 편이 꽂혀 있었고, 뒤에 있는 씨네 21은 좋아하는 배우나 영화가 나오면 꼭 사는 편이에요. 

TV는 2017년 정도에 구매했는데, 거거익선이라고 32인치가 요즘 너무 작아 보여서 새 TV를 사려고 서치하고 있어요! 자취하면서 느낀 거지만 살 때 좋은 걸 사서 오래 사용하는 게 오히려 환경오염이나 돈 낭비를 없애는 길이더라고요. 혼자 산다고 대충 사자, 대충 살자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오히려 좋은 제품, 내 마음에 드는 걸 사서 아껴주면서 오래오래 써야 해요!

밤과 낮의 분위기가 좀 다르죠? 개인적으로는 은은하게 들어오는 볕을 받을 때 제일 예뻐 보여요. 여태 본가를 제외하면 정남향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신기하게도 여름이 지나고 가을-겨울에 볕이 집 안쪽까지 확 들어오더라고요. 그게 좋아서 싫은 추위도 끄덕거리면서 이겨내고 있어요.

침대에 누워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모습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선이에요. 호프셀렘과 HAY의 둥근 조명이 참 잘 어울려요.

천장이 콘크리트로 되어있어, 구멍을 내려면 칼블럭과 해머드릴이 필수적으로 필요해요. 조명 때문에 공구를 빌릴까 하다가, 공구가 있어도 스킬이 있어야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는 말에 좌절했어요. 현재는 U형 꼭꼬핀 두 개로 전선을 아슬아슬하게 달아놨어요.

침대는 소파 뒤에 있어요. 저는 주로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을 만지다가 스르르 잠드는 스타일이라(아무 데서나 잘 자요...) 침실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았어요. 숙면을 취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집중이 필요하신 분들은 복도식 아파트 10평대에서 작은방을 침실로 선택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지금 사용하는 침구는 호무로의 축열 이불인데, 세탁 시에 솜이 아주 많이 뭉치는 거 빼고는 따뜻해서 좋아요. 균일하게 솜이 펴지지 않는 게 싫으시면 비추천, 저처럼 관리가 쉬운 이불을 선호하신다면 추천입니다. 몸에 대는 베개를 제외하고는 아주 납작한 솜 베개를 두 개 겹쳐서 사용하고 있어요. 요즘 빠져있는 리넨 소재고요.

다른 분들은 대부분 솜과 커버를 따로 사용하시는데, 워낙 귀찮... 은게 많은 성격이라 저는 항상 차렵이불을 사용해요. 살갗에 닿는 촉감이 차갑고 부드럽고, 세탁도 까다롭지 않아서 정말 잘 쓰고 있어요. 이것도 오늘의집 리퍼 마켓에서 구매했는데 정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제품이에요!

에어컨을 설치하고 일 년 반이 넘는 동안 갖가지 아이디어들로 배관을 가리고 싶었는데요,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냥 못 본 척하고 살았어요. 고민하다가 몰딩에 실리콘 테이프로 패브릭을 유행할 때 사놓은 실리콘 테이프로 몰딩에 붙였어요. 고민했던 게 무색했던 만큼 잘 어울려요.

요즘 유행이라고 생각해서 풍경 패브릭을 선뜻 사지 못했는데, 오른쪽에 있는 화분들과 대칭도 되는 것 같고, 컴퓨터를 하다가 모니터 너머로 시선을 두면 힐링하는 기분이라 생각보다 더 신선해요.

이전에 달아놨던 커튼이 너무 길어서 자꾸 화장실 문 앞에서 밟는 바람에 조금 더 댕강한 길이의 다른 빈티지 패브릭 커튼으로 바꿔봤어요. 빈티지 패브릭은 우연한 기회로 사봤는데, 요즘은 잘 나오지 않는 고풍스러운 무늬와 세월감이 매력 있어서 집에 포인트로 여러 개 사서 여기저기 활용하고 있어요. 

주방 Before

주방 After

최근에 조명이 집 분위기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후 더 이상 주광색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어요. 원래 집의 조명이 모두 주광색 전구, led 엣지등 이었는데 교체할 수 있는 등은 모두 교체를 했답니다. 가장 먼저 교체한 곳이 주방이에요. 주광색에서 4000k 주백색으로 교체하고 나니 부드럽고 온화한 분위기가 되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거창하게 홈 카페까지는 아니지만, 전자동 커피 머신을 매일 사용해요. 버튼만 누르면 에스프레소를 뽑아주는 기특한 기계예요. 자주 청소해 주고 닦아주고 아껴주며 살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저는 정리가 항상 어려운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잘 정리하는 것보다 일단 모두 숨기고 깨끗한 척하자! 를 모토로 살아요. 얼마 전에는 약이나 영양제를 보관하는 큰 리빙박스를 샀어요. 터치형으로 눌러서 여닫기가 가능해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요. 밥솥은 어디 갔냐고 생각하실 텐데, 저는 밥솥 대신 내솥이 스테인리스로 되어있는 인스턴트 팟으로 밥을 지어요. 

드레스룸

작은방 입구에는 빈티지 물품들을 사고 받은 엽서 같은 걸 붙여놨어요. 30년 동안 한 번도 교체한 적 없는 목문인데 제법 깨끗하죠? 아는 언니가 놀러 와서 같이 손잡이 교체만 진행한 문이에요. 

드레스룸은 사실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관건이라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어요. 실제로 옷을 개어 갖다 놓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만 들어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주로 머무는 곳은 주방과 거실 겸 침실이라 그 공간들을 활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 

이 방에는 사시사철 돌아가는 제습기가 있어요. 이 집에 처음 이사 오고 나서 바로 구매했는데, 주변에 널리 널리 알려 주변에서도 많이들 구매한 제품이에요. 제가 처음 이사 온 20년에는 비가 유난히도 많이 내렸는데, 제습기를 켜놓고 회사에 갔다가 집에 오면 집은 너무 뽀송뽀송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은 겨울대로 결로 방지, 곰팡이 방지를 위해 늘 틀어놓아요. 

현관&복도

중문은 제가 여태껏 한 시공 중에서 가장 추천드리는 거예요. 복도식이면 꼭꼭 고려해 보시기를! 물론 진짜 중문의 맛은, 없이 살다가 시공하고 나서 느끼는 온기에 있습니다. 중문 밖은 시베리아예요. 중문이 고민된다면, 턴키 업체의 가격보다 개별 시공하는 게 20%가량 저렴하니 저는 살아보다가 필요할 때 시공 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생각보다 목공정이 길지 않고, 기본 중문들도 다 이뻐요(그래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그렇게 크지 않아요. 

중문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저희 집이 뒤에서도 말씀드리지만 폭이 굉장히 넓은 편이에요. 입구만 해도 1800 정도라 여닫이나 스윙 도어를 하기에는 위가 좀 내려앉을 위험도 있고, 그렇다고 양개형을 하기에는 조금 좁고 그래서 남들 많이 하는 초슬림 3연동으로 했어요. 

현관은 항상 정리가 어려워요. 거울 아래에는 제가 마신 와인병들이 잔뜩 쌓여 있고, 가끔은 택배를 뜯는 공업용 커터칼이 선반에 올라와 있기도 해요. 싱크대 옆면에는 지나갈 때 켜지는 센서등을 달았고, 센서등에 가방을 걸어놓아요. 바로 거실에서 나갈 수 있게요.  불이 밝지 않아도 집과 어울리는 제법 멋스러운 공간이 되어 기분이 좋아요.

마신 와인병들은 버리기 귀찮아 인테리어에 활용하자고 생각하고 모았는데, 남들 보여주기 민망할 정도가 되었어요. 정말 혼자 마신 거예요..^^ 하나씩 들고나가서 버리거나 가게 인테리어 하는 분들에게 나눔 하려고요. 

복도 공간은 다른 집에 비해 과하게 넓은 편이라(대략 폭이 넓은 곳은 2m 정도예요) 놀러 온 친구들이 여기서 말하면 울린다고 놀라기도 했어요. 한 평 한 평이 아까운 10평 대 아파트니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심하다가 화장실 맞은편에 둘 수납장 하나를 구매했습니다. 선물 받은 호텔식 수건을 보관하는 데에 화장실 수납장이 모자랐기도 하고, 헤티히 사의 레일에 레놀릿 필름을 입은 제품이지만 과하게 비싸지 않아 바로 구매를 결정했어요! 식료품과 수건, 그리고 물티슈를 보관하니 딱 좋아요. 

구축이다 보니 콘센트 증설 공사를 생략해서 겪는 불편함이 좀 있어요. 살면서 그런 걸 극복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가 붙여놓은 센서등처럼요. 넓은 복도를 어두운 시간에 지나가면 제가 직접 사방으로 불을 켜면서 다녀야 하거든요. 화장실 앞, 사진상 빨간색 스툴이 있는 싱크대 옆면에 샤오미 센서등을 부착했어요. 너무 눈이 부시지도 않고, 좀 어둡다 싶은 조도지만 30초 정도 불빛이 유지돼서 집을 나가거나 잠시 이동할 때 편리해요. 

구축 아파트에서 겨울 나기

충격적이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본가에 살 때 거의 난방을 해본 적이 없어요. 눈이 일 년에 한 번도 오지 않는 남부 지방에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족 모두가 별로 추위를 타는 편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 칼바람과 함박눈, 매서운 한파를 경험하고 나서는 그 말이 쏙 들어갔어요. 여태 살았던 원룸은 난방비가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는 중앙난방형이거나, 너무 작은방이라서 난방을 펑펑 틀어도 별로 요금이 부담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파트는 다르죠!

작년에 지역난방 요금이 감이 안 오기도 하고, 또 혼자 사는데 모든 집의 난방을 다 해야 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좀 춥게 살았는데 약간 현타가 오더라고요. 내 맘대로 난방도 못하네! 하고요. 이사 오기 전에 공사를 할 수도 있었는데 온도조절기가 없다는 사실 자체를 몰라서 못했어요. 구축 들어가시는 분들은 온도조절기 설치 여부도 꼭 확인하세요 ^^! 주방 공사 전에 끝내야 한답니다. 아무튼 저는 온도조절기도 없고, 사람이 없는 방까지 난방을 해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스러워서 올해는 폭신폭신하고 따뜻한 러그와 털 슬리퍼, 그리고 제가 있는 부분만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에코 히터를 구매했어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컨벡션 히터로 훈훈하거나 따뜻해지면 전기 요금이 폭탄이다- 라고요. 그래서 최우선적으로 적은 전력으로 사용 가능한 히터를 골랐어요. 200w 나 400w 로 작동되는데, 저는 오히려 400w로 틀면 좀 많이 뜨겁더라고요. 아주 춥지는 않은데 좀 따뜻하게 있고 싶을 때 히터와 홑이불만 있으면 천국입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복도식 아파트의 정취

어려서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있긴 하지만 계단식이라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면 불편한 점이 많지 않을까 하고 살짝 고민했었는데, 살아보니 생각했던 것 만큼 나쁘지 않고 오히려 구축 아파트 특유의 정취가 느껴져 좋은 점도 많아요.

봄이면 목련과 벚꽃이 화사하게 피고, 여름이 되면 무성한 초록잎이, 가을이 되면 멀리 볕 잘드는 길가 가로수들부터 알록달록 옷을 갈아 입는 게 보여요. 겨울엔 동네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을 보면서 흐뭇해지기도 하구요. 화려하고 멋진 정원이 아닌, 아파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자연스러운 나무와 조경이 항상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이웃들과 눈인사도 하고, 나이가 많은 이웃분들이 많아 '빨리빨리' 보다는 '느려도 괜찮아'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물론 주차난이나 수도관 동파위험, 인터폰의 부재 등 뜻하지 않게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기는 하죠.  저는 자차가 없지만 차량이 있는 가구라면 불편할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아직까지 1년 반정도 살면서 못살겠다 싶은 정도로 불편한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서울의 빌라에 살 때보다 조용하고 안전해서 "왜 진작 이사갈 생각을 못했을까?"하고 후회는 여러번 했었어요. 물론 집 바이 집이지만 저는 주거비를 최소화 하기 위해 아주 작은 원룸에 몸만 겨우 뉘이고 살았고, 이웃 복이 없어 살 때마다 새벽까지 벽간/층간 소음에 시달려야 했거든요. 굳이 매매가 아니더라도 신축빌라 대신 오래된 아파트에서 자취하는 것도 고려 해볼만 하다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대신 가전이나 가구를 사는 초기 비용이 조금 더 들어가지만, 가성비 좋은 제품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저는 [술과 술상]을 좋아해요

집이 넓어지면서 가장 많이 변한 건 제 라이프 스타일이에요. 예전부터 칵테일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는데, 이사 후에 바로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 연습했어요. 이젠 간단한 칵테일도 만들어 대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지는 못했어요. 심지어는 본가의 가족들도 한 번도 안 와봤어요. 플레이팅에는 재능이 없지만 술은 잘 말아 줄 수 있어요.

작년과 올해에 한두 명씩 소소하게 초대한 지인에게는 항상 모히토와 파스타를 대접했어요. 특히 초여름에 먹는 여름파스타는 정말 꿀맛이었어요. 제가 아무래도 육류를 안 먹다 보니까 항상 지인들을 대접할 때 뭘 줘야 할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화이트 발사믹 크림이랑 부라타 치즈, 바질 페스토와 좋아하는 채소를 넣은 여름 파스타는 눈과 입을 다 만족시키는 메뉴였어요! 음식 몇 개만 봐도 취향이 보이지요! 저는 양 많이 아무데나 담기입니다. 

어설프게 손잡이 없는 컵에 만들어 본 모스코뮬입니다. 라임의 맛과 향을 좋아해서 라임이 들어간 칵테일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라임이 없어서 레몬으로 만든 진저에일+보드카 칵테일! 라임과 진저비어를 쓰면 모스코뮬이에요!

그리고 와인에도 취미가 생겼어요. 아직 맛 구분을 잘 못해서 저렴하고 평이 좋거나/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와인을 주로 사요. 비싼 걸 사봤자 맛을 느끼지 못하면 말짱 꽝이라는 생각 때문에 차근차근 마셔보려고 해요. 집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좋았어요. 술이 좀 모자라거나, 혼자지만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호다닥 나가서 사 오면 되거든요. 빈 병을 전시해둔 걸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닥치는 대로 마셨던 것 같아요.

간단한 술상은 치즈나 스낵, 짠기를 제거한 올리브절임 + 풍미가 좋은 올리브유와 레드페퍼 크러쉬드를 넣어요. 올리브는 레드, 화이트, 내추럴 와인 가리지 않고 최고의 와인 안주예요!  아, 저는 레드, 화이트, 포트, 내추럴 와인 전부 좋아해요! 사실 술은 잘 안 가려요. 맥주 소주 와인 막걸리 전통주 등등... 다 좋아해요. 

물론 혼자 살다 보니 배달 어플의 가장 높은 등급에 위치해있지만, 가끔은 혼자 집에서 술과 함께 할 간단한 요리를 즐겨요. 한식을 더 자주 먹는 편인데 제대로 각을 잡고 차려먹지는 않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긴 게 거의 없어요. 저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육식(만)을 하지 않는 부분 채식 중이기 때문에, 주로 해산물이나 채소가 들어간 요리가 많아요. 하나하나 모든 성분의 구성요소를 확인할 수가 없어서 사실 페스코보다는 비덩주의(덩어리로 된 육류 섭취를 하지않는 부분 채식)라고 정의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기도 해요. 

올여름 샐러드와 화이트 와인에 빠졌을 때예요. 연어는 킬로 단위로 사서 다시마 숙성을 한 뒤에 회와 간장 연어 덮밥으로 먹었어요. 간장 연어장은 제가 아는 한 가장 쉬운 요리라서, 남은 연어회가 있는 분이라면 유튜브를 보고 따라 해보시기를 추천해요!

그냥 깡와인을 즐길 때도 많아요. 저 때는 잔이 제대로 없어서 한 맨날 같은 잔을 썼네요.  지금은 관리가 용이한 리델의 스템리스를 주로 사용해요. 공간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 600 테이블에서 먹고, 좀 여러 개 차려 먹을 때는 데스커 테이블 모서리로 가요.

담백한 삼베체 굴(생식을 하지 않는 굴이라 비교적 독성이 약하다고 해요)과 가벼운 레드와인. 딜과 레몬즙을 잔뜩 뿌려서 타바스코를 뿌려 먹었어요. 

 굴과 무말랭이, 그리고 레몬딜버터를 넣은 바지락 술찜이에요. 와인은 마트까지 나가서 사 올 때도 있지만, 너무 귀찮아서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을 선호하는 편이긴 해요. 가성비가 좋다고 인터넷에 올라오면 꼭 한 번은 사서 마신답니다. 올해 가을-겨울에는 샤블리에 푹 빠져서 굴이랑 많이 마셨어요. 굴은 레몬즙에 풍미가 좋은 올리브유랑만 함께 먹어도 좋더라고요.

이건 횟집에서 시킨 석화예요. 레몬과 이탈리안 파슬리를 잔뜩 넣어 먹었어요. 파슬리가 잔뜩 남아서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알리오 올리오를 해먹었어요. (다음 날 점심) 

그렇다고 제가 술만을 위해서 요리하는 건 아니에요!

에어프라이어 채소구이(버섯도!)는 환기가 가능한 날씨라면 언제든 해먹고 싶은 건강식이에요. 허브솔트와 올리브유에 좋아하는 채소를 마구 버무리고, 그냥 굽기만 하면 되거든요. 카레와 함께 먹어도 훌륭한 한 끼가 됩니다. 바지락 술찜은 해감이 번거롭긴 하지만 쉽고 간편하게 완성할 수 있는 요리 중 하나죠. 요즘은 밀키트가 잘 되어 있어 어떤 요리도 뚝딱! 할 수 있어요.

에어프라이어로 크로플도 구워 먹어요. 평소에는 아침을 방탄 커피 한 잔으로 때우는 편인데, 주말에는 이렇게 여유를 부려요. 재택이라 매일 평일에는 9시쯤 느즈막이 일어나니까요...(^^)

쌀국수를 시켜 먹고 남은 양파절임이 아까워서, 굳이 굳이 쌀국수를 해먹었어요.  한식을 자주 해먹는다고 해놓고, 한식 사진은 거의 없네요. 사실은 동남아 음식이나 양식도 매우 좋아해요. 

 꽃은 직접 사지는 않는데, 선물 받으면 열심히 다듬어서 술병에 꽂아둡니다. 생화는 정말 다른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어요. 집이 완전 브런치 카페처럼 변해버리더라고요. 저 날은 그라브락스 숙성 연어가 생겨서, 치아바타로 샌드위치를 해먹었어요. 계속 등장하는 루꼴라가 여기도 들어갔어요. 집에서 먹는 음식은 역시 좋아하는 재료를 잔뜩 넣어서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좋아요.

글을 마치면서

집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는 말을 믿지 않았어요. 팍팍하게 사는 자취생의 입장에서, 깨끗하고 넓은 신축 오피스텔이나 투룸 빌라는 항상 사치였어요. 오늘의집을 보면서도 항상 그런 곳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어요.  정말 별생각 없이 선택한 '집'이 제 삶을 바꿔 놓을 줄은 몰랐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투자 목적이나 엄청난 내 집 마련에 대한 철학이 있어서 집을 사게 된 것도 아니고, 또래에 비해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에요.서울에 올라와서 팍팍하게 살던 제게 마음의 여유를 찾아준 게 바로 이 집이더라고요. 오래되고 작은 공간이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안식을 주는 곳이 되었어요.

좋아하는 작가인 루나파크님의 인스타툰에서 본 문구가 정말 공감 갔어요.

"주거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세계의 어느 구석을 비틀어 내 우주를 만든 것 같아" (작가님의 전세 사기 경험담을 만화로 그린 건데, 세입자라면 꼭 한번 블로그나 인스타에서 읽어보시기를 바라요)

아무도 나를 쫓아낼 수 없고, 아무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공간을 가진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집을 사게 될 때는 몰랐어요. 저는 본가에서도, 자취방에서도 항상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게으른 집순이였지만 집에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걸 이 공간을 갖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방식이 바뀌는 걸 매일 경험하고 있어요. 거창하고 좋은 집이 아니더라도, 나의 취향과 마음을 담은 스타일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사는 '집'. 집을 바꾸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집에서 이런 재미있는 일도 할 수 있구나' 하면서 자주 놀랐어요. 사는 공간이 자신을 말해준다는 말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요. 

특히나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강경한 비혼주의자라 주변에서 입을 대는 일이 많았거든요. 부모님이나 친척에게도 간섭받는 걸 몹시 싫어하는 성격이라 항상 어떻게 정중한 태도로 다물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작년에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 저의 라이프 스타일에 간섭하거나 조언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졌어요. 어떻게 보면 '집을 사서 이제야 내가 어른으로 취급받는 건가' 싶어 씁쓸하기도 했어요. 아무튼 지금은 상황이 좀 혼란스럽고 어렵지만,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저와 같은 즐거운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글을 쓰게 되었어요.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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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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