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뮤직존 “오디오파일 (Audiophile)” 음질과 소리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오디오 애호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명칭이다. 타고나길 청각이 유난히 예민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소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남들보다 섬세하게 느껴지는 소리의 차이에서 남다른 즐거움을 찾았다. 그렇게 음악은 단순히 듣고 즐기는 것을 넘어, 어느새 내 취미이자 일상이 되었고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낙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연스레 음향 장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블루투스 스피커로 시작해 우퍼가 탑재된 2.1채널 스피커를 거쳐, 지금은 앰프와 톨보이 스피커의 조합에 정착했다. 그런데 내게는 조금 독특한 취향이 하나 있다. 바로 20년, 30년씩 세월이 흐른 오래된 음향 장비만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소리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직접 동인천전자상가를 찾아가 오랜 세월을 견뎌온 앰프와 톨보이 스피커를 하나하나 청음해 보고, 사장님들과 음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의 장비를 선택하는 시간부터가 내게는 즐거움이다. 그렇게 고심 끝에 선택한 장비들을 집으로 가져와 직접 케이블을 자르고, 피복을 벗겨 드러난 구리선을 손끝으로 꼬아 앰프와 톨보이 스피커에 일일이 연결한다. 누구에게는 번거롭고 귀찮기만 할 과정이겠지만, 내게는 그 모든 과정이 음악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연결을 마친 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처음 재생하는 순간. 그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장비에 따라, 연결 방식과 세팅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사운드를 비교하는 재미. 앰프의 다이얼을 직접 돌려가며 내 취향에 맞게 음색과 저음을 조절하는 손맛. 내가 직접 만들어낸 조합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하나하나 음미하는 즐거움.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앰프와 톨보이 스피커의 조합을 고집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공간 전체를 장악하듯 퍼져 나가는 압도적인 울림이다. 단순히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 전체가 소리로 가득 차고 그 울림이 바닥과 가구, 온몸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감각.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내가 머무는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울림통이 되는 경험. 나는 그 순간에야 비로소 음악을 제대로 감상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간편해지고 자동화되는 시대다. 마샬, 뱅앤올룹슨, JBL처럼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언제든 훌륭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기기들이 넘쳐난다. 물론 그것도 충분히 매력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낡고 불편한 장비일지라도, 나는 수십 년의 세월이 담긴 장비를 직접 고르고, 손수 케이블을 손질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으로 연결하고 조율해 마침내 소리가 흘러나오게 만드는 그 아날로그적인 과정이 좋다. 어쩌면 내게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재생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가 아니라, 그 소리를 내기 위해 장비를 고르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날로그가 좋다. 남들이 올릴 때, 나는 내릴련다.