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정한 공간에 깃든 동양미, 나다움이 담긴 36년 된 구축
⚡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 이 집의 핵심 포인트!
✔ 명확한 원칙을 세워 완성한, 36년 된 구축 리모델링
✔ 구조 변경 없이, 수납과 동선 최대 효율 만들기
✔ 동양적인 가구와 여백으로 채운 차분한 공간
도면
저희 집은 36년 차 구축 아파트로, 방 4개, 주방 및 거실, 공용 욕실과 안방에 딸린 욕실이 있습니다.
워낙 오래된 단지이기도 하지만, 최근 10여 년을 리모델링 없이 임대가 되었던 집이었어요. 창호는 알루미늄 샷시(새시)였고, 바닥은 오래된 마루, 공용 욕실 천장에는 곰팡이, 조명 상태도 좋지 않아 전체적인 공사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예산을 확정하고, 리모델링 공사에서 어디에 집중할지, 무엇을 포기할지, 가구는 어떻게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했습니다. (세 번째 리모델링이어서 상황마다 냉정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플랫폼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너핏수(@inner.fits.ue)입니다. 어릴 적 서예 3년, 한국화를 2년여 했습니다. 모두가 먹물을 쓸 때 고집스레 먹을 갈아 썼습니다.
고독했던 사춘기, 울긋불긋한 20대를 지나 시간과 세월을 건너오며 그 취향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렷이 알지 못했지만(어쩌면 여전히 모르지만), 지금의 저를 이루는 정서의 끈이자 뿌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너무나 좋아하는 이배 작가님 전시에서의 사진입니다(뮤지엄 산에서 전시 중입니다). 한참 동안 저기 앉아 바닥을 문지르고 바닥에 머리를 대고 붓질의 결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랜 시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 왔고 그 답은 언제나 일, 직장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1년여 전, 건강을 계기로 "어떤 사람", 즉 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습니다.
젊음은 주어지고, 늙음은 이루어진다.
최인아 님이 2007년 쓰신 칼럼의 일부로,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 책에 발췌되어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는, 결국 "이루어지는 늙음"에 있는 것 같습니다. 최인아 님의 글을 빌려 소개를 마무리하면, 지금의 저는 이루어지는 늙음을 생각하며 일상을 채워가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우리 가족만의 리듬이 흐르는 공간이에요. 매일 브리타 정수기에 물을 받아 보리차를 끓이고, (주로 남편이 끓입니다. 그 만의 불 조절, 물과 보리/옥수수 질량의 레시피가 있어요.)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커피를 손으로 갈아 내려 마시고, 아침과 퇴근 후에는 평온한 음악을 듣고 향을 피웁니다.
집은 평온하고 회복되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비움과 따뜻함 사이, 북유럽의 단정함과 동양의 여백이 공존하는, 새것 같지만 오래된,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 된, 시간을 머금은 것들 속에서 하루를 쌓아갑니다.
리모델링 과정
🛠️ 우리만의 리모델링 원칙
1. 구조 변경은 하지 않는다 : 예산 고려&구축이라는 점을 최우선
- 주방 분배기 위치를 변경하고 후드 위치도 바꾼다면 주방에 아주 멋진 아일랜드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거실의 인터폰을 보이지 않는 벽면으로 이동하여 설치하거나 융 스위치를 다는 것을 보고 따라 하고 싶었습니다.
- 욕실 변기 위치가 애매하여 공간 활용이 아쉬웠어요. 변기를 벽 쪽으로 이설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면, 욕심내지 않기로 계속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구조 변경은 공사기간, 비용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구축 아파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문제들을 만들 가능성이 크기에 '온 마음과 머리'로 포기할 것은 포기하자 되뇌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해둔 예산"을 직시하고 "리스크를 최소화" 하고, 기본적이고 안전하며 단정하고 단순한 공사를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2. 전기 공사에는 투자한다.
워낙 전기를 많이 쓰는 집이에요. 인덕션, 세탁기, 식세기를 동시에 돌리는 경우도 많고, 로봇청소기, 스피커, 공기청정기는 여러 대씩 갖고 있고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두는지라, 전기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투자했어요.
게다가 이번에는 고민 끝에 시스템에어컨 네 대를 설치하기로 하여 전기 증설은 필수였어요. 구축 특성상 천장 내 에어컨 배관이 지날 공간도 너무 좁아 걱정도 많았습니다.
3. 침실과 주방 가구는 직접 구매 후 설치하고, 주방의 싱크대 상판은 셀프로 제작한다.
부부 침실은 거대한 창의 크기로 인해 방의 면적이 큰데도 불구하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어요. 공간의 효율을 높이는 데는 설치할 가구를 생각해야 했고, 이를 위해 거대한 창을 줄였습니다.
남편이 주방에 진심인 편이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어 했어요. MMK에서 본 스테인리스 상판을 보고 매우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고민을 하더니 직접 스테인리스 상판을 설치하겠다는 열정(?)을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줄 인테리어 업체를 찾는 것이 필요했어요.
4. '나다운 공간'에 집중한다.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조금 부족하고 어설퍼 보여도, 나다워 어색함이 없고 평온함을 주는 공간'을 갖는 데 집중했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리모델링을 했지만 몇 년 산 것과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면 좋겠다. 아파트지만 오래 산 오래된 빌라 같은 느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테리어를 시작한 달이 마침 휴직 마지막 달이었어요. 그래서 '리모델링을 했지만 몇 년 산 것 같은 느낌(?)', '아파트 같지만 오래 거주한 빌라 같은 느낌'과 같은 제 주관적 선호를 표현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미리 준비하고 인테리어 업체에 슬라이드로 정리하여 공유했어요.
또한, 별도로 구매하여 설치하고 싶은 욕실 가구, 세면대, 조명 등을 미리 주문해 두었답니다. 그렇게 25년 8월 무더운 여름, 6주간의 인테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까다로우면서도 이상한(?) 요구가 많았는데도 안된다.고 하신 적 없는 인테리어 사장님이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현관 Before
평형대에 비해 턱없이 좁은 현관이었어요. 현관문을 열면 우측 벽면이 신발장인데 기존의 수납으로는 부족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현관을 열면 바로 보이는 벽 전체를 신발장을 설치하기에는 답답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수납을 코너장으로 일부 확장하고 현관 중문까지는 벤치 하부장으로 구성하여 필요할 때는 앉아서 신발을 신고, 택배도 올려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어요.
현관 After
현관은 보통 어두운 타일을 추천해 주시는데, 이전 집에도 흰색에 가까운 타일로 공사했었고 이번에도 베이지톤으로 선택했어요. 지저분한 것이 묻어도 물걸레/물티슈로 닦으면 되어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은 없어요.
벤치장 맞은편에는 대형 거울을 설치했어요. 생각보다 좁은 현관에 확장감을 주는 효과도 있어요.
중문은 패브릭 접합 유리를 선택했어요. 손님들이 현관에서 따뜻한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요. 중문은 동양적 느낌을 더할 수 있는 간살 형태도 고민했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쪽에 치우치게 하지 말자하고 절제를 발휘했어요. 하지만 중문을 좀 달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거실 Before
조명은 유행하는 스위치로, 인터폰 위치 변경도 하고 싶었지만 나다운 공간으로 가는 과정에 필수가 아니라면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오래된 샷시(새시)와 베란다의 타일은 모두 손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실 After
우리 집의 가장 따뜻한 공간으로 거듭난 거실입니다. 애초에 거실에 TV가 없던 집이었기에 거실의 빈 벽면을 어떻게 잘 활용해 보면 좋을까 행복한 고민을 했어요. 거실은 따뜻한 곳, 차분한 곳. 여백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거실 스타일링 포인트
1. 따뜻함은 베이지톤의 두터운 회벽지로
2. 차분함은 동양적인 느낌을 더해 패널 커튼으로
3. 빈 벽면은, 오래도록 흠모하던 크립토나이트의 Krossing으로 책장 & 장식 선반으로
4. 36년 구축이 가진 결함, 너무 낮은 천고의 문제는 높이가 낮은 가구로 해소
그래서 Krossing도 가로로 길게, 거실 가구도 높이가 낮은 것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후의 거실입니다. 빛의 정도에 따라 거실의 캐비닛과 드로어는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요, 이 동양적 느낌의 가구는 사실 덴마크 디자이너 Svend Lankilde의 가구입니다.
오셔서 직접 가구를 본 지인들은 당연히 우리 가구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해요. 좌측의 캐비닛은 도어도 너무 마음에 들지만 내부도 짜임새가 좋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요. 결은 다르지만 톤이 꽤 유사해서 같은 디자이너의 캐비닛과 드로어를 아끼고 애정하고 있습니다.
25년 미미화 컬렉션의 <Sisu> 전시에 다녀온 뒤, 가장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 한스웨그너의 데이베드, 그리고 이사무노구치의 조명이었어요. 오랫동안 가슴 앓이를 하다 뉴욕 여행길에 이사무노구치 박물관에 방문하여 멤버십 가입을 하고 조명을 몇 개 구입해왔어요.
관세 신고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과 비교하여 가격에 큰 메리트가 있었을까 싶지만 아이와 함께 노구치 박물관에서 경험하고 아름다운 조명을 함께 보고 구매한 경험은 오래도록 남겠지요.
소파도 워너비가 있어요. 하지만 무작정 기다리다가는 거실에 세 식구가 편히 앉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겠더라고요. 한 번 소유한 물건은 아끼고 간직하는 편이라서 물건을 만날 때에도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리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요. 언젠가 워너비 소파를 만날 날이 온다면 그 또한 즐겁겠지요.
커튼 이야기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 같아요. '나다운 공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 것을 꼽으라고 하면 가구, 조명도 있겠지만, 저는 이 패널 커튼의 역할이 꽤 크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패널 커튼의 레일 보시겠어요? 네 줄의 홈이 있고 저 길을 따라 패널 커튼이 움직이는 구조예요. 한 폭의 패널을 네 겹으로 쌓아 한쪽 벽으로 몰아두고, 거실의 폴딩도어까지 활짝 열면 개방감이 돋보이는 거실로 변신해요.
폴딩도어는 이전 집에서도 아우스바이튼으로 설치했고 만족도가 높아 이번에도 재설치했어요. 5년 전 리모델링 할 때보다도 제품이 업그레이드되어 더욱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어요.
이 커튼을 결정할 때 오늘의집에 올라온 콘텐츠를 많이 참고하였고 댓글로 문의도 드렸었어요. 내가 꿈꾸는 공간을 갖는 데 오늘의집은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오늘의집 이웃분들에게 감사드려요.
거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이른 아침, 오전, 오후는 물론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시간과 계절에 따라 빛의 기울기도, 깊이도 따뜻함도 색감도, 결도 온통 다르게 침투하는 이 공간에서 온통 평온함을 느낍니다.
아주 오래전, 산이 너무 좋아 금요일 밤이면 북한산에 올라 비박을 하고 일요일에 내려왔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서울 도심의 밤 풍경을 내려다보며, 저 곳에서 살아가는 힘을 여기. 산에서 얻는다고 생각했었어요.
온전히 애착관계에 있으며 어색함이 없는 공간에서의 시간은, 다양한 현안을 고민하고 잘 해내지 못 하는 데서 오는 아쉬움과 속상함, 가끔 근자감으로 어깨를 툭툭 치며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그 모든 순간들을 아울러, 또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주방 Before
공간 효율에 매우 적합하지 않은, 답이 잘 안 나오는 주방이었어요. 털어낼 수 없는 내력벽이 주방 우측 벽에 존재하고(사진상 조명 뒤), 좌측에 보이는 꽤 폭이 넓은 벽장의 하부에는 커다란 분배기가 있습니다.
분배기를 이전 설치하면 폭 넓은 선반장 벽을 모두 털어내어 공간을 만들고, 주방 한가운데 커다란 아일랜드도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분배기이동은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합니다.
주방 After
주방 좌측 벽의 분배기 때문에 하부장을 설치했고 그 공간은 홈카페존으로 쓰고 있습니다. 양쪽 날개벽을 털어내어 좁은 주방에 개방감을 주었습니다. 주방에는 타일을 깔았습니다. 타일 선택이 가장 어려웠던 저는, 현관, 주방(바닥과 미드웨이까지!!), 거실 베란다 모두 동일한 타일을 선택했다는.... 고백을 합니다. (하하)
주방에는 사용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이케아 확장형 테이블이 있습니다. 손님이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는 부부라 확장형 테이블은 선택 아닌 필수예요.
주방은 ㄷ자 싱크로 구성했고, 식탁 우측으로는 키큰장, 팬트리장, 전자레인지, 한 칸짜리 키친핏 냉장고 1개, 주방 창 옆 원래는 세탁실이던 공간의 문짝을 떼고 실내로 편입시켜 한 칸짜리 키친핏 냉장고를 하나 더 두었어요. (원래 김치냉장고는 없는 집이고, 키친핏 한 칸짜리 냉장고를 두 개 쓰던 집이어요. 잘 안 먹습니다.)
남편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테인리스 싱크대 상판을 설치한 ㄷ자 주방입니다.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 대략 어느 정도 들었겠다며 금액을 얘기하셨는데 그것의 반도 안 되게 설치했다고 말씀드리니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남편 최고!) 주방 가구는 이전 집과 마찬가지로 이케아의 메토드로 선택했어요.
홈카페존에서 바라본 주방이에요. 벽면의 기울기가 달라서 싱크대 상판 도면 그리고 설치하는데도, 또 메토드 시스템을 짜는데도 고생을 했어요.
석고보드로 벽면을 칠걸.. 하고 후회도 했지만 1, 2cm로 주방 가구 하나를 설치하거나 못 하는 상황이어서 하나 마나 한 후회였죠. 주방 시스템을 잘 설계하지 않으면 버리게 되는 공간이 많을 상황이라 머리를 맞대고 꽤 고심했습니다.
주방 정면의 하부장은 코너 인출장, 우측 아일랜드에는 인출장 등 다양하게 구성했어요. 하부장은 모두 서랍 형태로 구성하여 수납력을 높였어요.
주방에 아직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주방 창의 커튼. 그리고 직부등이에요. 좀 비어있으면 어때요. 언젠가 맘에 드는 분들을 만나겠지.. 생각해요.
홈카페존 벽면의 흰색 오픈 선반은 이케아 BOTKYRKA 제품으로 코팅된 철제 선반이라 묵직하고 워낙 깔끔해서 너무나 좋아하는 선반이에요. 그런데 아쉽게도 몇 년 전 단종이 되어 더 이상 구할 수가 없어요. 좋아하는, 편한 옷은 같은 것을 몇 개씩 사두는 편인데, 이 선반도 이렇게 단종될 줄 알았다면 두어 개 사둘 걸 그랬어요.
건강문제로 커피는 안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참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집에서는 필터에 걸러 마십니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홀빈을 들들들 가는 시간도, 커피를 내리는 시간도 좋아해요.
식기나 도구 등은 가급적 도기나 스테인리스를 사용합니다. 차를 마시는 주전자와 찻잔은 10년 전에 선물받은 것인데요. 너무 아끼고 좋아하는 것들이라 이렇게 늘 진열해 두고 수시로 사용해요.
식탁 좌측에는 키큰장을 설치했어요. 폭이 좁은 쪽은 상단은 수납, 하단에는 무선 청소기 충전 장소입니다. 그 옆은 인출장이에요. 가격이 사악한 편이지만 보통 주방의 붙박이장이 깊어 공간 활용이 어려워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키큰장 모두 인출 서랍을 설치해서 공간 활용을 높이고자 했어요. 구축의 한계를 어떻게든 극복하려 애썼어요. 기회가 된다면 어수선하지만 인출장 꾸민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뷰예요. 여기에 앉아 매일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삶의 원천인 장소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그런 의미가 있는 자리겠지요.
침실 Before
모든 아치형 문틀을 사각으로 변경했어요. 이전 집은 아치형을 그대로 살려 그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었는데요. 비용상 큰 차이가 없어 이번에는 모든 문틀을 철거했습니다.
침실 After
침실은 무조건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을 것. 그리고 출근 준비할 때 조명을 켜지 않아도(자는 이의 잠을 깨우지 않도록) 되도록 꾸몄어요.
가구는 함께 나이 먹을 수 있는 가구로 설치하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남편이 이케아를 사랑하시는지라 안방과 주방의 가구는 모두 남편 주도하에 결정됐어요.
유일하게 안방에서 제가 결정한 것은, 거실의 패널 커튼과 유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로만셰이드 설치였어요. 너무 얇은 패브릭으로 아침이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적당해요. 넘나 곱습니다.
안방이 넓은 편인데 공간 활용을 하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여러 고민 끝에 구축 특성상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안방 창을 줄였습니다.
창을 제외한 공간은 모두 수납장을 설치했습니다. 모서리장 하단에는 침구류를 보관하고 있어요.
남편은 보통 저보다 1시간 빨리 기상해서 출근하는데요. 겨울에는 아직 어두울 때 일어나는지라, 모든 옷장 안에 조명을 설치했습니다. 아주 좋아요. 그리고 저와 떼어 놓을 수 없는 스카프/머플러를 둘 수 있는 인출 선반을 만든 것은 너무 만족스러운 결정이었어요.
옷을 꺼내고 양말을 신기가 불편하다는 남편을 위해 저렴하지만 튼튼한 벤치를 구매해 드렸습니다. 가끔 쿵쿵 앉아 아직 한밤중인 저를 깨우기도 하지만 한 발로 들썩이며 콩콩 뛰며 양말을 신을 남편을 생각하면.. 안쓰러우니 잘한 결정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안방 욕실
침실에 딸린 부부 욕실은 거실 공용 욕실보다 훨씬 넓습니다. 그럼에도 이 욕실은 리모델링에서 제외했어요. 이 욕실은 한 번 리모델링이 되기도 해서 설치되었던 모든 집기, 변기 등을 철거하고 원래 있던 샤워 부스 칸막이 유리 하나만 남겨두었어요. 그러고는 기존 회색 타일 위로는 벤자민무어 타일 페인트를 몇 겹 칠했습니다.
세면대 가구는 이케아로, 거울장은 수납기능이 없는 조명이 있는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수납은 세면대 하부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건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충분히 관리도 잘 되고, 깨끗하지만 매우 편안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이라 저희 부부는 이 욕실 사용을 매우 좋아해요.
욕실 슬라이딩 도어 좌측 벽면에는 세로로 긴 이케아 수납장 두 개를 설치했어요. 그래서 넓은 화장실을 수납 공간으로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답니다.
좌측 벽에 오픈 선반 하나, 보이지 않는 쪽으로는 하브베크와 동일한 컬러의 세로로 긴 장을 설치했어요. 놀러 온 후배가 이런 거 설치한 욕실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실용성을 추구하고 호텔 욕실 같은 것은 꿈꾸지 않는, 낡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
💡 욕실 수납장 활용팁!
오픈 철제 선반장 맨 위에는 자동 조명을 부착해, 밤에 이용할 때에는 굳이 화장실 조명을 켜지 않고 있어요. 참에서 깨지 않아 좋아요.
욕실 Before
욕실은 정말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세탁실로 연결된 창도 심란했고 천장에 곰팡이도 많았고요.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도 왠지 차가운 느낌이었어요.
욕실 After
중문을 공용 욕실 벽까지 쭉 뺐어요. 따뜻한 중문 느낌과 광폭 마루가 약간의 따뜻함을 불어 넣는 것 같아요.
욕실 타일 공사를 할 때 벽면이 수직으로 곧게 고르지 못하고 누워있어 최소 10cm씩은 전면 모두 안쪽으로 벽체를 세울 수밖에 없는 슬픈 사연을 품은 곳입니다. (너무 좁아졌어요.)
세탁실로 연결되는 창은 막아서 수납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너무 커서 감당하기 어렵지만 그럭저럭 사용하고 있어요. 누오보의 무광 세면대와 무광 니켈 수전을 애착을 가지고 설치했고 실리콘도 무광 베이지로 했는데요, 특별히 선호하는 것들을 찾아 구매하고 설치한 아이들 덕분에, 좁아진 욕실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무광 세면대는 물이 마른 뒤, 보면 너무 곱고 고와요. 강력 추천하는 아이템입니다.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게스트룸
현관 중문을 들어오면 거실 좌측에 마주한 게스트룸입니다. 이 방은 애초부터 가족이 방문하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꾸미려고 "작정"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웠던 akari17a를 설치해서 아낌없이 고운 마음을 발휘하였어요.
가족분들이 오셔서 짧게 계시더라도 편안하셨으면 해서 게스트룸에는 침대 외 서랍장과 행거, 화장용 거울 등을 준비했습니다.
아이방
초등학교 땐 대형 레고에, 중등 들어서서는 자전거에 빠져 있던 아이방입니다. 이제는 모든 것 청산하고 신나게 놀러 다닙니다. 저의 정신 건강을 위해 가급적 입장하지 않으려고 하고 설사 들어가더라도 얼른 나오려 애씁니다. 🙈
서재
부부 침실 맞은편의 서재이자 시청각실입니다. 사진상의 방 우측 벽은 전면 책장, 좌측 벽은 TV 선반장과 책장이 위치합니다. 허니콤 블라인드로 가린 뒷 베란다는 낮은 선반을 채워 창고로 이용하고 있어요. 보통 허니콤 블라인드를 이용해 하늘 쪽은 열어둡니다. 뷰가 꽤 좋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에요.
책상 좌측 벽은 모두 책장이에요. 정기적으로 꼭 남길 책만 두고 정리하는 편인데도 책은 자꾸 늘어납니다. ebook을 많이 보려고 하는데도 지면 책 구매를 멈출 수가 없어요.
서재는 어쩌면, 오래도록 아끼고 보관하고 모아온 책과 기념품들이 빼곡한 저를 가장 잘 드러내는 공간인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아빠의 서재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면 참으로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었는데 어쩌면 지금도 그런 착각에 빠져 사는 것 같습니다.
마치며
나다움을 간직하며, 함께 나누는 인생
보통 요즘 리모델링한 집은 무문선, 무몰딩에 완벽한 칼각 벽체와 빈틈없는 붙박이장, 호텔 같은 욕실과 주방이 있기 마련이고 너무 멋집니다. 하지만, 저희 집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하지만 계획한 예산 내에서 할 수 있는 나다운 결정을 하고, 내가 희망하는 공간을 줄곧 떠올리며 구현해 낸 덕분에 마치 원래 내 공간 같았고,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이 공간에 가족 모두 잘 스며들어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고 아끼는 것들로 천천히 공간을 꾸려 나가되, 여백이 있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 수 있고, 그래서 언제든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들이를 마무리합니다.
이사 와 첫 번째 봄을 맞이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꽃이 피어오르고 거실 창밖의 초록 이파리가 커지고 짙어집니다. 이곳에서의 여름, 두 번째 맞이할 가을도 기다려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소식 나누겠습니다.
- 05.09
- 좋아요
- 77
- 스크랩
- 209
- 조회
- 17,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