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방 숲 속에서 시작한 프리랜서의 식물 생활
안녕하세요. 약 50여 종의 식물들과 한 방에서 살고 있는 프리랜서입니다. (거실 식물과 합치면 100여 종이 넘으려나요ㅎ)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사는 집이어서 제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공간은 제 방과 방 안 테라스뿐이지만, 그만큼 배치와 소품들 하나하나에 애정을 담아 꾸몄답니다. 1년 전 작은 치자나무 모종을 시작으로 화분을 하나하나 늘렸는데, 어느새 제 방은 작은 정글이 되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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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산을 끼고 있는 펜트하우스형 아파트예요. 1층은 부모님의 안방, 거실, 주방이 있고 2층은 아버지의 서재, 동생 방과 제 방이 있어요. 가구를 옮기고 패브릭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치 새로운 집에 이사를 온 기분이 들기에, 몇 번이고 방 구조를 바꾸었어요. 한 방에서 식물들과 동고동락하는 소소한 일상, 부족하지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나만의 식물 갤러리
아침에 일어나면 식물등을 켜는 것에서부터 하루를 시작해요. 해가 들어오는 공간을 아무리 찾아도, 많은 식물들을 감당하기에는 빛이 언제나 모자라기 때문이에요.
제각기 다른 매력의 식물들은 꾸미는 방법도 모두 다른데요. 마크라메 소품과 꼭꼬핀을 이용하여 행잉으로 걸거나, 책꽂이 위에서 늘어뜨리거나, 쌓은 책 위에 리듬 있게 올려놓는 등 여러 가지로 연출할 수 있어요. 책꽂이 안쪽 벽면에도 엽서를 부착해서 한쪽 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다이소에서 산 철제 그물망에 포스터와 엽서들을 걸어놓고 행잉 식물과 함께 배치했어요. 식물'만' 놓인 딱 떨어지는 느낌보다 식물 각기의 매력들을 잘 살려서 인테리어 소품들과 어우러지게 꾸미고 싶었어요.
요즘은 식물등도 일상에서 쓰는 전구색과 LED색으로 많이 나오기 때문에 되도록 공간과 동떨어져 보이지 않는 등으로 설치했어요. 식물등에 라탄 캡이나 패브릭을 씌워서 홈 카페 분위기를 내기도 하고, 바타입 식물등을 선반에 부착해서 깔끔하게 쓰기도 해요. 식물등을 모두 켜고 나면 방이 한층 밝아져서 활기가 생겨요.
바닥에는 계절별로 러그나 카펫을 깔아서 분위기를 바꿔줍니다.
#하나의 책상을 두 공간으로
와이드한 책상 하나를 세로로 배치하고, 아이맥을 파티션 삼아 두 공간으로 나누어 쓰고 있어요. 한쪽은 작업하는 공간으로, 다른 한쪽은 묵상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는 공간으로요. 애매하게 남았던 책상 한켠을 100%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무엇보다 세로로 책상을 배치하니 방 전체를 훨씬 효율적으로, 넓게 쓸 수 있더라고요.
책상이 워낙 오래되어서 흠집이 나고 낡은 느낌이 있는데, 테이블 러그 하나로 분위기가 확 바뀌어요. 시트지로 리폼 하는 것보다 깔끔한 것 같아요.
하루 중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에 산을 바라보는 쪽으로 위치시켰어요. 책상을 돌려쓰기 때문에 자칫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어서, 옆에 작은 사이드 테이블을 두어 스탠드와 휴지 등을 놓았답니다. 테이블 아래에 들어오는 햇빛 조각도 놓칠 수 없어서 식물들을 두었고요. 방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책상 오른 편이 작업을 하는 공간이고,
왼편이 취미생활을 하는 공간입니다. 생각보다 좁지 않고 아늑해서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요. 좋아하는 향초와 해변에서 직접 주워온 조개껍질로 꾸미고, 일기장과 성경, 그림 그리는 도구들을 올려놓았어요.
#계절마다 바뀌는 침실
침실만큼 분위기를 바꾸는데 쉽고 편한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 패브릭과 조명만 바꾸어도 느낌이 달라지니까요. 방 안에서 책상을 가운데로 작업 공간과 침실로 나누고 있어요. 침실 공간에도 식물은 포기할 수 없어서, 수경으로 키우는 아이들 몇 종을 두고 있어요.
여름에는 민트색 이불커버와 물빛 포스터들로 시원한 분위기로 바꾸었어요.
침대에 누웠을 때 보이는 식물들의 모습들도 보기 좋아요 :) 밤이 되면 식물들이 새순을 트거나 잎을 오므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듭니다.
#나만의 방법으로 일 할 때와 쉴 때 구분하기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한 데 있다 보니 이를 구분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내 몸이 이걸 구분하지 못하면, 자칫 생활패턴이 어그러질 수 있으니까요. 일할 때는 무조건 중앙의 백색 형광등을 켜고, 음악은 일절 듣지 않아요. 저녁 7시~8시 이후부터는 형광등과 식물등을 모두 끄고, 방 안 곳곳의 무드등을 하나씩 켜면서 스스로에게 ‘이제부터 쉬는 시간이야’ 하고 간접적으로 말합니다.
신기하게도 조명 분위기만 바꿨을 뿐인데 긴장된 몸이 풀리고 마음이 한결 차분해져요.
가끔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면 독특한 무드등이나 캔들 워머로 분위기를 내기도 합니다.
#조금씩 넓히고 있는 식물공간
월동준비에 들어가면 식물들이 모두 안으로 들어오게 되어요. 방 안에만 두기엔 식물이 너무 많아져서 가족들의 양해를 구하고 거실에까지 조금씩 식물 자리를 넓히고 있네요.ㅎㅎ 덩굴성으로 길게 자라는 식물은 창문에 부착해서 타고 올라가게 만들어요. 식물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인테리어가 완성되어가는 느낌이에요.
#식물들로 인해 더 소중해진 테라스 정원
제 방의 하이라이트는 테라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봄부터 가을까지 대부분의 식물들이 이곳에서 지내요. 완전한 노지여서 때로는 뜨거운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어닝을 쳐주거나, 비바람을 피해서 자리를 요리조리 옮기는 등 번거로움도 있지만 그만큼의 기쁨이 크기 때문에 이 또한 즐기고 있답니다.
쿠션이 망가져서 프레임만 달랑 남아버린 그네 의자도 행잉 플랜트를 위한 실용적인 소품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산이 직접적으로 보여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큰 선물이에요.
식물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남는 공간에 불과했던 테라스가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들락날락하는 공간이 되었어요. 아무 느낌 없었던 한편의 노란 벽이 식물들과 잘 어우러지는 걸 보고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나요. 우드 박스나 틈새에 두는 수납 트롤리도 식물을 올려두는 선반으로 활용했어요.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 않으면 이렇게 가족들과 홈 카페를 즐기기도 해요.
방 안에서 테라스를 바라보면 이런 느낌입니다.
#마치며
예전에는 집과 공간에 대한 생각이 단순하고 무관심했었어요. 그저 먹고 자는 곳이라는 정도...?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면서,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 찾아오면서 제가 살아 숨 쉬는 가장 친밀한 공간이 이 자리라면 조금 더 윤택하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인테리어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택한 가장 좋은 소재가 식물이었고요. 식물을 키우고 있지만, 가드닝이라는 취미가 루틴에 빠질 수 없게 되면서 도리어 식물들이 저를 기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이 직업도, 취미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었지만 한번 용기를 내고 시도해 보니 제가 했던 염려보다 얻는 가치가 크다는 걸 배웠어요. 무엇이든 담대하게 시도해 보고 경험하면서 깨닫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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