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독립! 마음도 집도 보헤미안처럼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희다입니다. 식물, 일상, 영화 등을 주제로 빈티지 감성의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그림을 깔끔하고 정교하게 그리기보다는 손이 가는 대로 그리는 스타일이에요. 여기서도 나타나듯이 저는 깔끔한 사람은 아니에요. 아래 보이는 사진은 이사 오기 전에 살던 방인데, 인테리어에 별로 관심이 없던 때라 정리가 잘 안 되어있죠? 사실, 저에게 집은 살기에 불편하지만 않으면 되는 공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이런 제가 스스로 새집을 구한 단 하나의 이유는 '독립하기 위해서'입니다. 27년 동안 한 동네에서, 부모님 아래에서 편히 자라오던 생활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물론 월세 나갈 일도 없으니 돈도 모으기 쉽고 부모님과 함께 사니 안전하고, 동네 친구들이랑도 놀기 쉽다는 등의 여러 장점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양한 경험'이었어요.
'만약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산다면 분명 다른 일들이 펼쳐질 텐데 그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변의 걱정을 뒤로 한 채, 독립을 결심한 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집을 얻어 나갔습니다. 그 덕분에 사는 공간에 대한 책임감도 생기고, 지금 오늘의집에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새로 구한 집은 큰 시공이 불가한 원룸 월셋집이라 할 수 있었던 건 조명과 가구를 교체하는 일뿐이었어요. 처음에는 위 사진과 같이 텅- 빈 공간이었고 한 달 정도에 걸쳐 아래와 같이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을 채워나갔습니다.
키워드는 크게 '내추럴', '우드' , '그린' 세 가지로 잡고 보헤미안 스타일로 풀어보았어요. ‘보헤미안'이라 하면 '사회의 관습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사실 저는 사회의 관습에 구애받고 있는 회사원이기도 해요. ^^ 집에 와서야 제가 개인적으로 원하는 스타일의 작업을 시작하죠. 그래서 집은 더욱이 저에게 자유를 주는, 늘 편안하고 산뜻한 작업실이자 휴식처이길 바라면서 인테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층고가 높기 때문에 조명은 펜던트 유리 조명 3개를 사서 프렌치에 연결한 다음 길게 늘어뜨려 주었어요.
자연의 율동적인 선을 좋아해서 화장대에는 흐물거리는 곡선의 무프레임 거울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위로 아이비를 달아 놓아서 곡선이 어우러지게 해보았어요. 가구는 대부분 각져있는 데 반해 자연물이 그리는 선들은 집을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어서 좋아요.
화장대 위의 소품을 소개해 드릴게요. 예전에 빈티지 숍에서 산 유리 촛대를 목걸이 보관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따로 보관함을 사기엔 액세서리가 많은 편이 아니기도 하고 유리 홈에 하나씩 걸쳐주면 되니 편해요. 왼쪽의 나무는 엽서꽂이인데 색상이나 모양이 다 달라서 내추럴한 느낌을 주기 딱 좋은 소품이에요. 오른쪽은 딥티크의 향수이고 워낙 브랜드의 그래픽이 예뻐서 인테리어 소품용으로도 쓰고 있어요.
탁자의 나무색과 바닥 장판의 우드색이 어울리지 않아서 고민했지만, 에스닉풍의 색감이 강한 카펫을 사서 깔아주었더니 두 색상이 부딪치는 느낌이 줄어들었어요. 내추럴한 느낌을 더해주기 위해 라탄 방석도 깔아주었습니다.
부피가 큰 가구들은 그만큼 집의 분위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가구라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소파베드형 소파가 그중 하나여서, 기존의 회색이었던 소파에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연두색의 원단을 약 6000원에 사다 올려놓았어요. 소파 위에 꽃무늬 담요도 마찬가지예요. 기성 소파 커버와 담요를 사는 것보다 선택 범위도 넓고 돈을 절약할 수 있어요. 원단 마감이 깔끔하지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실밥이 튀어나오는 것도 나름 저의 취향이라 그냥 내버려 두는 중이랍니다.
소파 위에 그림은 친언니가 이사 가는 옆집 사람에게 받았는데 그림 같은 건 함부로 집에 두면 안 된다면서 방구석에 방치하고 있는 걸 그냥 제가 쓰겠다고 하고 가져왔어요. 그림이 너무 예쁘지 않나요? 모네의 작품인 '아르장퇴유의 예술가 정원'이에요. 모네가 부인과 함께 행복한 시절을 보냈던 아르장퇴유의 풍경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네와 모네의 부인 같아 보이는 이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놓은 지 두 달이 흘렀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무 일도 안 일어나네요. 가져오길 잘했어요!
중앙의 매거진 랙 스타일의 서랍장은 책을 올려놓아서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책상 의자는 라탄과 그린 색 쿠션이 섞인 예쁜 원목 의자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처음엔 나무 톤이 통일되지 않아 걱정했는데 다 모아놓고 보니 오히려 같지 않아서 더 재밌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인테리어 느낌이 나는 것 같아 좋았어요. 창가의 식물들은 3년 전부터 키워오던 친구들인데 실내의 환경에서도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창가 벽면에는 꽃꽂이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양재 꽃 시장에서 구매하신 나무 발이 걸려있습니다. 예전 집에서부터 마음에 들어서 이곳으로 데려왔어요. 햇빛이 비칠 때 그림자 지는 모양도 예뻐요. 맨 위에 걸린 그림은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에서 구매한 수채화 그림이에요. 그 아래로 작은 행잉 플랜트, 아크릴 키 링을 걸어놓았습니다. 아크릴과 나무같이 색다른 소재가 만나서 주는 이질감도 정말 매력적이에요.
반대쪽 벽면에는 나뭇가지와 유칼립투스로 만든 인테리어 소품을 걸어놓았어요. 재료만 있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더라고요. 저에게 작업을 할 땐 음악이 필수예요. 점점 음악이 좋아지다 보니 직접 연주도 해보고 싶어져서 키보드를 구매하게 되었어요. 악보를 올려놓은 보면대 위에는 좋아하는 애슝 작가님의 고양이 일러스트 엽서를 올려놓았습니다.
소품 숍이나 여행을 가면 꼭 엽서를 사 오는 편이에요. 위의 세 장은 수십 장 중에 추려서 벽에 붙여놓은 것들인데, 왼쪽은 미국 포틀랜드 여행에서 샀던 펜 일러스트 엽서, 오른쪽 위에는 바르셀로나에 가서 사온 그래픽 아티스트 Mikel Jaso의 엽서, 아래에는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웜그레이테일'의 엽서예요
어두울 때 찍은 서랍장 위 소품들이에요. 왼쪽은 레트로한 축음기 모양이 귀여워서 구입한 블루투스 스피커입니다. 옆에 나뭇가지는 꽃 시장에서 샀는데 모양이 예쁘니 그냥 올려만 놓아도 내추럴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인테리어 소품이 되더라고요. 엽서 꽂이에는 좋아하는 화가인 '앙리 마티스'의 그림엽서를 꽂아 놓았습니다. 맨 오른쪽에는 유리의 곡선에 끌려서 사게 된 촛대인데, 촛농을 녹여 흘려주었더니 더 분위기 있는 소품이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온전히 공간의 주인이 되면서 주체적으로 공간을 가꿀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머무를 공간을 스스로 선택하고 꾸미고 그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이에요. 지금 오늘의집 온라인 매거진에 글을 쓰게 된 것도 이사 오고 난 후 일어난 재미있는 일 중 하나인데 앞으로도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네요. 여러분들도 각자의 공간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 내려가시길 바랄게요 :)
p.s 이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작업물은 제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에서 구경하실 수 있으니 놀러 오세요 :)
- 2020.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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