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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오래된 작은 공간, 그래픽 디자이너의 14평 집

빌라&연립

14평

홈스타일링

신혼부부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런던을 거쳐, 다시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혜현(@hyehyunseoul)입니다.

첫 신혼집을 오늘의집에서 온라인 집들이로 올려주신 덕분에 많은 분들께 다양하고 따뜻한 코멘트를 받아, 오래도록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차, 5년 간의 런던 생활을 정리하며, 런던에서 지내던 집 인테리어를 공유 봅니다. 

런던의 집값은 워낙 악명이 높지만, 현지에 도착해서 집을 구해보니 소문보다 더더욱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인테리어를 좋아해서 종종 오늘의집으로 온라인 집들이를 다니는데,

한국에서의 미드센추리나 유럽식 벽난로 등이 유행하는 것을 보며 '집'이라는 콘텐츠는 나라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가장 관심 있는 곳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런던에서 한국인들이 집을 계약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현지에 도착했을 때 정기적으로 영국 정부에 세금을 낼 수 있는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고용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의 경우는 런던 생활 3년 차에 현지 디자인 에이전시로 취직하면서 부동산을 통해 수입을 증명하고 집을 빌릴 수 있게 되어 Flat Share (여러 명이 방을 1개씩 쓰고 부엌, 화장실을 쉐어하는 형태)나 Studio(한국식 원룸)이 아닌 드디어 Bedroom이 별도로 존재하는 집으로 이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런던은 중심지로부터 구역을 나눠서 등고선처럼 Zone을 나눠두는데, Zone1 > Zone 2 > Zone3 > Zone4로 갈수록 런던의 센트럴에서 멀어집니다.

보통 유학생들이나 워홀러들은 Zone2~3에 집을 구하는 편입니다. Zone1이 중심지와의 접근성은 제일 좋지만 아무래도 번화가에 가까울수록 집값은 비싼 편이니까요.

저희 집은 Zone2에 위치하고 지하철과 지상철 역이 존재하는 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런던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국에서 데려온 레오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찾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다행히 이전 세입자분이 고양이를 키우셔서 저희도 무리 없이 계약할 수 있었어요.

📍 이 집의 핵심 포인트!

✔ 높은 층고+테라스까지 높은 개방감
✔ 유럽 감성이 담긴 가구와 소품들
✔ 공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플랜테리어

3초 컷! 집들이 미리보기

도면

대략적인 집의 구조는 위와 같은데, 영국은 한국처럼 거실이 Hall 형식으로 트여있는 게 아닌 '리빙룸'이라는 이름의 방으로 존재합니다. 이 집의 장점은 욕실과 화장실이 구분되어 있고, 생각보다 큰 크기의 발코니가 함께 있었다는 것.

현관

집으로 진입하는 복도의 폭이 제법 넓어서 현관문 위로 선반을 달고 계절 신발을 수납했습니다. 그 밑으로는 가방걸이와 코트 걸이를 설치, 아래에는 이케아에서 구매한 수납함을 두고 자주 신는 신발이나 청소 물품들을 수납했어요. 


거실

주방의 반대편에는 테라스로 연결된 거실이 있답니다. 광각 줌으로 보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오는 사진이에요. 런던의 많은 건물들은 오래됐지만(기본 준공된 지 100년 정도 되는 집에 살게 됨) 층고가 높게 설계되어 있어 개방감이 좋은 편이에요.


저희 건물의 모든 집은 벽난로가 딸려있고, 라디에이터를 통해 난방을 하는 구조였습니다. 거실 오른쪽 벽에는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수납 선반도 짜여 있어 레이아웃이 좋았습니다. 계절마다 액자를 바꾸거나, 선반 위에 올리는 오브제를 변경하여 변화를 주었던 곳입니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바깥을 보면서 차를 마실 때 난로 근처의 식물들을 보면서 힐링했던 기억이 있네요. 지금 집까지 이어지는 플랜테리어는 런던 플랫에서부터 시작된 라이프스타일이에요. 

집 가까이 많은 공원이 있기도 했고, 슈퍼마켓에서 5파운드에 파는 꽃 등 쉽게 식물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 가보면 실제로 저 벽난로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집도 있었는데, 아쉽게도 저희 집은 이사 올 때 체크해 보니 가스선이 절단되어 있어 실제로 겨울에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라디에이터가 정말 빵빵하게 잘 나왔기 때문에 도쿄에서 살 때처럼 춥지는 않았어요. 한국만큼 매섭지 않은 유럽의 추위+라디에어터면 저처럼 추위를 잘 타는 사람도 무난하게 넘길 수 있는 정도?

집을 렌트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항목 중 하나는 집주인이 이 공간을 최초 세팅할 때 들여둔 가구는 뺄 수 없고 그대로 사용할 것이었어서 난감했던 네이비색 소파와 커피 테이블은 소파 커버를 아마존에서 찾아서 베이지색으로 입혀주었어요.

벽에는 이케아에서 샀던 선반을 달아 빈티지 마켓을 돌아다니면서 구했던 작은 책들을 디스플레이해두었습니다. 계절이 바뀜에 따라 이곳의 책과 식물들을 바꿔서 집안 인테리어에 변화를 주었어요. 

빈티지 캐비닛은 쇼디치에 있는 빈티지샵에서 구했는데, 한국에 들고 들어올 수 없어서 너무너무 아쉬웠던 미드센추리 풍의 가구였습니다. 비록 여기저기 깨지고 고장 나있긴 했지만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서 더 아쉬웠던... 

나중에는 배치를 바꿔서 안쪽으로 넣어보기도 하고 - 커피 테이블도 의외로 매우 잘 썼다는 후문, 거실의 창은 공사가 끝난 후에는 매우 쾌청하고 멋져서 여기서 바라보는 뷰와 창틀의 플랜테리어가 큰 취미이기도 했습니다.

거실의 큰 창의 오른쪽으로 딸린 발코니는, 나가보면 제법 공간이 넓어서, 커피 테이블을 두고 식물도 키우면서 아침 커피를 마시고 점심, 저녁을 즐기는 공간이었어요.

공사 중일 때는 스케폴딩을 통해 다른 층의 고양이가 놀러 오는 해프닝도 있었고, 레오가 처음으로 바깥공기를 마시면서 하우스캣에서 발코니캣으로 진화한 곳이기도 합니다.

주방

현관문을 지나서 들어와서 오른쪽을 보면 주방이에요. 주방 풀샷을 찾을 수 없어, 집을 구할 당시에 부동산에서 중개 사이트에 올려두었던 사진을 끌어왔습니다.

입주 후에 집의 이곳저곳을 많이 보수하기도 했고, 빌딩 전체가 각 호수의 창문 틀을 변경하는 공사를 진행하여 1년간은 공사장 View를 보내며 지냈답니다.

주방 싱크대 바로 앞에 이렇게 큰 창이 있어서 심심하지 않게 설거지를 하면서 보낼 수 있었답니다 (문제는... 공사장 뷰였다는 것) 그리고 바깥으로 설치되어 있는 간이 통로를 통해 고양이 톰이 자유롭게 오르내리곤 했어요.

기존에 설치되어 있던 프라이팬 걸이 위로 현관에 있던 신발장 선반을 보수하면서 나온 우드 패널을 이용, 선반을 설치해서 티팟 등을 놓을 수 있게 구조를 변경했습니다. 

빌트인으로 들어가 있는 오븐의 화력이 좋아서 영국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다양한 한국식 빵을 베이킹하면서 자급자족의 삶을 이어갔던 곳입니다. 

어렸을 땐 밥솥 껴안고 비행기 타는 사람들을 보며 유난이라고 생각했는데 N년 후의 제가 바로 그 유난 떠는 사람이더라고요. ㅋㅋㅋ 압력밥솥 포기 못해...

영국에서 구하는 Rice Cooker들은 그냥 전기밥솥이어서 그런지 밥이 너무 맛이 없었어요. 결국 귀국하는 비행기에 밥솥 껴안고 탑승행!

침실

그리고 집에서 좋아했던 공간 중 하나는 침실인데,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여기 발을 들여놓으면서 바로 보였던 기존의 복도나, 리빙룸과는 다른 어두운 우드 패널의 헤링본 스타일이 너무너무 멋진 곳입니다.

무인양품에서 주로 구매하게 되는데, 피부에 닿는 촉감에 예민해서 너무 뻣뻣한 면보다는 부드러운 재질 위주로 구매하게 돼요.

무인양품의 이불 커버는 10년 넘게 고집하면서 써오고 있는 제품이고, 단조로워 보일 때면 다양한 텍스타일 패턴 제품으로 변화를 줍니다. 이케아에서 산 알비네 침구는 사진이 근사하게 나와서 좋아하는 패턴 중 하나입니다. 

드레스룸과, 화장대와 침실의 역할을 야무지게 했던 곳이에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5단 정도의 이케아 수납장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위를 화장대와 작고 귀여운 소품, 엽서나 스티커 등을 붙여두는 곳으로 활용하기도 했었고, 요 작은 공간을 보고 있으면 마냥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있네요. 

그리고 침대 앞에는 행거를 하나 두어서 아우터 위주로 수납하니 외출할 때 여기서 코트만 쇽- 빼오면 되니까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그 오른쪽에 전신거울을 둬서 그날 그날의 데일리룩 셀피존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침실까지 쭉 이어지는 플랜테리어, 커튼 옆에 행잉 식물을 놓는 것을 참 좋아해요. 

침실에서 구름이 근사했던 어느 날의 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느꼈던 장점 중 하나는 집의 모든 시간대를 온전히 함께 보낼 수 있었다는 것, 내 집이 언제 제일 예쁜 지를 알게 되었다는 것!

테라스룸

이 공간이 없었다면 길었던 코로나 기간 락다운을 잘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줬던 곳입니다. 

런던은 코로나 기간 생각보다 강력하게 외출과 이동을 금지하고 국경을 봉쇄해서 하루에 슈퍼를 가는 것도 제한될 정도였는데 베란다에서 자주 커피와 식사를 하면서 답답함을 해소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침에 토스트를 굽고, 커피를 내려서 테라스에서 먹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느낌을 받았던 - 이 집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 바깥공기와 바로 마주할 수 있던 테라스였던 것 같아요. 저 같은 식집사에게 너무 소중했던!

욕실

그리고 또 좋았던 것은 바로 화장실에 욕조가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많이들 욕조를 없애고 샤워부스를 설치하는 추세이지만, 욕조를 좋아하는 1인으로써 이 집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입욕이었지요.

모처럼 또 LUSH의 나라에 살고 있기도 했으니, 월급날은 소소히 사치 부리기 - 추운 겨울날이나, 더운 여름날 욕조에 입욕제 풀고 탄산음료 마시며 노닥노닥...

세면대는 클래식한 디자인이고 따로 수납이 없었던 고로 다시 선반 달기, 오래된 건물들을 여기저기 고치며 산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인 것 같아요. 

+)Bonus! 내가 보았던 런던의 정서

동네의 아름다웠던 순간들도 놓칠 수 없죠. 지금도 종종, 한국에서의 삶이 익숙해질 때 핸드폰의 갤러리에서 꺼내보는 소중한 순간들입니다. 

런던에서 제일 아름다운 계절로 저는 가을을 뽑고 싶은데, 몇 번인가의 가을을 이 아름다운 도시에서 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골목이 너무 예뻐서 날이 좋았던 때는 2시간 정도를 하염없이 걸어서 집에 돌아온 날도 많았습니다. 


마치며

집이란 공간은 쉼과 필연적으로 닿아있어서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게 되는 곳 같아요.

오늘의집에서 온라인 집들이를 다니다 보면 다양한 분들의 취향과 마주하게 되는데, 너무 비우지도 너무 채우지도 않는 적당한 '생활감'이 묻어나는 공간이 저희 집의 특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두 자신만의 아늑한 공간에서 행복한 오후 보내고 계시기를 - 

202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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